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비 답신으로 본 양국관계 전망

고르비 답신으로 본 양국관계 전망

이경형 기자 기자
입력 1990-07-19 00:00
수정 1990-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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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소수교 구체화 단계로/상항 정상회담의 성과 가시화/대소경협 상품 차관형식 될 듯/9월 남북고위급 회담엔 긍정적 효과 기대

6ㆍ4 샌프란시스코 한소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성과가 양국 정부차원에서 처음으로 가시화되었다.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이 노태우대통령이 보낸 친서의 답신친서를 통해 「한소 양국 관계증진을 위한 구체적인 협의를 시작하자」며 한국 정부대표단의 방소를 마슬류코프 제1부수상 명의로 초청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따라 오는 8월초 김종인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장관급)을 단장으로 하고 김종휘 대통령외교안보보좌관을 포함하는 관계부처 고위관계자들로 구성하는 방소 정부대표단을 파견키로 18일 결정했다.

노­고르비간의 친서교환및 이에따른 한소 정부레벨에서의 공식회담 개최는 양국 정상이 이미 합의한 수교원칙과 경제협력을 본격적으로 구체화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한소 양국의 상호 관계개선의 시각에는 기본적으로 수교와 경협이라는 두개의 목표를 두고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느냐는 데 대한 다소의 견해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경제협력을 가속화시키고 대소 투자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국 수교를 통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따라서 선수교야말로 양국 관계증진의 최단 지름길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소련측은 「양이 질을 변화시킨다」는 인식아래 한소 양국간의 활발한 경제교류 협력이 축적되어 갈 때 자연히 양국 관계정상화,즉 국교수립이 이뤄진다는 시각이다.

물론 양국간의 이러한 수교와 경협의 우선순위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양국 관계증진,정상화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만큼 그 괴리가 큰 것은 아니다.

한소 양국 정부대표단의 8월초 모스크바에서의 대좌에서 논의될 의제는 대충 양국수교ㆍ경협ㆍ통상증진ㆍ과학기술협력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수교문제와 관련,우리 정부는 가급적 연내수교를 목표로 모든 가능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노대통령이 「각료급사절단을 조속히 소련에 파견해서 양국 관계를 정상화해 나가자」(6ㆍ9일자 친서)고 제의한 데 대해 고르바초프대통령은 「노대통령이 전하고 싶은 사항을 위해 필요한 어떤 인사를 대표단에 포함시켜도 좋다」(7ㆍ6일 답신친서)고 밝힌 것은 한국측의 본격적인 수교협상을 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답신친서에는 소련의 경제담당부수상이자 소련 국가경제 개발계획을 오랫동안 관장해왔던 마슬류코프 제1부수상을 한국대표단의 초청자로 지목했고 기본적으로는 「한국경제대표단」이라고 명시하고 있어 소련측이 경협에 우선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한소 정부대표들의 모스크바 대좌는 양국 수교를 타결하기 보다는 상호의 의중과 카드를 읽어보는 타진회담의 성격이 짙은 가운데 수교를 위해서는 한두차례의 회담이 서울과 모스크바를 오가며 더 있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수교의 원칙 재확인,후속회담의 합의,양국 외무장관회담 개최원칙합의등 수교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성과는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구체적인 수교의정서 교환등은 양국 외무장관사이에 이뤄질 성격이라고 볼때 오는 9월 유엔등에서 최호중­셰바르드나제 한소 외무장관회담 개최가능성이 크며 아니면 10월쯤 양국 외무장관이 모스크바나 서울에서 공식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경협문제로 소련측은 상당한 비중으로 한국측에 자신들의 의중을 내보일 것으로 보인다. 고르바초프의 핵심측근이며 각료회의 제1부의장이자 경제담당부총리인 마슬류코프 제1부수상을 우리 정부대표단의 카운터 파트로 지목한 것이나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서부터 그를 배석시켜 대한 창구로 일찌감치 점찍어 놓은데서도 고르비가 한국과의 경협에 얼마나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가를 입증하고 있다.

정부당국자는 소련이 정부차원에서 경협규모나 방법에 대해 한번도 우리측에 의견을 제시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우리측의 복안을 일체 내비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소련측은 여러 경로를 통해 대퍅 50억달러 규모의 경제협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대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소련측이 소비재 부족에 상당한 곤경을 겪고 있고 상품대금결재수단이 어려운 점을 감안,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상품차관 방식으로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의 대소 투자 특히 목재등 자원개발(시베리아진출),소련의 첨단과학기술의 대한 이전및 생산과의 연계등도 심도있게 논의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우리측은 투자보장협정,이중과세방지협정 등 경제관계 증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수교가 급선무임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노대통령이 지난달 9일 비외교 경로인 신현확 삼성물산회장을 통해 친서를 보낸 데 대해 고르바초프대통령이 소련전당대회(7월2∼13일)의 와중인 지난 6일 답신친서를 썼고 지난주 외교경로를 통해 사전에 노대통령에게 친서내용을 전달해왔으며 16일 외교행낭을 통해 친서문서가 우리측에 공식접수된 것은 비수교국가간에는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파격적인 사례이다.

이런 점등을 감안할 때 한소수교는 늦어도 연말까지는 현실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8월의 한소 정부간 회담은 9월초로 예정된 남북 고위급회담에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며 한소 관계정상화는 장기적으로 남북한 관계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이경형기자>

◎노대통령 친서

지난 6월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진 각하와의 회담이 우호적인 분위기속에서 상호유익하고 진지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던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샌프란시스코회담은 한반도의 긴장완화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회담은 한소 양국간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모든 분야에 걸친 두 나라의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확대발전시켜 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전기가 되었음을 확신합니다.

본인은 동북아와 한반도 긴장완화,안정에 대한 각하의 관심이 높은 만큼 이를위한 소기의 성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두 나라간의 우의증진과 모든 분야에 걸친 협력관계 증진을 위해 각료급 사절단을 조속한 시일내에 한소에 파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 사절단을 통해 관계증진에 필요한 협의를 하며 동시에 두나라 실무자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두 나라 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고르바초프 답신

각하가 보내주신 친서에 대해 답신을 드립니다.

이번 기회를 빌려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 6월 가진 각하와의 회담이 매우 유익했음을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

본인은 각하께서 양국간의 지속적인 접촉을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신 것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각하께서 동의하신다면 샌프란시스코회담에 배석했던 마스류코프 제1부수상으로 하여금 한국 경제대표단을 초청토록 지시하고자 합니다.

본인은 이 대표단에 각하께서 전하고 싶은 사항을 위해 필요한 어떠한 인사를 포함시켜도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1990-07-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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