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류」·「범민족」 무산… 전문가 시각

「대교류」·「범민족」 무산… 전문가 시각

김인철 기자 기자
입력 1990-08-14 00:00
수정 1990-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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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대화잣대”는 「통일전선전략」/선전가치 없는 교류는 거부로 일관/외교효과 노려 「고위급」은 응할 듯

「민족 대교류」및 「범민족대회」의 남북 공동개최가 결국은 무산되고 말았다.

노태우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제의한 「민족 대교류」는 북한이 지난 10일 ▲임수경 위문단의 재소자 면회 ▲전민련의 범민족대회 참가 ▲국가보안법의 철폐 등 전제조건을 달아 우리측 방북신청자의 명단접수를 거부함으로써 무위로 끝났으며 판문점에서의 범민족대회(15일)도 전민련·가톨릭사제단 등의 방북과 관련한 신변안전보장을 요구한 우리측의 최종제의(13일)를 북한측이 끝내 외면함으로써 이뤄질 수 없게 됐다.

이와관련,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민족 대교류」와 「범민족대회」의 남북 공동개최가 성사되지 못한데는 우리 정부의 정책적 혼선도 한 몫을 했지만 그보다는 북한이 기본적으로 그쪽 사회를 개방할 만한 준비를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그러나 이같은 남북간의 냉기류가 오는 9월4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고위급(총리)회담 본회담 개최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김창순씨(북한 문제연구소이사장)는 『고위급회담의 경우 북한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그러나 북한은 고위급회담을 통해 남북간에 산적한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기 보다 우리 정부의 「반민족성」및 「반통일성」을 공격하는 정치선전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고위급회담에서 그들이 주장해온 정치·군사문제를 앞세워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완화→군축→미군 및 핵무기철수→한반도의 비핵지대화→평화통일여건조성」 등의 논리를 펴면서 『통일을 가로막는 세력은 바로 한국 정부』라는 주장을 대내외에 천명하려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범민족대회」개최및 「민족대교류」 제의를 놓고 남과 북이 티격태격했으나 북한은 이미 「계획된 전략」에 따라 이를 무산시키는 절차를 밟은 것으로 분석된다는 게 김창순씨의 주장이다. 김일성은 이미 지난 5월23일 시정연설에서 「조국의 통일을 위해 북과 남,해외의 모든 정당·사회단체와 여러 조직들,각계층 인사들을 망라하는 전민족적인 통일전선을 형성해야 한다』고 못박았는데 이는 곧 북한이 책임있는 당국간의 대화가 아닌 「전민족적 통일전선전략」에 따라 한반도의 통일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앞으로도 남북 대화의 실질적인 진전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지난 7월5일 조평통(위원장 허담)의 성명을 통해 남북 접촉왕래에 관한 3원칙을 발표했는데 이 원칙에서 『통일문제의 해결과 결부되지 않고 순수 특정한 계급 계층의 이익에 복무하는 내왕이나 접촉은 나라의 현 분열상태를 고정화하는 데 이바지할 뿐』이라고 주장한 것은 북한이 이산가족의 상호방문등과 같은 인도적 교류에는 전혀 관심이 없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최근 「민족대교류」 제의와 관련,국가보안법철폐등과 같이 우리 정부가 현재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전제조건을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도흥렬교수(충북대)도 『북한이 여러가지 이유를 달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교류나 대화자체를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하고,그러나 고위급회담의 경우 한소 관계개선을 지연시키고 북·미 관계개선을 앞당기는 전략적 차원에서 비록 결실을 거두기는 어렵다 해도 응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교수는 또 『가능하면 북한의 주장을 적극 수용,교류를 성사시키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명백히 전달됐다는 점에서 성사여부와 관계없이 최근의 남북간 공방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당국과 사전 의견조정과 같은 절차를 무시하고 「민족 대교류」를 추진함으로써 적지않은 혼선을 야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야할 큰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북한측에도 남북간의 인적 교류가 「발등의 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고 언젠가는 이에 대비할 수밖에 없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이다.〈김인철기자〉
1990-08-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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