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찾아온 「문화바람」/나윤도 문화부기자(오늘의 눈)

달동네 찾아온 「문화바람」/나윤도 문화부기자(오늘의 눈)

나윤도 기자 기자
입력 1990-11-15 00:00
수정 1990-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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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노원구 중계1동 16번지 2호에 자리한 자투리땅에 이른바 「쌈지공원」이 13일 착공됐다.

중계1동 1통주민 2백가구 1천여 명이 오가는 길목인 불암산 왕바위 기슭엔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퇴락한 흑회색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있다. 몇 집 건너 우뚝우뚝 서 있는 이동식 화장실의 연두색빛이 어설프게 대비돼 보이는 이 동네는 주민들이 하루건너,그것도 졸졸 나오다마는 수돗물 걱정과 또 비탈길에 부지도 없이 들어선 버스종점의 혼잡으로 아이들 학교길이 바늘방석 같아 늘 신경이 곤두서 있는 대표적인 달동네다.

그렇기 때문에 이날 이곳에서 착공된 「쌈지공원」은 이 동네 주민들에게는 사막 속에 신기루처럼 나타난 이단자임에 틀림없었던 것 같다. 또한 주민들은 20년 전에 이곳으로 집단이주해온 이래 마을을 방문하는 가장 높은 분인 문화부 장관과 서울시장도 볼 겸 이래저래 호기심에서 몰려나온 듯했다.

국립국악원 사물놀이패의 지신밟기가 끝나자 천연색으로 잘 그린 조감도를 관할 구청장이 하나하나 짚어가며 공사개요를 설명했고 이어서 참석자들이 첫 삽을 떴다.

그러나 시종 이를 지켜보고 있던 주민들의 표정은 그렇게 반가와하거나 밝아보이지 않았다.

문화부가 신설 원년에 국민문화향수권 신장을 위한 전국토 문화공간화 계획의 역사적 첫 삽질을 이곳에서 하고 있다는 정부의 거창한 의미가 주민들의 가슴에 선뜻 와 닿지 않는 듯했다.

마을 부녀자들은 조감도 한가운데 그려져 있는 빨래터의 파란 물줄기를 보며 그나마 졸졸 나오던 수돗물이 아예 끊겨버리는 것이 아니냐고 수군거렸다.

공원 한귀퉁이에 세우는 수세식 공동화장실을 제외하고는 축제마당도 빨래터도 그늘막 평상도 주민들에겐 별로 반가운 시설이 아닌 듯했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 아냐?」 「쌈지공원이 얼마나 지탱되겠어,금방 흐지부지 될 것 아니야」 하는 등의 갖가지 야유 섞인 말들도 이곳저곳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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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사는 시작됐고 내년 4월이면 쌈지공원이 들어서게 된다. 주민들의 우려나 비아냥을 의식할 때 앞으로 남은 가장 중요한 일은 문화부가 이 공원에 어떻게 부가가치를 부여하느냐 하는 것이다. 다시말해서 주민들이 이곳을 동네사랑방으로,동네의 보배로 스스로 가꿔나가며 문화의 가랑비가 일상생활에 촉촉이 젖어듦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야 쌈지공원에 보내진 주민들의 조소를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꿔놓는 극적인 반전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1990-11-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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