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전선 먹구름… 「적자시대」회귀우려/무역의 날에 짚어본 수지현황

수출전선 먹구름… 「적자시대」회귀우려/무역의 날에 짚어본 수지현황

권혁찬 기자 기자
입력 1990-12-01 00:00
수정 1990-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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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등 주종품 경쟁력 떨어져 침체/소비재등 마구 수입,고유가 겹친 탓

우리 경제의 흑자시대가 한순간에 끝나고 말 것인가.

「무역의 날」에 발표된 10월중 경상수지가 지난 82년 11월 이후 월간으로는 최대규모인 5억7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보는 이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흑자를 주체하지 못했던 불과 몇 해 전을 돌아보지 않더라도 대규모 적자를 접하는 심정들은 착잡하다는 표현으로 요약될 만하다.

11월에도 대폭 적자가 확실시되고 연간 누적적자 규모가 20억∼25억달러에 달해 연간으로도 82년 이후 최대의 적자를 기록할지 모른다는 우려 어린 전망들도 터져나오고 있다. 더욱이 내년의 무역환경 또한 그다지 밝은 편이 못 돼 4년간의 흑자가 반짝에 그치고 「설움의 적자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0월의 국제수지 동향을 보면 우리 경제의 대외거래가 어느 부문에서 적신호를 보내는지 쉽게 알 수 있다.

10월중 무역거래에서만 7억3천만달러 적자가 발생했다. 수출이 추석요인 등으로 제대로 안된 데다 수입은 페르시아만사태의 영향으로 원유가 등이 오르면서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 대규모 적자발생의 주요인이 됐다. 그나마 여행수입 등 무역외 수지와 개인송금수입 등 이전거래수지에서 흑자를 내 적자폭을 줄여 주었다.

문제는 이같은 적자행진이 앞으로도 지속되리라는 데 있다.

지난달 28일 현재 통관기준으로 무역수지가 23억2천만달러의 적자를 보여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11월중 10억∼1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월간기준으로 한은이 국제수지통계업무를 시작한 지난 50년 이후 처음이다.

내년 역시 얼마 전 한은·KDI(한국개발연구원) 등이 전망한 대로 20억∼30억달러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어 국제수지 방어는 이제 물가와 함께 우리 경제의 최대현안으로 떠올랐다.

적자시대가 보여줄 경제의 모습은 어렵지 않다. 벌어들이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으니 통화 수속은 좀 나아질지 모르지만 적정성장을 위해선 외채도입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외채가 누증되면 대외신인도는 떨어지고 채권국의 꿈은 또다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수출부진은또 생산성 둔화로 연결돼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필연적으로 고용감소를 동반할 것이다.

외채증가의 징후는 10월에도 조금 비쳤다.

원유도입에 따른 무역신용이 크게 늘어 10월중 단기성 외채가 8억1천9백만달러나 증가했다. 장기부채는 엔화강세에 따른 엔화표시 외채의 상환으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적자기조가 굳어져갈수록 종국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올 한해 우리 경제의 대외거래를 부실하게 만들고 있는 요인은 수출부진과 수입증가라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되고 있다.

10월만 보더라도 수출증가세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마이너스 5.8%를 기록했다. 반면 수입은 증가세가 전월 18.3%에서 13.4%로 둔화됐음에도 수출실적이 워낙 안 좋아 대폭적자를 발생시켰다.

수출부문의 경쟁력이 현저히 약화된 가운데 최근엔 선박·자동차·신발류 등이 근근히 체면치레를 해주고 있을 뿐이다.

최대의 수출품목인 전자제품만 하더라도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동남아 후발개도국들의 추격을 받아 중·저가품 시장마저 잠식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수입은 자본재·소비재 가릴 것 없이 마구 쏟아져 들어오고 있고 일부 대기업의 경우 자사 경쟁상품까지 들여와 국내시장의 과점체제를 노리고 있어 수입증가세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9월과 10월중 신용장 내도액이 7.2%,4.3% 증가에 그친 데 비해 수입허가서 발급은 무려 63.7%,40.3%가 각각 늘었다.

11월 들어서도 수입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져 수입증가율이 50%를 넘는 사상 최고수준을 보이고 있다.

물론 10월중 수입증가가 폭발적으로 이루어진 데는 원유와 석유화학제품의 가격상승이 큰 몫을 하고 있다.

페르시아만사태 이후 가격폭등시에 선적됐던 물량이 10월 이후 본격 반입되고 있기 때문에 수입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올 원유도입물량은 지난해 2억9천6백만배럴보다 다소 늘어난 3억1천4백만배럴로 예상된다. 지난해 배럴당 평균도입단가가 15.8달러였던 데 비해 올 평균도입단가는 배럴당 20.1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페르시아만사태로 13억달러의 수입증가 효과와 적자발생 요인이 생겨났다. 원유 외에도 관련 석유화학제품의 도입가격이 뛰어 올라 5억∼6억달러의 적자요인이 되고 있다.

이로 미루어볼 때 올 우리 경제의 대외거래적자의 상당부분이 원유가 상승에 따른 것이고 이같은 파급효과는 연말과 내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적자기조를 굳혀 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은은 지난 22일 내년 경제전망에서 유가를 배럴당 23∼25달러로 잡고 연간 25억∼30억달러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측했다. 여타 민간연구소들의 경우 최대 55억달러까지 적자규모를 전망했다.

최근 선물시장에서 원유가가 배럴당 25달러 선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지만 페르시아만 위기가 고조돼 가고 있어 유가추이는 매우 가변적이다.

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3억∼4억달러의 적자요인을 발생시키는 유가가 어느 선에서 멈추느냐에 따라 적자규모의 진폭도 결정될 것 같다.<권혁찬 기자>
1990-12-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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