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회담 앞두고 상대방 의중만 탐색/“통일의 전단계”… 공약수 도출이 과제로
내외의 관심을 모았던 미 스탠퍼드대 주최 남·북한·미 3자간 군축학술회의는 군축에 접근하는 근본적 입장의 차이로 뚜렷한 합의점을 도출해 내는 데 실패한 채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타진,이해의 폭을 넓히고 향후 군축논의를 계속한다는 합의만을 이끌어낸 채 7일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비록 큰 성과는 없었다 할지라도 3개국 학자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방안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며 앞으로 군축실현의 가능성을 연 작은 시작이라는 데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국전 종전이후 계속된 치열한 군비경쟁과 남북한간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적개심과 불신,그리고 군축문제가 안고 있는 복합성 때문에 남북한간의 군축이 빠른 진전을 이루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일 것이며 군축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단 남북한이 비록 민간학자들의 모임이라고는 하지만 서로 상대방의 의중을 어느 정도 탐색했으며 또 이것이 결국은 정책당국자들에게까지도 전달될 것인 바 이를 바탕으로 남북의 양 당사자가 상대방의 입장중에서 어느 선까지는 수용이 가능한지,또 자신의 입장중에서 변화의 소지가 있는 것은 어떤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은 틀림없다.
또 이번 학술회의 말고도 곧 고위급회담 본 회담이 개최될 전망으로 있는등 남북한 당국자들간의 대화가 재개되는 추세에 있고 이번 회의에서 그 시기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이같은 회의를 계속하기로 합의했으므로 만남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처음의 광범한 의견차 속에서도 하나씩 접근점을 찾을 대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전망은 물론 남북한 양측이 장기간에 걸쳐 성의있는 대화를 계속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새삼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은 군축에 접근하는 남북한의 입장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우선 북한은 지난 5월31일 발표한 한반도 평화안 10개항을 공식입장으로 해여기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이 평화안은 군축을 모든 것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어 군축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남북한 사이에 신뢰를 구축할 수 없고 통일을 위한 대화도 성공시킬 수 없으며 협력과 교류도 실현할 수 없고 조국의 평화통일도 이룩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군비통제가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에 도달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과다한 군비가 있기 때문에 서로를 의심하고 자신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세력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라면 불신과 적대감이 군비의 과대를 부른다는 게 한국의 입장인 것이다.
이같은 기본 입장의 큰 차이 때문에 이번 회의도 역시 과거의 많은 남북한간 회의와 마찬가지로 서로 자신의 주장만을 되풀이하다 끝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같은 입장차이가 단 한번의 회의로 해소되리라 기대한 사람은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을 것이며 큰 격차를 보이는 남북한 입장중에서 어떻게 최대공약수를 찾아내 둘을 하나로 접합시키느냐가 앞으로 남북한이 풀어야 할숙제로 남게 됐다.
이번에 스탠퍼드대학에서 남북한 군축학술회의가 열릴 수 있었던 데는 미소간의 냉전종식에 따른 화해와 개방의 조류가 동유럽을 거쳐 동북아까지 그 여파가 밀려오는등 한반도 주변정세의 급변에 힘입은 바 크다.
이제 남북한간에 군축문제를 논의할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고 있다. 멀지 않아 개최될 총리급 고위당국자회담 본회담에서도 군축문제가 논의될 것이지만 군축은 이제 통일에로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치지 않으면 안되는 절대명제인 것이다.
한반도의 군축논의는 따라서 앞으로 좀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군축논의가 과거 남북회담 예에서 보듯이 단지 몇번의 만남만 유지하다가 종식되지 않기 위해서는 작은 시작에서 군축이란 큰 열매를 맺기까지 다양한 밑거름을 주어야 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군축에 임하는 남북 양 당사자들의 진지한 태도일 것이다.〈스탠퍼드=유세진특파원〉
내외의 관심을 모았던 미 스탠퍼드대 주최 남·북한·미 3자간 군축학술회의는 군축에 접근하는 근본적 입장의 차이로 뚜렷한 합의점을 도출해 내는 데 실패한 채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타진,이해의 폭을 넓히고 향후 군축논의를 계속한다는 합의만을 이끌어낸 채 7일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비록 큰 성과는 없었다 할지라도 3개국 학자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방안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며 앞으로 군축실현의 가능성을 연 작은 시작이라는 데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국전 종전이후 계속된 치열한 군비경쟁과 남북한간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적개심과 불신,그리고 군축문제가 안고 있는 복합성 때문에 남북한간의 군축이 빠른 진전을 이루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일 것이며 군축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단 남북한이 비록 민간학자들의 모임이라고는 하지만 서로 상대방의 의중을 어느 정도 탐색했으며 또 이것이 결국은 정책당국자들에게까지도 전달될 것인 바 이를 바탕으로 남북의 양 당사자가 상대방의 입장중에서 어느 선까지는 수용이 가능한지,또 자신의 입장중에서 변화의 소지가 있는 것은 어떤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은 틀림없다.
또 이번 학술회의 말고도 곧 고위급회담 본 회담이 개최될 전망으로 있는등 남북한 당국자들간의 대화가 재개되는 추세에 있고 이번 회의에서 그 시기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이같은 회의를 계속하기로 합의했으므로 만남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처음의 광범한 의견차 속에서도 하나씩 접근점을 찾을 대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전망은 물론 남북한 양측이 장기간에 걸쳐 성의있는 대화를 계속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새삼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은 군축에 접근하는 남북한의 입장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우선 북한은 지난 5월31일 발표한 한반도 평화안 10개항을 공식입장으로 해여기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이 평화안은 군축을 모든 것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어 군축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남북한 사이에 신뢰를 구축할 수 없고 통일을 위한 대화도 성공시킬 수 없으며 협력과 교류도 실현할 수 없고 조국의 평화통일도 이룩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군비통제가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에 도달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과다한 군비가 있기 때문에 서로를 의심하고 자신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세력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라면 불신과 적대감이 군비의 과대를 부른다는 게 한국의 입장인 것이다.
이같은 기본 입장의 큰 차이 때문에 이번 회의도 역시 과거의 많은 남북한간 회의와 마찬가지로 서로 자신의 주장만을 되풀이하다 끝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같은 입장차이가 단 한번의 회의로 해소되리라 기대한 사람은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을 것이며 큰 격차를 보이는 남북한 입장중에서 어떻게 최대공약수를 찾아내 둘을 하나로 접합시키느냐가 앞으로 남북한이 풀어야 할숙제로 남게 됐다.
이번에 스탠퍼드대학에서 남북한 군축학술회의가 열릴 수 있었던 데는 미소간의 냉전종식에 따른 화해와 개방의 조류가 동유럽을 거쳐 동북아까지 그 여파가 밀려오는등 한반도 주변정세의 급변에 힘입은 바 크다.
이제 남북한간에 군축문제를 논의할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고 있다. 멀지 않아 개최될 총리급 고위당국자회담 본회담에서도 군축문제가 논의될 것이지만 군축은 이제 통일에로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치지 않으면 안되는 절대명제인 것이다.
한반도의 군축논의는 따라서 앞으로 좀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군축논의가 과거 남북회담 예에서 보듯이 단지 몇번의 만남만 유지하다가 종식되지 않기 위해서는 작은 시작에서 군축이란 큰 열매를 맺기까지 다양한 밑거름을 주어야 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군축에 임하는 남북 양 당사자들의 진지한 태도일 것이다.〈스탠퍼드=유세진특파원〉
1990-07-0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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