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제도 개혁의 방향(사설)

사법제도 개혁의 방향(사설)

입력 1990-03-31 00:00
수정 1990-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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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연구계획」은 담고 있는 내용이 혁명적이라고 할 정도여서 비상한 관심을 끌게 된다. 그것은 건국 이후 40여년간을 유지해온 법원의 조직과 운영방법 등 현행 사법제도의 기본골격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라 그 결과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연구계획의 골자는 지금까지의 관료,권위주의적인 사법운영을 시민중심적으로,일반시민들의 편익위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 평가할 만하다고 여긴다.

또한 이 사법제도의 대개혁안은 대법원이 민주화 추진과 함께 급변하고 있는 국제정세에 발맞추어 2천년대에 대비한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법행정의 선진화를 꾀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것임에 틀림없다.

지금까지 우리의 법원은 일반시민들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라는 인식을 주어온 게 사실이다. 관료적ㆍ고답적ㆍ권위적이라는 비난이 여기에서 생겨났다. 재판은 으레 오래 걸리는 것이고,비용이 많이 들고,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법원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은 그것이 시민들과 함께 있지 않고 언제나 그 위에서 존재하는 것처럼 돼 왔기 때문이다. 재판의 신속화나 사법부에 대한 신뢰회복 등이 논의되고 지적돼 온 것도 이런 요구 때문이었다. 관할지역이나 법관에 따라 형량에 차이가 나고 법적용의 문제로 법관의 자질문제가 심심찮게 제기되어온 게 현실이기도 하다. 더구나 산업사회의 발전으로 인한 복잡해진 이해관계에 따른 문제의 해결과 해소를 위해 특수전문법원의 설치를 많은 사람들은 그동안 기대해왔다.

이같은 여러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이번의 개혁안에 포함된 ▲양형기준제 ▲간단한 사건을 처리하는 민원창구식 법정신설 ▲전문재판부 설치 ▲1심의 단독판사제 ▲순회심판소 설치 ▲가정법원 확대 등은 대체로 일반인들이 느껴온 불편을 없애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여 채택될 경우 좋은 반응을 받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 계획안은 각국에서 좋다고 하는 방안을 모두 포함하고 있고 또 실제로 지금까지 제기되어온 것들을 모두 망라하고 있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대법원의 발표안이 어디까지나 연구계획안이고 테마에 지나지 않고 있음을 잘 알고 있으나 모든 방안을 교과서식으로 다 나열하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우리의 현실을 외면한 탁상공론적인 방안에 그치게 할 염려를 주고있다. 이점 충분한 고찰이 있기를 당부한다.

구체적으로는 법조일원화제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일정한 법조경력과 연륜이 있는 변호사,검사 또는 대학교수 중에서 법관을 임명하는 문제는 자칫 판사의 지위를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이게 되고 또 변호사,검사가 법관이 될 경우 특정인이나 집단의 이해관계를 대신할 부작용이 없지 않다. 10년 후 정식판사로 임명하는 판사보제도 법관수급에 차질을 가져온다는 측면에서 이의 보완대책이 있어야 하겠다.

문제는 앞으로 사법제도의 개혁은 사법부의 선진화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현실이 충분히 고려되고 2천년대의 우리의 위상에 알맞는 대개혁의 의지가 담겨져 있어야 한다.
1990-03-3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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