◎“반제이념 포기 안하면 북한 설 땅 없다”/한·소 수교로 대외정책 수정 불가피/근본변화 없는 남북회담은 “벙어리와의 대화”
소련 최고회의 상무위원회에서 발간되는 주간지 「러시아」는 최근 역사학자인 안드레이 부츠킨이 기고한 글을 통해 북한이 여러가지 국제적 압력에 못이겨 남북대화에 나서고 있으나 북한의 고위지도부가 「비타협적 반제투쟁」에 관한 스탈린의 도그마와 이데올로기적 명제들을 포기하지 않는한 남북회담의 현실적인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또 세계공동체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북한이 구원의 궁여지책으로 「주체사상」을 내세우고 있으나 그것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하는 것은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지난달 22일 「북한이 동유럽의 길로 나갈 것인가 아니면 주체의 아성으로 남아 있을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주간지 「러시아」에 실린 글을 요약한 것이다.
한국문제는 전후 국제관계사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중 하나다. 한반도의 분단에는 남북한외에 미국 소련 일본도 관여돼 있다.
소련이 이들 4개국중 맨처음으로 북한·한국과 완전한 국교를 수립했다. 그러나 이를 「교차승인론」의 실현의 시초로 볼 수는 없다. 「교차승인론」에 따른다면 소련에 이어 중국이 대한민국을 승인하고 미국과 일본이 북한을 승인,국교를 설정하는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나 북한 지도부는 이 방안에 줄곧 반대해왔다. 또한 중국도 이 문제와 관련,북한의 동맹국적 공약뿐 아니라 대만과의 관계를 고려해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한국도 이러한 방안을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는데 여기에 「열강」의 강권발동의 여지가 있다.
한편 한 소 수교는 한반도 문제해결에 새로운 상황을 낳고 있는 데 이는 소련외교의 공적은 아니다. 오히려 대화를 진지하고 참을성있게 진행하면서 언제나 예의를 지켜온 한국측이 이 문제를 주도한 것이다. 실로 엄청난 재정 경제 무역의 잠재력을 지닌 한국은 붕괴된 소련의 소비시장을 어느정도 회복시킬 수 있게 할 것이며 일부 공업부문에 활기를 부여하여 소련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소련이페레스트로이카의 추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유리한 관계인 한 소 수교를 조기에 이루지 못한 것은 동맹국 북한에 대한 공약이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변명이지 원인은 아니다. 소련의 대외정책을 담당하는 국가기구의 저항,그 기구의 허구적 개념설정이 최선의 정책결정을 하는데 방해가 되었던 것이다.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그 정치국 사상가들은 김일성이 「위대한 수령」으로 불리며 북한을 「사회주의 협동체」로부터 격리시키려고 하는 시도에 불쾌감을 가져왔다. 그리고 북한 지도부는 나름대로 페레스트로이카를 눈의 가시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와서 쌍방간의 관계는 한계에 도달했다. 김일성은 이미 1986년 모스크바 방문때 고르바초프에게 북한을 방문하도록 초청했으나 그 방문이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우연이 아니다.
그럼에도 모스크바와 평양간의 관계는 군사적인 면과 대외정책적인 면의 2가지 측면때문에 불안한 상태이나마 유지되고 있다.
특히 군사적 측면에서 양국간의 군사적 협조는 매우 긴밀해 이는아직까지도 소련 의회도,러시아 의회도 감시할 수 없는 시야밖에 놓여있는 문제다. 페레스트로이카 시절에도 소련의 무력적 욕망때문에 반제투쟁이 극동동맹자에게 신형무기를 대량 공급하고 있다. 오늘날 소련 대표단들이 많이 오가는 서울 김포공항은 소련제 미사일들로 공격받을 수 있고 소련제 전투기인 「미그29」기들도 공습을 준비하고 있다. 모스크바 프둔젠스카야 나베레쥬나야 강변거리에 자리잡고 있는 소련군 장성들은 전과 다름없이 극동지도에다 적대적 지대를 동그라미로 침략의 「3각동맹(워싱톤∼서울∼동경)」이라고 그려놓고 있다.
한편 모스크바와 서울간의 관계가 정상화되면서 평양의 정치적 대외조건이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페레스트로이카의 추진으로 소련과 북한의 입장이 극단적으로 상반되고 있다. 평양 지도자들의 훈계적 어조와 주제넘은 언동에도 불구하고 북한정권은 실로 심한 타격을 입었고 콧대가 꺾였다. 그러나 이는 그 정권,선발된 당료들,나아가 김일성일족의 권력이,국내에서 조작된 그 정치적 구조의 권익이 결정타를 받을 것인지 한국과는 연관이 없는 것이다. 김일성정권은 자신들의 대외정책 구상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할 필요성에 직면했다.
사태는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한 평양의 새로운 태도를 필요로 한다. 오늘날 북한 지도부는 한국과의 경제·정치적 경쟁이나 외교적 경쟁에서 참패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서울측에는 유엔가입의 길이 트여 있다. 중국의 입장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북경 지도부가 단독으로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과 대한민국 사이에 무역대표부설치 합의가 이미 이뤄졌으며 중국 지도자들이 이데올로기적 정설 때문에 실용주의를 배격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평양측은 한반도문제가 광범위하게 국제적으로 논의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평양측은 자기입장을 세우기 위해 남북대화의 재개를 시도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2차례의 남북고위급회담은 눈먼 사람과 벙어리의 대화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교환방문은 무익한 것이 아니다. 그 결실을 평양이 아니라 서울과 모스크바가 거뒀기 때문이다. 한국과 소련은 관계정상화에 유리한 배경이 형성되자 이를 놓치지 않고 행동을 한 것이다. 이 점에서 노태우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개가를 올리고 있다는 평가는 근거가 있는 것이다.
소련 최고회의 상무위원회에서 발간되는 주간지 「러시아」는 최근 역사학자인 안드레이 부츠킨이 기고한 글을 통해 북한이 여러가지 국제적 압력에 못이겨 남북대화에 나서고 있으나 북한의 고위지도부가 「비타협적 반제투쟁」에 관한 스탈린의 도그마와 이데올로기적 명제들을 포기하지 않는한 남북회담의 현실적인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또 세계공동체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북한이 구원의 궁여지책으로 「주체사상」을 내세우고 있으나 그것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하는 것은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지난달 22일 「북한이 동유럽의 길로 나갈 것인가 아니면 주체의 아성으로 남아 있을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주간지 「러시아」에 실린 글을 요약한 것이다.
한국문제는 전후 국제관계사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중 하나다. 한반도의 분단에는 남북한외에 미국 소련 일본도 관여돼 있다.
소련이 이들 4개국중 맨처음으로 북한·한국과 완전한 국교를 수립했다. 그러나 이를 「교차승인론」의 실현의 시초로 볼 수는 없다. 「교차승인론」에 따른다면 소련에 이어 중국이 대한민국을 승인하고 미국과 일본이 북한을 승인,국교를 설정하는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나 북한 지도부는 이 방안에 줄곧 반대해왔다. 또한 중국도 이 문제와 관련,북한의 동맹국적 공약뿐 아니라 대만과의 관계를 고려해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한국도 이러한 방안을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는데 여기에 「열강」의 강권발동의 여지가 있다.
한편 한 소 수교는 한반도 문제해결에 새로운 상황을 낳고 있는 데 이는 소련외교의 공적은 아니다. 오히려 대화를 진지하고 참을성있게 진행하면서 언제나 예의를 지켜온 한국측이 이 문제를 주도한 것이다. 실로 엄청난 재정 경제 무역의 잠재력을 지닌 한국은 붕괴된 소련의 소비시장을 어느정도 회복시킬 수 있게 할 것이며 일부 공업부문에 활기를 부여하여 소련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소련이페레스트로이카의 추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유리한 관계인 한 소 수교를 조기에 이루지 못한 것은 동맹국 북한에 대한 공약이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변명이지 원인은 아니다. 소련의 대외정책을 담당하는 국가기구의 저항,그 기구의 허구적 개념설정이 최선의 정책결정을 하는데 방해가 되었던 것이다.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그 정치국 사상가들은 김일성이 「위대한 수령」으로 불리며 북한을 「사회주의 협동체」로부터 격리시키려고 하는 시도에 불쾌감을 가져왔다. 그리고 북한 지도부는 나름대로 페레스트로이카를 눈의 가시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와서 쌍방간의 관계는 한계에 도달했다. 김일성은 이미 1986년 모스크바 방문때 고르바초프에게 북한을 방문하도록 초청했으나 그 방문이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우연이 아니다.
그럼에도 모스크바와 평양간의 관계는 군사적인 면과 대외정책적인 면의 2가지 측면때문에 불안한 상태이나마 유지되고 있다.
특히 군사적 측면에서 양국간의 군사적 협조는 매우 긴밀해 이는아직까지도 소련 의회도,러시아 의회도 감시할 수 없는 시야밖에 놓여있는 문제다. 페레스트로이카 시절에도 소련의 무력적 욕망때문에 반제투쟁이 극동동맹자에게 신형무기를 대량 공급하고 있다. 오늘날 소련 대표단들이 많이 오가는 서울 김포공항은 소련제 미사일들로 공격받을 수 있고 소련제 전투기인 「미그29」기들도 공습을 준비하고 있다. 모스크바 프둔젠스카야 나베레쥬나야 강변거리에 자리잡고 있는 소련군 장성들은 전과 다름없이 극동지도에다 적대적 지대를 동그라미로 침략의 「3각동맹(워싱톤∼서울∼동경)」이라고 그려놓고 있다.
한편 모스크바와 서울간의 관계가 정상화되면서 평양의 정치적 대외조건이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페레스트로이카의 추진으로 소련과 북한의 입장이 극단적으로 상반되고 있다. 평양 지도자들의 훈계적 어조와 주제넘은 언동에도 불구하고 북한정권은 실로 심한 타격을 입었고 콧대가 꺾였다. 그러나 이는 그 정권,선발된 당료들,나아가 김일성일족의 권력이,국내에서 조작된 그 정치적 구조의 권익이 결정타를 받을 것인지 한국과는 연관이 없는 것이다. 김일성정권은 자신들의 대외정책 구상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할 필요성에 직면했다.
사태는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한 평양의 새로운 태도를 필요로 한다. 오늘날 북한 지도부는 한국과의 경제·정치적 경쟁이나 외교적 경쟁에서 참패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서울측에는 유엔가입의 길이 트여 있다. 중국의 입장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북경 지도부가 단독으로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과 대한민국 사이에 무역대표부설치 합의가 이미 이뤄졌으며 중국 지도자들이 이데올로기적 정설 때문에 실용주의를 배격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평양측은 한반도문제가 광범위하게 국제적으로 논의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평양측은 자기입장을 세우기 위해 남북대화의 재개를 시도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2차례의 남북고위급회담은 눈먼 사람과 벙어리의 대화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교환방문은 무익한 것이 아니다. 그 결실을 평양이 아니라 서울과 모스크바가 거뒀기 때문이다. 한국과 소련은 관계정상화에 유리한 배경이 형성되자 이를 놓치지 않고 행동을 한 것이다. 이 점에서 노태우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개가를 올리고 있다는 평가는 근거가 있는 것이다.
1990-12-09 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