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흔들리는 중동평화/텔아비브「5ㆍ20 유혈참사」의 배경과 파장

다시 흔들리는 중동평화/텔아비브「5ㆍ20 유혈참사」의 배경과 파장

곽태헌 기자 기자
입력 1990-05-22 00:00
수정 1990-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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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인 거주지에 유태인 이주가 발단/아랍권선 관광버스 습격… 「피의 보복 악순환」가능성

군복차림의 한 이스라엘 청년이 20일 텔 아비브 근처에서 팔레스타인인 노동자들을 무차별 난사한 사건은 한동안 잠잠했던 이 지역의 해묵은 민족분쟁에 또 한번 기름을 부은 격이 되고 있다.

이날의 총기사고로 7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사망했으며 이 소식을 전해들은 가자지구 및 요르단강 서안지구 등 이스라엘 점령지역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폭동이 벌어져 이스라엘군이 발포,8명이 사망하는 등 모두 15명의 사망자와 6백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최악의 유혈참사가 빚어졌다.

21일에는 이스라엘의 나자레드시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동료들이 학살당한 것에 격분,이스라엘경찰들과 총격전을 벌였으며 요르단의 암만에서는 한 팔레스타인인이 프랑스인들이 탄 관광버스에 총을 난사,수명이 부상당하는 등 이번 유혈충돌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일의 참사는 지난 87년 12월 시작된 팔레스타인인들의 인티파다(봉기라는 뜻의 아랍어)이후 두번째의 대형사건으로 기록되고 있으며 지난 29개월여에만 모두 6백88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군인과 정착민들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즉시 통금을 실시했으나 수천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를 무시하고 가두시위를 벌이며 이스라엘군에게 투석전을 전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등 아랍권에서는 즉각 비난성명을 발표하면서 「대학살」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고 나서 그칠줄 모르던 이곳의 분쟁이 또다시 세계의 관심을 모으게 됐다.

PLO지도자들은 이날의 학살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총파업과 학교휴교를 촉구하는 한편 ▲유엔 안보리의 긴급개최와 ▲국제조사단이 이스라엘군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점령 지역은 지난 67년 제3차 중동전때 이스라엘이 이집트와 요르단으로부터 획득한 곳으로 1백70만의 팔레스타인인들과 7만명의 유태인들이 함께 거주하고 있는 곳.

그런데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소련ㆍ동구거주 유태인인들의 신엑소더스(대탈출)로 팔레스타인인들의 거주지역에 유태인들이 밀고들어오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의 불안이 높아져왔다.

이스라엘내 강경파인 리쿠드당소속 샤미르총리는 「대이스라엘건설」정책을 표방하며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유태인들의 영입에 노력을 기울여 이들을 점령지역에 1인당 3만달러의 정착 보조금을 주면서 이주시켜왔다.

이에 대해 미국ㆍ소련 등도 우려를 표시해왔고 PLO는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중동평화를 깨뜨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은 강력한 저항을 계속할 것』이라고 별러왔었다.

점령지구에서의 팔레스타인인 자치권 인정등 대팔레스타인 온건책을 표방해온 노동당도 『점령지구에 대한 유태인들의 잠식정책은 이스라엘을 영원한 전쟁국가로 만드는 자충수』라며 샤미르총리를 비난하고 있다.

이처럼 이스라엘 내외에서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샤미르가 이주정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그의 요지부동인 시온주의와 동구의 민주화개혁으로 이들 동구권 국가들과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것 등이 주요 요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동구권 공산국가들은 67년 중동전이후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를 끊고 이스라엘의 영토확장 정책을 비판해왔다.

특히 지난 60년대말부터 시작된 소련내 유태인들의 귀국은 그동안 연간 수백∼1천명 정도에 불과했었으나 지난해에는 1만2천명으로 급격히 늘었고 올해에는 15만명으로 예상되고 있어 샤미르의 「대이스라엘건설」정책을 두고 팔레스타인들과의 관계에 긴장이 고조돼 왔다.

샤미르총리는 20일 팔레스타인들의 폭동과 관련,『이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잔인무도한 행위』하고 강변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제를 호소하고 나섰으나 PLO는 『이번 사건이 샤미르총리의 강경정책의 결과』라고 주장하면서 일전불사를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양측간에 정치적 해결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유혈폭력 사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곽태헌기자>
1990-05-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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