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선생님답게(사설)

선생님을 선생님답게(사설)

입력 1990-05-15 00:00
수정 1990-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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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는 참 이상한 징후가 있다. 믿어야 할 것은 불신하고,믿지 않아야 할 것은 맹신한다. 그 때문에 아주 크고 소중한 것을 잃어가고 있고,못쓰게 만들어 가고 있다. 그중의 대표적인 하나가 「선생님」이다.

학교는 불신하고 「학원」에 맹목적으로 의존하고,「과외선생님」에게서는 보석이라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학교선생님」에 대해서는 소홀하고 존경심을 길러 주지도 않는다. 38회 교육주간의 슬로건이 『선생님을 선생님답게』라고 정해진 것은 우리의 잘못되어 가는 징후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인 것 같다.

『선생님을 선생님답게』하자는 말은 대단히 평범해 보이고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절박하고도 쉽지 않은 과제다. 적어도 지금의 우리 현실로서는 이 온당하고 범상한 일조차 바로잡기가 힘든 지경에 이르러 있다.

그 원인은 아주 구조적이어서 학부모 탓만도 선생님 탓만도 학교 탓만도 정책 탓만도 아니다. 너무 오래 왜곡되어서 바루는 일이 새로운 왜곡을 부르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울 지경이다. 그러나 지금 힘들더라도 그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바로잡을 기회는 점점 더 멀어지고 만다.

우선 제일 중요한 일은 『선생님을 선생님답게』하는 일에 국가ㆍ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법적ㆍ제도적인 뒷받침이 전폭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나라가 「선생님」을 소중히 여기고 대접하고 그럴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일은 나라를 위한 당위이기도 하다. 교육은 우리의 장래를 위한 입력장치이다. 그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순기능의 배양이다.

그렇게 중대한 소임을 맡고 있는 「선생님」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서 사는 사람들만큼 호강스럽게 살것까지는 없어도 조촐하고 떳떳하게 가족을 부양하고 비굴하지 않게 품위를 지킬만한 생활인은 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사회는 그정도를 보장해야 한다.

경제적 생활만이 아니다. 교육이라고 하는 고상한 전문직을 천직으로 선택한 사람다운 교권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필수적이다. 가르치는 일 이외의 잡무나,비 전문가인관리가 「선생님」들 일에 잘못 간여하는 횡포는 없어야 한다.

학부모들이 할일도 아주 중요하다. 요즘의 학부모는 옛날과 달라서 「선생님」보다 유식하고 학력이 높은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옛날의 학교는 보다 현대적이고 발달한 생활과 만나는 장소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못하다. 이런 객관적 사정때문에도 학생들은 「선생님」을 홑으로 보기 쉽다. 여기에다 학부모의 경솔함과 점수경쟁에 대한 잘못된 이기심으로 「선생님」을 적극적으로 오염시킨다.

그러나 자녀가 선생님에게서 배우는 것은 기능이 아니다. 전인격으로 흡수한다. 「선생님」에게 훌륭함이 없는 경우에 조차도 인격의 도야를 영향받고 그리고 지식을 전달받는다. 학부모는 학생을 위해 「선생님」을 존경하는 것이 훨씬 득이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더욱더욱 중요한 것은 「선생님」들 자신의 정진이다. 「선생님의 길」은 세속적인 영화를 약속하는 길은 처음부터 아니다. 어렵고 힘들지만 보람있고 뜻깊은 인생이다. 그걸 위해 스스로 연찬하고 연마하고 사랑하는 품성을 지탱해야 한다.
1990-05-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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