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동독에 한창 자유화의 바람이 불어닥치자 북한은 서둘러 5백명을 넘는 유학생들을 소환했다. 영사관에서 평소 이들의 여권을 보관하고 있어 소환조치는 간단히 이루어졌다. 또 비슷한 시기에 체코에서도 수백명의 북한 유학생들이 수업을 중도 포기한 채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폴란드나 불가리아와 같은 다른 동구국가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동구권에서 일고 있는 자유화의 엄청난 바람이 북한에까지 밀어닥칠 것을 우려한 대응조치였다. 밖에 나가 있는 사람들을 모두 불러들이고 문을 꼭꼭 잠금으로써 바깥세상과 단절시키겠다는 궁여지책으로 이런 발상이 나왔다고밖에 볼 수가 없다. 북한과 오랫동안 우호관계를 맺어온 동구의 국가들이 문을 활짝 여는 판인데,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체코에서 만난 북한의 한 유학생은 『그렇다고 자유화의 실상이 감춰지겠느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최근 북한은 그동안 소련과 합영으로 운영해온 모스크바시내의 「평양식당」의 문을 닫았다고 들린다. 김일성배지를 단 종업원들이 일하고 있는 이 식당은 얼마 전부터 모스크바방문 한국인들이 대거 이용함으로써 단순한 식당의 범위를 넘은 어떤 의미를 우리에게 주어왔다. 그런데서 심심찮은 화제를 전하기도 했다. 그것은 이곳이 남북한 사람들이 쉽게 만나고 여러 대화를 나누는 장소가 돼왔기 때문이다. ◆바로 그이유 때문에 북한은 이곳마저도 폐쇄한 것으로 생각된다. 「만남의 장소」로 활용되는 것이 북한은 싫었고 불안했을 것이다. 저들이 당초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이곳이 남한 인사들의 모임장소가 되고,북한의 관계자들이나 유학생들과의 대화가 달갑지 않았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문을 닫는다고 대화·교류가 막아지겠는가. 또 언제까지나 이런 식으로 기피할 것인가.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위적으로 막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만나고 대화의 장을 폭넓게 펼쳐나가는 것이 지금 중요하다. 북한은 그것을 알아야 된다.
1990-08-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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