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빗장」 생각보다 단단… 통일은 아직도 멀다”/북녘선 「4.19」식 급진적 변혁 기대못해/상호검증 전제되어야 군축협상 진전/통일열기 한국쪽만 “후끈”… 차분한 접근 바람직
서대숙 교수는 한국의 남북한 문제는 동서독과 다르며 통일의 길은 아직도 요원하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김일성으로부터 김정일로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를 앞두고 있어 매우 어려운 입장에 처해있으며 동서 화해무드와 관계없이 북한은 주체사상을 고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선 북한에는 언제 다녀왔는가.
▲지난 7월6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 갔었다. 작년에는 8월말에 가서 9월초에 나왔다. 자주 다니고 보면 더 실상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갔었다.
○동ㆍ서독 경우와 달라
통일과 남북교류에 관한 견해는?
▲나는 우리나라 통일이 그렇게 쉽게 이뤄지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통일은 아직도 요원하다.
한국에서 모두 마음이 들떠 있는 것은 소련에서 페레스트로이카ㆍ글라스노스트 해서 조금 더 소련이 개방되고 소련에서 공산당을 개편하고 사회주의경제체제를 없애고 자기들도 잘 살아봐야겠다는 입장에서 변하고 있는데다가 동구 나라들이 다 공산당을 없애고 이제는 정말 사회주의국가 경제체제로는 못살겠다 하는데서 나온 것 같다.
경제적으로는 이제는 굶지 않고 먹고 싶은 것 먹고 그런면에서 대내적인 원인으로 이제는 먹고 자고 입고 이런 것은 모두 해결하고 대외적으로도 떳떳하게 나가고 돈도 좀 있고 이러니 이제 나라를 찾아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기분으로 통일에 관한 열기가 굉장한데 우리나라의 통일이라는 것은 남한이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북이 관련돼 있다. 그러니 이북하고 이남하고 같이 하지 않고서는 통일이라는 것이 안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남한에서 이북을 너무 모른다. 이북이 어떻게 돌아간다는 것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괜히 혼자 흥분하고 있다.
이북에서는 아주 완고하게 자기주장을 말하는 그런 곳이다. 지난 해에도 평양에 가서 김일성대학 총장도 만났는데 김일성대학에서 나 아니라도 나같은 사람,외국에서 와서 반공적이 아니고 친한적이 아닌 좀더 객관적으로 남북한사정을 보는 사람들을 그곳의 학생들과 토론하게 하지도 않는다.
「우리 위대한 수령 김일성장군」의 만세를 불러야만 그곳에서 문을 열어주고 「아 이 사람은 애국자다」하는 것이지 아직은 이북이 열려져 있거나 열려지려는 태도는 아니다. 그러니까 통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남한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이북에 있을때도 그곳의 학자들과 임수경양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신들의 운동선수가 이북은 올림픽을 보이콧하는데 어떻게 몰래 남한에 가서 마라톤에서 1등을 하고 노태우 대통령 앞에 가서 인사하고 나는 고향이 평양이니 휴전선을 통해 이북으로 오겠다고 할때 당신들이 받아주겠는가? 그리고 처벌하지 않겠는가』고 물었더니 『우리나라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고 대답했다.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행진하겠다고한 범민족대회의 경우도 그렇다. 이북에서 자기들의 통일주장을 지지하는 재일동포ㆍ재미동포ㆍ재중동포 등 다 모아다가 전국에서 왕왕하고 해서 통일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나는 대한민국 정부나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정부나 다 통일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제도나 민도나 정치적ㆍ경제적 상황이 너무 달라 지금은 안된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아직 통일이 요원하다고 말한다.
○제도ㆍ민도 너무 달라
북한은 다른 세상 다 바뀌어도 바뀌지 않을 무풍지대란 말인가.
▲안바뀐다. 이북의 변화는 이북체제내에서 그 사람들대로의 변화가 와야지 옛날에 있었던 4.19같이 『못살겠다 갈아보자』해서 국민이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김정일은 김정일대로 자기가 정권을 잡으면 무엇을 좀더 잘하고 이루려고 하거나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변화를 가져온다. 그러나 한국에서 상상하는 그런 혁신적인 변화는 없다.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군축문제가 논의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는데 의견이 접근될 수 있을지,또 고위급 회담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지.
△지금 강영훈 총리와 연형묵 총리가 무슨 이유로 만나는지를 나는 모르겠다. 군축문제 같은 것은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것을 보라. 소련과 미국의 경우 얼마나 힘들게 오랫동안 협상을 벌여왔는가. 미소관계가 군축문제로 좋아진 것이 아니다. 소련내의 개혁 등 다른 일로 좋아졌다.
나는 군축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군축은 신뢰를 바탕으로 가능하다. 믿지 못하면 가서 조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양측이 서로 신뢰라는 것은 없다. 남한사람은 이북을 안믿고 이북도 남한을 절대로 안믿는다. 이북에서는 큰 문제가 해결되면 작은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큰 문제부터 해결하자 하는데 큰 문제는 절대로 먼저 해결되지 않는다.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데 올림픽이 실마리가 못됐다. 아시안게임도 남북단일팀이 안돼 실마리가 되지 못했다.
이산가족문제도 남한문제다. 이북에는 이산가족 문제가 없다.
○“북엔 이산가족 없다”
이북에도 이산가족이 있지 않은가.
▲고향을 두고 온 사람들이 남쪽에는 많지만 남쪽 사람들이 북으로 간 사람은 적다. 그때 잡혀간 사람들도 이제 거의 다 죽었다. 1950년대 한국전쟁 때 이북으로 간 사람은 완전히 공산주의자밖에 없다. 경상도나 전라도 사람들은 거의안갔다. 이남에는 피란온 사람들이 하도 많으니까 그 사람들이 고향이나 한번 가보고 가족이나 한번 보고 죽었으면 좋겠다 하는데 지금 보고 싶다는 사람들의 부모들은 벌써 계시지 않는다. 이번에도 내가 이북에 가서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누구라고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그는 이북에다 6살난 딸을 두고 왔다가 어떻게 딸의 소식을 알아서 이북에 갔다. 그 딸이 지금 46살인데 부녀간에 만났으나 정을 못느꼈단다. 그 딸은 6살 때부터 아버지를 떠나 살다가 이제 가족이 있고 또다시 같이 살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하는가.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하느님이 이산가족문제를 해결한다.
한국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한국도 문제가 있다. 동서독 통일하는 것을 보고 『야 이거 우리도 하자』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남한사람들이 동독 서독의 경우를 보고 서독에서 막대한 돈을 투자했는데 우리도 그만큼 투자하면 되지 하는데 한국사람들이 자기를 모르는 것이다. 한국은 서독이 아니다. 개구리가 올챙이시절을 모르는 꼴이다.
○반정ㆍ친북 구분해야
서울에서 89년에 6개월간 강의하셨는데 젊은 학생들의 생각은 어떻게 느끼셨는지?
▲나한테 제일 가슴아팠던 것은 학생들이 공부를 안하는 것이다.
둘째로 한국의 학생들은 정부비판과 친북한 활동을 구별 못한다. 정부에서 잘못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과 친북한 활동을 하는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정치문제로 정부를 비판하는 것,예를 들어 『미군 철수하라,미국 대사관에 CIA등을 대사로 보내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 나라에 사는 지식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무조건하고 이북을 찬양하는 것,주체사상의 주자도 모르면서 얘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한에 대해 공부를 해서 북한을 많이 알아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남한정부에서 하지 말라고 하니까 맹목적으로 이북을 좋아하는 것이 어리석고,대학생답지 않게 보였다.<로스앤젤레스 연합>
□서대숙 하와이대 한국연구소장
▲1931년 중국 간도 용정에서 출생.
▲1946년 월남해 연세대 정외과 1년때인 52년 도미.
▲1964년 미 콜럼비아대에서 「조선공산주의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 취득.
서대숙 교수는 한국의 남북한 문제는 동서독과 다르며 통일의 길은 아직도 요원하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김일성으로부터 김정일로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를 앞두고 있어 매우 어려운 입장에 처해있으며 동서 화해무드와 관계없이 북한은 주체사상을 고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선 북한에는 언제 다녀왔는가.
▲지난 7월6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 갔었다. 작년에는 8월말에 가서 9월초에 나왔다. 자주 다니고 보면 더 실상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갔었다.
○동ㆍ서독 경우와 달라
통일과 남북교류에 관한 견해는?
▲나는 우리나라 통일이 그렇게 쉽게 이뤄지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통일은 아직도 요원하다.
한국에서 모두 마음이 들떠 있는 것은 소련에서 페레스트로이카ㆍ글라스노스트 해서 조금 더 소련이 개방되고 소련에서 공산당을 개편하고 사회주의경제체제를 없애고 자기들도 잘 살아봐야겠다는 입장에서 변하고 있는데다가 동구 나라들이 다 공산당을 없애고 이제는 정말 사회주의국가 경제체제로는 못살겠다 하는데서 나온 것 같다.
경제적으로는 이제는 굶지 않고 먹고 싶은 것 먹고 그런면에서 대내적인 원인으로 이제는 먹고 자고 입고 이런 것은 모두 해결하고 대외적으로도 떳떳하게 나가고 돈도 좀 있고 이러니 이제 나라를 찾아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기분으로 통일에 관한 열기가 굉장한데 우리나라의 통일이라는 것은 남한이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북이 관련돼 있다. 그러니 이북하고 이남하고 같이 하지 않고서는 통일이라는 것이 안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남한에서 이북을 너무 모른다. 이북이 어떻게 돌아간다는 것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괜히 혼자 흥분하고 있다.
이북에서는 아주 완고하게 자기주장을 말하는 그런 곳이다. 지난 해에도 평양에 가서 김일성대학 총장도 만났는데 김일성대학에서 나 아니라도 나같은 사람,외국에서 와서 반공적이 아니고 친한적이 아닌 좀더 객관적으로 남북한사정을 보는 사람들을 그곳의 학생들과 토론하게 하지도 않는다.
「우리 위대한 수령 김일성장군」의 만세를 불러야만 그곳에서 문을 열어주고 「아 이 사람은 애국자다」하는 것이지 아직은 이북이 열려져 있거나 열려지려는 태도는 아니다. 그러니까 통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남한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이북에 있을때도 그곳의 학자들과 임수경양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신들의 운동선수가 이북은 올림픽을 보이콧하는데 어떻게 몰래 남한에 가서 마라톤에서 1등을 하고 노태우 대통령 앞에 가서 인사하고 나는 고향이 평양이니 휴전선을 통해 이북으로 오겠다고 할때 당신들이 받아주겠는가? 그리고 처벌하지 않겠는가』고 물었더니 『우리나라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고 대답했다.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행진하겠다고한 범민족대회의 경우도 그렇다. 이북에서 자기들의 통일주장을 지지하는 재일동포ㆍ재미동포ㆍ재중동포 등 다 모아다가 전국에서 왕왕하고 해서 통일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나는 대한민국 정부나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정부나 다 통일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제도나 민도나 정치적ㆍ경제적 상황이 너무 달라 지금은 안된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아직 통일이 요원하다고 말한다.
○제도ㆍ민도 너무 달라
북한은 다른 세상 다 바뀌어도 바뀌지 않을 무풍지대란 말인가.
▲안바뀐다. 이북의 변화는 이북체제내에서 그 사람들대로의 변화가 와야지 옛날에 있었던 4.19같이 『못살겠다 갈아보자』해서 국민이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김정일은 김정일대로 자기가 정권을 잡으면 무엇을 좀더 잘하고 이루려고 하거나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변화를 가져온다. 그러나 한국에서 상상하는 그런 혁신적인 변화는 없다.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군축문제가 논의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는데 의견이 접근될 수 있을지,또 고위급 회담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지.
△지금 강영훈 총리와 연형묵 총리가 무슨 이유로 만나는지를 나는 모르겠다. 군축문제 같은 것은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것을 보라. 소련과 미국의 경우 얼마나 힘들게 오랫동안 협상을 벌여왔는가. 미소관계가 군축문제로 좋아진 것이 아니다. 소련내의 개혁 등 다른 일로 좋아졌다.
나는 군축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군축은 신뢰를 바탕으로 가능하다. 믿지 못하면 가서 조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양측이 서로 신뢰라는 것은 없다. 남한사람은 이북을 안믿고 이북도 남한을 절대로 안믿는다. 이북에서는 큰 문제가 해결되면 작은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큰 문제부터 해결하자 하는데 큰 문제는 절대로 먼저 해결되지 않는다.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데 올림픽이 실마리가 못됐다. 아시안게임도 남북단일팀이 안돼 실마리가 되지 못했다.
이산가족문제도 남한문제다. 이북에는 이산가족 문제가 없다.
○“북엔 이산가족 없다”
이북에도 이산가족이 있지 않은가.
▲고향을 두고 온 사람들이 남쪽에는 많지만 남쪽 사람들이 북으로 간 사람은 적다. 그때 잡혀간 사람들도 이제 거의 다 죽었다. 1950년대 한국전쟁 때 이북으로 간 사람은 완전히 공산주의자밖에 없다. 경상도나 전라도 사람들은 거의안갔다. 이남에는 피란온 사람들이 하도 많으니까 그 사람들이 고향이나 한번 가보고 가족이나 한번 보고 죽었으면 좋겠다 하는데 지금 보고 싶다는 사람들의 부모들은 벌써 계시지 않는다. 이번에도 내가 이북에 가서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누구라고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그는 이북에다 6살난 딸을 두고 왔다가 어떻게 딸의 소식을 알아서 이북에 갔다. 그 딸이 지금 46살인데 부녀간에 만났으나 정을 못느꼈단다. 그 딸은 6살 때부터 아버지를 떠나 살다가 이제 가족이 있고 또다시 같이 살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하는가.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하느님이 이산가족문제를 해결한다.
한국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한국도 문제가 있다. 동서독 통일하는 것을 보고 『야 이거 우리도 하자』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남한사람들이 동독 서독의 경우를 보고 서독에서 막대한 돈을 투자했는데 우리도 그만큼 투자하면 되지 하는데 한국사람들이 자기를 모르는 것이다. 한국은 서독이 아니다. 개구리가 올챙이시절을 모르는 꼴이다.
○반정ㆍ친북 구분해야
서울에서 89년에 6개월간 강의하셨는데 젊은 학생들의 생각은 어떻게 느끼셨는지?
▲나한테 제일 가슴아팠던 것은 학생들이 공부를 안하는 것이다.
둘째로 한국의 학생들은 정부비판과 친북한 활동을 구별 못한다. 정부에서 잘못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과 친북한 활동을 하는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정치문제로 정부를 비판하는 것,예를 들어 『미군 철수하라,미국 대사관에 CIA등을 대사로 보내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 나라에 사는 지식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무조건하고 이북을 찬양하는 것,주체사상의 주자도 모르면서 얘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한에 대해 공부를 해서 북한을 많이 알아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남한정부에서 하지 말라고 하니까 맹목적으로 이북을 좋아하는 것이 어리석고,대학생답지 않게 보였다.<로스앤젤레스 연합>
□서대숙 하와이대 한국연구소장
▲1931년 중국 간도 용정에서 출생.
▲1946년 월남해 연세대 정외과 1년때인 52년 도미.
▲1964년 미 콜럼비아대에서 「조선공산주의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 취득.
1990-09-0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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