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방화와 자구책(사설)

연쇄방화와 자구책(사설)

입력 1990-02-15 00:00
수정 1990-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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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주택가 연쇄방화사건은 좀처럼 멈추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방화수법과 그 시간과 대상들이 확산되어가고 있다. 화염병과 부탄가스통도 사용되고 아파트의 차량에도 방화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지방확산의 기미마저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되니 모방행위가 첨가되고 있다는 심증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모방현상이 시작되었다면 이는 또 이것대로 사태를 더 확대시킬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제 경찰의 전문적 분석대로 이 사건은 어느 정신질환자의 해프닝쯤으로 볼 단계는 지난 것 같다. 조직적 범죄일 가능성이 크게 보이고 그리고 또 이것이 조직적이라면 사회적 혼란같은 것을 노리는 보다 큰 의도적 행위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무엇보다 먼저 할 일은 이 사태에 대한 우리의 반응과 태도를 냉정하게 가져야 하는 일일 것이다. 특히 혼란을 노리는 범죄일 가능성에 대해서 그러하다. 우리가 혼란되지 않을 때에만 이 범죄의 목표는 무의미해진다. 우리가 혼란스러워질 경우엔 비록 방화범을 잡았다손 치더라도 여전히 혼란의가능성을 갖고 있는 사회임을 보여줄 뿐이다.

물론 우리는 이 범죄의 추적을 철저히 해야 한다. 경찰도 좀더 과학적 심리적 추적을 해야 할 것이고 이미 시작된 생활구역별 주민의 자구적 노력도 체계화되어야 할 것이다. 경찰이나 주민이나 같이 이 기회에 어떻게 안전한 삶의 환경을 관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연습의 과제로도 쓰여야 할 것이다. 이미 이 며칠 사이에 방범근무의 조직이 어떻게 운영되어야 효율적이냐에 대해 많은 맹점과 새 지혜들이 확인되었다. 많은 집들이 소화기를 새로 비치하는 일을 하게 된 것도 괜찮은 변화이다. 특히 강력범 폭증의 경향속에서 어차피 우리는 주민간의 자구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현실적 요구를 갖고 있었다.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한데 묶어 생각할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사태의 확산과 반비례하여 더 침착해질 필요가 있다. 사례가 늘어난다고 더 당황해서는 안되고 더욱 공포적 분위기를 표현해서는 안될 것이다. 상식적으로도 이 사건이 의도적인 것일수록 이러한 사회심리적 추이가 가장 중요한 유의점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지금 이 시점에 있어 우리 모두의 가장 명백한 대응은 더이상은 놀라지 않고 사태를 사실만으로 점검하는 심리적 침착성의 자구책일 것이다.

우리는 기실 어떤 영역의 사건이든 이를 보다 부풀려 보는 센세이셔널리즘에 익숙해왔다. 이 익숙함은 또 보다 큰 사건,보다 큰 제목들을 오히려 바라는 심정적 습성까지 만들어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굳이 이론들을 들추지 않더라도 안정된 사회란 센세이셔널리즘이 쉽게 통용되는 속에서는 이뤄지지 않는다. 안정된 사회란 바로 모든 국민들의 평상심속에 먼저 안정감이 깃들일 때에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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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02-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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