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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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0-02-17 00:00
수정 1990-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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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우리두 고래등같은 기와집에 장기판만한 형님 문패 하나 걸어 보고 삽시다…』­도둑질을 해서라도 굶고 있는 가족을 살려 보겠다는 결심을 한 아우가 무능하고 용렬한 형에게 술주정을 하는 대목이다. 소설 「오발탄」의 한 대목이다. ◆「장기판만한 문패」를 달고 살아보는 것,그것은 한국적 생활인의 일차적 꿈이다. 그 문만 열고 들어서면 가장이 왕이 되어 소우주를 경영하는 오붓한 성역. 우리에게 「집」은 단순한 주거만이 아니다. 뿌리를 내리고 표류하지 않고 살아가게 하는 근거다. 그래서 유난히 「집」에 집착하는 것이 우리네 사회다. ◆집에 대한 생각이 그렇다 보니까 『집없는 설움」에 여간 민감한게 아니다. 세를 들어 사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집한칸 없이 떠돌아산다』고 말한다. 외국처럼 임대아파트가 거의 대부분인 나라에서라면 이런 말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그게 우리식 정서다. 「주인집 아이」에게 제아이가 구박을 맞고 들어와도 세방살이하는 부모는 참아야 하고,화장실 수돗물 대문 초인종 따위로 신경전을 벌여야 한다. ◆살아가는 동안의 신경전은 또 아무것도 아니다. 1년만 되면 집을 비우라고 한다. 세를 왕창 올리거나 시도 때도 없이 비우라고도 한다. 밸상하는 대로 하면 멱살잡이라도 하고 싶지만 그게 다 집없는 신세가 당면한 부득이한 일이다. 지금 난리가 난 것은,집가진 사람이 이런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나라에서 참견을 하겠다는 발표가 났기 때문이다. 집주인들이,당한 만큼 그대로 세입자에게 씌우겠다는 반응이 나온 것이다. ◆결과가 이렇게 된 것에는 「집」에 대한 우리식 관념과 주택의 공급부족,현실감각의 차이따위가 복합으로 작용한 것이다. 「동냥은 못하나마 쪽박은 깨지 말아야」할텐데,하는 것마다 어려운 사람만 힘들게 만든 꼴이 되었다. 아무리 잘하려던 일이라도 결과가 나쁘면 책임이 돌아오게 마련이다. 서로가 못할 짓이다.

1990-02-1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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