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회합에 무슨 조건인가(사설)

민족 대회합에 무슨 조건인가(사설)

입력 1990-07-27 00:00
수정 1990-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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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남북한관계가 왜 이 정도로 비틀거리며 진전이 없는지 서글프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범민족대회 참가문제를 협의하러 북한쪽 사람들이 온다고 해서 이제 무언가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 아니냐는 기대로 전국민은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저쪽의 대회준비위원회 대표들은 판문점에까지 왔다가 되돌아갔다. 도대체 민족의 이름으로 대회를 한다면서 무슨 조건과 전제가 그리 많은가. 과연 민족이란 무엇인가. 그들은 바로 이 원초적인 문제에서부터 일을 그르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꼭 범민족대회만은 아니다. 물론 남북한 각계각층의 모든 민족구성원과 해외동포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통일염원을 집약하며 통일의 함성을 부르짖음은 그 자체가 통일을 향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범민족대회 추진을 위한 예비회담이 남북의 호혜적인 양보로 성공을 거두고 그 결과 대표만이 아니라 남북한 어느 곳 어느 계층의 평범한 보통주민들도 서울과 평양을 오갈 수 있는 계기가 이룩될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이더 컸던 것이다.

다시 돌아간 그들 「대표」들의 행동을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그들이 저들 당국자들의 밀명을 받고 재량권 없이 서울에 오려 했다면 일은 아예 당초부터 성사되기 어렵게 돼 있었다. 범민족대회에 전민련등 특정 선별단체만 참가시켜야 한다는 그들 원칙과 고집이 변경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듭 강조하건대 범민족대회는 북한측이 과거 대남공작적 차원에서 이용해온 정치협상의 분위기 조성을 위한 선전과 선동의 무대로 활용되어서는 안된다. 체제와 이념은 인위적이요 가변적인 것이지만 민족구성체는 역사와 시간위에서 엄숙하고 불변하는 존재이다. 범민족대회즌 따라서 어디까지나 남북한 동포와 해외동포들의 통일염원을 응집시키는 거족적 행사로서만 민족적 대의와 의미가 돋보이는 것이다.

그간의 과정과 경위에 비추어 북한측이 참가자의 범위등 전제조건을 고집한다면 우리측의 범민족대회 참가노력은 좌절될지 모른다. 그에 따른 책임과 질책은 모두 북한측이 감수해야 한다. 범민족대회는 또한 우리측이 추구하고 있는 「민족대교류」의 한 과정이요 단계인 것이다. 북한측이 그것을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7ㆍ20민족대교류선언정신은 구현될 것이고 민족대교류는 구체적으로 실천될 것이다.

북한측은 이 기회에 남한사회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이해해야 한다. 북한측이 선별해서 참가를 요구하는 전민련은 지금까지 우리 정부 당국과 통일접근노력이나 자세에 있어 많은 차이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민족」앞에 경건한 마음으로 그 대회에 각계각층의 전민족 구성원이 참여하기로 의견의 일치를 보인 것이다. 북한은 정부당국과 전민련이 보인 의견일치의 깊은 의미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화해추세 속에서 지금 세계의 이목은 한반도에 집중되고 있다. 그것이 민족대교류이건,범민족대회이건 남북한은 이 기회에 어떤 형태로든 대화하고 교류해야 한다. 남북문제 해결에 관한 한 지금 남북한은 중대한 시기를 맞고 있다. 선택여하에 따라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시기인 것이다.
1990-07-2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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