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백의 농민 설득/박국평 제2사회부기자(현장)

도백의 농민 설득/박국평 제2사회부기자(현장)

박국평 기자 기자
입력 1990-07-20 00:00
수정 1990-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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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식없는 대화에 민원도 눈녹듯…

18일 아침,충남도청은 정ㆍ후문이 모두 잠겨진 가운데 정문에서는 30대로 보이는 농민3명을 대상으로 30여명의 전경이 삼엄한 경제를 펴고 있었다.

3대30,좀처럼 보기 드문 묘한 대치였다.

청양군농민회 회원이라는 이들 청년들은 전날 동료 10여명과 함께 대전에 와 시내 모성당에서 하룻밤을 지낸뒤 이날 출근시간에 맞춰 도지사 면담을 요청하자 이에 놀란 경찰이 철통경계에 임한 것이다.

1시간여의 대치끝에 면담요청이 받아들여져 상오10시45분쯤부터 이들과 심대평도지사가 자리를 같이했다.

조성호씨(36ㆍ청양군 농민회장) 등 농민들의 요구는 와촌경지정리지구(청양군 정산면 와촌리 등 3개리 1백32㏊)의 경지정리가 잘못돼 수확 감소가 예상되므로 이를 보상해 달라는 것.

이에 심지사는 『이 면담은 농민대표가 아닌 경지정리지역 농민들과의 대화』라고 못박은뒤 『이왕이면 같이 온 해당지역 농민들을 모두 들어오게 하자』고 제의,일행 12명이 잠시후 회의실에 입장했다.

심지사는 이들이 자리에 앉기를 기다리며 『이중 와촌지구에서 온 분들은 손을 들어보라』고 요청하자 정작 손을 든 사람은 3명뿐이었다.

이들 역시 늦은 경지정리와 잘못된 땅고르기,얕은 복토 등을 지적,보상 등의 대책을 호소했다.

심지사는 『와촌지구는 지형적인 여건상 경지정리사업이 힘든 곳인데도 주민들의 희망에 따라 다른곳의 ㏊당 평균사업비 9백50만원보다 1백50만원이 많은 1천1백만원씩을 투입했다』고 설명하고 『경지정리로 인해 올해 감수된 것을 보상하라면 내년부터 증수되는 몫은 국가에 내놓겠느냐』고 반문하는 등 이들을 차분히 설득하고 하자보수 등을 약속했다.

농민과 도백과의 대화가 1시간가량 계속된 뒤 예상보다 빨리 공감대가 형성,처음 격하기만 했던 농민들의 목소리도 차분히 가라앉았다.

11시50분쯤 심지사가 『못다한 말이 있으면 하오에 다시 만나 주겠다』며 자리를 뜨려하자 참석자중 한사람이 『할 말이 있다』며 마이크를 들었다.

이 순간 심지사는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당신은 농민이 아니지 않느냐. 이 자리는 당신이 나설 곳이 아니다. 공부나 계속해라. 당신 가슴속엔 애국심도 없느냐』는 등 속사포로 호통을 쳤다. 마이크를 쥐었던 이모씨(충남대중퇴ㆍ전 카톨릭농민회간부)는 멍하니 서 있었고 심지사는 농민들과 악수를 나눈 뒤 유유히 퇴장했다.
1990-07-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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