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문화교류의 신호등(사설)

남북 문화교류의 신호등(사설)

입력 1990-10-11 00:00
수정 1990-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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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통일축구」의 열기가 달아오르는 가운데 11일에는 미국 뉴욕에서 남북한 영화제가 시작된다. 그리고 오는 18일에는 평양에서 또 「범민족통일음악회」도 열리게 된다.

통일을 위해 「문화」가 정식 교류되기 시작하는 신호들이다. 정치적 남북대화가 경직된 속성 때문에도 난제의 장애물들을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것에 비하면 비정치적 분야의 교류로 왕래의 물꼬를 트는 노력은 당연하고 현명한 방법이다. 스포츠의 교환경기나 순수문화예술의 교류,학술의 교환은 그런 역할을 수행하기에 마땅한 분야들이다.

그중에서도 문화예술의 교류는 특별히 효용성이 높은 분야다. 우선 남북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한핏줄의 동족이므로 아무런 중간장치 없이 문화예술의 내용을 서로 받아들이고 소화시킬 수 있다. 같은 신화와 같은 정의를 지니고 있으므로 똑같은 정서적 반응을 일으키고 몇십년쯤의 인위적 분단쯤은 얼마든지 뛰어넘어 동질성을 확인할 수가 있는 것이다. 잃어버렸던 정감,퇴화했던 감수성을 서로 자극하고 회복하여 진한 우애의 기반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통일음악회」나 「남북 영화교류」가 모두 「남한 밖」에서 출발되고 있는 현상은 겉보기에 주도권이 남쪽으로부터 소외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체제적 한계성 때문에 이쪽의 제의를 무조건 수렴할 수 없는 북측의 형편을 감안하여 오히려 수동적 입지를 선택하고 있는 쪽에 아량이 있는 셈이다.

그런 경위 때문이겠으나 모처럼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 문화예술의 남북 교류는 몇가지 짚어보아야 할 일들이 없지 않다. 이른바 통일음악회의 경우 교류내용을 「순수전통음악」으로 구성한다는 것은 매우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취재진을 한정하는 문제 같은 것에서는 편견이나 협량한 결정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갈등을 푼다는 것은 가장 갈등적인 소인이 풀려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자기편에 친화적인 구성원만을 불러 끼리끼리 어우러질 궁리를 한다는 것은 갈등을 좀더 견고하게 하는 데 기여하게 할 수도 있다. 특히 형제애를 회복해야 하는 육친관계외 사람들은 잘못 편애를 만들면 관계를 악화시킬수도 있다.

「민간」이라는 말이 지닌 순수한 뜻의 민간을 구성하기 위해서도 체제적 이해에 집착하는 방식의 상투성을 빨리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남북 영화제」의 경우에도 몇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정치색 없는 순수 극영화만을 참가시켜 종당에는 그중 몇작품이 교환 상영까지 되게 한다는 것이 취지였었다. 그러나 도중에 정치색 짙은 영화를 고집하고 거부하는 과정을 양측은 겪어야 했고 그 사단 끝에 영화제의 방향이 다소 수정되는 불행을 겪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 결과 모처럼 상호교환의 기회는 천연되고 말았다.



문화교류가 지닌 기능은 「순수한 민족적 동질성의 회복」이라는 데 있다. 그러므로 이것을 정치적으로 오염시키면 그 본래의 기능을 피폐하게 만든다. 북쪽에는 아직도 그 점의 의심을 촉발시키는 요소가 많이 있어 유감스럽다. 우리측은 우리측대로 좀 덤비며 준비성이 약해서 「계략」에 말려들 우려도 없지 않고 성과도 반감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차분히 들뜨지 말고 통일을 위해 실리 있게 추진하기를 바란다.
1990-10-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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