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의 한소정상회담(사설)

모스크바에서의 한소정상회담(사설)

입력 1990-11-18 00:00
수정 1990-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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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초 한국의 노태우 대통령과 소련의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났을 때 우리 국민들은 물론 전세계가 경탄의 눈초리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비록 제3국에서의 만남이었으나 그것은 동서의 화해,소련의 개혁 및 동구 사회주의권의 붕괴과정이 보여주듯이 전후 냉전체제의 경이로운 종식을 전해주는 또다른 모습이었다.

더구나 두 나라의 과거가 어떠했던가. 한국에 있어서 소련은 오랫동안 적대국이었다. 그 참혹했던 동족전쟁에서 전쟁도발자를 지원하고 후원한 나라였다. 소련은 또한 사회주의 공산당 독재국가의 종주국으로서 우리와는 결코 우호동맹을 할 수 없는 마지막 나라인 것처럼 여겨져왔었다.

이제 시대와 역사는 변전하여 두 나라의 정상이 만났고 수교한 데 이어 우리 국가원수가 그쪽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하게 된다. 그리고 조만간 고르바초프 대통령도 서울에 올 것이다.

한소 양국이 급속한 관계개선 과정을 거쳐 정식수교에 이른 것은 지난 9월30일이었다. 이후 양국은 수교 이전의 속도를 뛰어넘을 정도의 빠른 관계진전을보이고 있다. 정부차원의 각급 사절은 물론 문화ㆍ학술ㆍ체육교류,국민들 상호방문의 급증 등 일취월장의 교류협력을 다지고 있다. 그런 여러 현상들이 한소 관계의 앞날이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실질과제가 바로 경제적 교류와 협력의 문제이다.

노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은 그동안 짧은 기간에 쌓아올린 우호협력의 바탕 위에서 이를 더욱 확산하려는 양국 공동의지의 결실이다. 순수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시베리아 등 소련 곳곳에 산재하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소련으로서도 지난 9월 선택한 이른바 「5백일 계획」 등 경제부양책을 차질없이 실현시키려면 서방으로부터 1백억 내지 2백억달러의 경제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한국에도 20억달러 규모의 경협자금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협만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한소의 국교정상화는 어느 한쪽만이 아닌 양쪽 모두가 나름대로의 필요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당위적인 귀착이었다. 국제정치적으로도 한소 양국은 이제 서로를 필요로 하는 이익의 공통분모를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을 국제공개사회로 유도함으로써 평화적 통일을 앞당겨야 하는 입장에 있다. 유엔에 남북한이 동시가입하고 미·일·소·중 등 4강에 의한 평화의 교차보장이 이뤄지려면 소련의 협력은 필수적인 것이다.

소련 역시 셰바르드나제 외상이 지난달초 블라디보스토크 연설에서 강조했듯이 태평양지역에의 진출을 위해서는 한반도에서의 군축이 실현되고 평화가 정착되는 등 환경변화를 원하고 있다. 소련은 그들의 세계전략과 국가이익 측면에서도 한국에 협조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이 최근 아시아·태평양지역 안보기구의 창설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때문이다.

예상됐던 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한소 당국은 정식수교에 이르렀고 이제 양국의 정상이 상호 교환방문하는 단계에 올라 있다. 그것이 한소간 우호증진과 이익에는 물론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문제해결에 기여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1990-11-1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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