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원명분 찾기”… 머뭇거리는 야권

“등원명분 찾기”… 머뭇거리는 야권

김명서 기자 기자
입력 1990-11-14 00:00
수정 1990-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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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ㆍ민주의 속사정을 알아보면…/지자제 성과 등 손에 쥘 속셈 평민/내심으론 “등원 불가피”… 의견조정 단계 민주

○…평민당과 민주당 등 야권이 국회 등원을 기정 사실화해 놓고서도 마땅한 명분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는 듯한 눈치다.

평민당은 내각제개헌 문제와 함께 등원거부의 대표적 이유였던 지자제문제가 타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털컥 국회에 들어간다는 것이 대내외적으로 설득력이 없고 어딘가 손해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은 지난 7월 의원직 사퇴서 제출을 주도했던 터에 정국상황이 등원을 선언할 만큼 호전됐다고 할 수 없는 데다 「약세 야당」으로서 등원여부에 상관없이 손해볼 것은 없다는 입장에서 눈치를 살피는 듯한 인상이다.

양당의 이같은 고민은 13일 열린 평민당의 당 소속의원 및 당무위원 연석회의가 등원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당지도부에 일임한 점이라든가 민주당의 정무회의가 등원문제에 대한 논란을 벌이다 결정을 유보한 데서도 충분히 감지되고 있다.

이날 현재까지의 양당 움직임을 놓고볼 때는 평민당이 국회 복귀 쪽으로 훨씬 가까이 다가서 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평민당은 지금까지 지자제협상에서 의견일치를 본 사항을 명문화하는 데만 여권이 동의한다면 당장이라도 등원하겠다는 태세다. 지금까지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기초자치단체에서의 정당공천제 문제는 이점만 수용되면 차기 선거 때까지 논의를 유보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민자당은 그러나 12일의 여야총무회담에서 이같은 제의를 거절했다.

그러나 설사 지자제협상이 타결되지 않더라도 조기등원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평민당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평민당이 이날 회의의 결론을 「지도부에 일임한다」로 유도한 점이라든가 소속의원들에게 「지역여론」 수렴을 위한 2∼3일간의 지역구 활동을 벌이도록 한 점 등은 독자등원을 전제로 한 「수순밟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평민당은 지역여론수렴활동과 병행해 여야총무회담을 추진시켜 지자제문제를 매듭짓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협상이 타결되지 않더라도 「지역여론」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회복귀를 결행할 것으로 보인다.

평민당이 이처럼 등원을 기정사실화하기까지에는 「등원거부」가 더이상 대여협상의 「무기」가 될 수 없다는 상황인식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민자당이 단독국회를 강행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등원거부」는 이미 「약효」를 상실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이번 임시국회에서 지자제법안은 반드시 통과시켜야만 내년부터 실행이 가능하다는 시기적인 촉박성과 염광ㆍ함평 보궐선거에서의 압승기류를 정기국회 운영에까지 연장시키겠다는 자체적인 판단 등도 평민당이 등원을 서두르게 직접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평민당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비해 민주당은 내심으로 등원불가피론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겉으로는 찬반 론으로 양분돼 여전히 논의단계에서 맴돌고 있는 양상이다. 소속의원만 놓고 볼때 이기택 총재와 이철 김정길 노무현 의원은 등원반대파로,박찬종 김광일 장석화 허탁 의원 등은 찬성파로 구분된다. 김광일 의원 등은 평민당에 앞서 독자등원을 선언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단 평민당이 등원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린 후에야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3일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린 평민당 소속의원 및 당무위원 연석회의는 국회 등원문제를 놓고 「즉각등원」론과 여야협상 타결 후의 「원칙있는 등원」 주장 및 「등원반대」 주장 등으로 엇갈려 3시간30여분 동안 난상토론.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김대중 총재가 직접 사회를 본 이날 회의에서 평민당 지도부는 내심 염두에 두고 있는 등원여부에 대한 「복안」에 영향을 미칠 「강성발언」의 분출을 우려한 듯 처음부터 비공개로 진행.

김 총재는 회의에 앞서 인삿말을 통해 『정치는 계속적으로 선택을 해나가는 것이지만 한번만 잘못 선택해도 결정적인 잘못을 범할 수 있으므로 국민의 생각과 뜻에 따르는 선택을 하자』며 일단 자신의 의중을 접어두고 토론을 유도.

김태식 대변인은 회의를 마친 뒤 『15명의 발언자 중 민생문제를 고려,더이상 국회를 포기할 수 없다는 의견과 지자제와 관련한 여야협상의 쟁점이 관철되지 않는 한 등원은 불가하다는 강경론 등 양론이 있었으나 강경론이 우세했다』고 설명.

이에 반해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등원여부에 대한 결정을 당지도부에 일임키로 했다는 것은 오늘 회의 자체가 등원시기만 남겨놓은 상태에서 갑론을박을 벌인 것에 불과하다』라고 상반된 주장.

이희천 채영석 정균환 의원 등은 『국민정서로 봐 야당이 등원해 추곡가 등 민생문제에 대해 투쟁해야 된다는 시각이 많다』면서 『지자제는 현재 협상을 통해 얻은 것을 토대로 미타결된 것은 들어가서 따내자』며 등원론을 피력.

이에 비해 유인학 박상천 양성우 의원 등은 『지자제 실시와 날치기 통과를 방지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에 대한 절충내용을 법조문에 가까울 정도로 문서화하지 않는 한 등원은 불가』라는 식으로 「조건부」 등원불가론을 개진.

전날 서울시내 모 음식점에서 회동,의견을 집약한 조윤형 국회부의장 노승환 김종완 이상수 의원 등 통합서명파들은 조 부의장을 통해 『등원을 하더라도 야권통합의 파트너인 민주당측과 협의해 함께 하는 방안을 강구하자』고 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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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비서명 통합파 격인이찬구 의원은 『야권통합이 선행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통합은 의미가 없다』면서 『통합원칙의 합의 또는 제시가 없을 경우 나 혼자만이라도 등원거부나 그 이상의 결심을 할 것』이라고 주장.<김명서ㆍ구본영 기자>
1990-11-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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