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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컥 지정, 의료진 없는 감염병원만 덜렁… 말뿐인 ‘병실 1만개’

덜컥 지정, 의료진 없는 감염병원만 덜렁… 말뿐인 ‘병실 1만개’

김상화 기자
김상화, 최치봉, 황경근 기자
입력 2020-03-04 02:02
업데이트 2020-03-04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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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담병원 운영 시작부터 ‘삐끗’

지방의료원·공공병원 43곳 우선 확보
‘부실 우려’ 울진군의료원 반발에 취소
중증환자 치료까지 역할 확대됐지만
안동·포항·김천 감염내과 전문의 ‘0명’
광주지역 전염병 전문의 고작 1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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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운데 20일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 앞에서 의심 환자들이 관련 검사를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 뉴스1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운데 20일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 앞에서 의심 환자들이 관련 검사를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 뉴스1
정부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환자 치료를 위해 지정한 ‘시도별 감염병 전담병원’ 운영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3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3일 범정부대책회의를 갖고 전국 지방의료원과 공공병원 등 43곳을 시도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했다. 병실 1만개를 확보해 코로나19 확진환자를 신속히 치료하기로 했다.

하지만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에만 급급한 나머지 뒤늦게 전담병원을 해제하는가 하면 정작 환자를 돌볼 의료인력 확보에는 늑장 대처하고 있다. 감염병 전문의도 턱없이 부족, 전담병원 운영도 전문성이 떨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일 울진군의료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해제했다. 군의료원이 울진군에 하나뿐인 종합병원이라 5만여 지역민들의 의료서비스에 한계가 있을 것을 우려한 반발 때문이었다. 전담병원은 42곳으로 줄었고, 병실 100여개 확보 계획도 차질이 생겼다.

전담병원은 애초 코로나19 경증환자를 치료할 계획이었으나 정부가 이달 들어 새 치료체계를 마련함에 따라 앞으로 중증환자를 치료하게 되면서 역할이 커졌다.

그러나 전담병원들은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경북의 전담병원인 안동·포항·김천의료원 3곳 모두 인력난에 시달린다. 포항의료원은 밤새 코로나19 확진환자가 23명 늘어 이날 모두 136명이 치료받고 있다. 내과 의사 3명 등 의사 22명, 간호사 96명이 밤낮으로 입원 환자를 돌보느라 파김치가 됐다. 최근 며칠 새 약 20명의 간호사가 격무 등을 견디지 못하고 사직서를 내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안동의료원도 내과 의사 4명에 당직 가능한 의사 20명, 간호사 80여명이 확진 입원환자 85명을 돌보고 있다. 하지만 환자 증가로 1개 병동을 더 열어 150병상을 모두 가동하면 환자를 돌볼 인력이 없다. 특히 이들 3개 의료원에 감염내과 전문의는 전무하다. 이윤식 안동의료원장은 “앞으로 내과 의사 최소 3명을 포함해 10명, 간호사 50명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시 전담병원도 코로나19 확진환자 치료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광주시가 빛고을 전남대병원(1인실 35개 병상)과 광주시립제2요양병원(24개 병상) 2곳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했지만 감염병 전문의가 전남대병원에 1명만 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이런 상태에서 확진환자가 밀려들면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제주도는 제주의료원, 서귀포의료원, 제주대병원 등 3곳에 병상 464개를 확보했지만 인력과 장비가 부족해 정부에 의사 9명, 간호사 77명, 이동형 음압기 71대 등의 지원을 요청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코로나19 전담병원에 확진환자를 돌볼 의료 인력이 없으면 병원은 환자를 수용하는 공간에 불과할 것”이라며 “가장 시급한 것은 코로나19에 전문성을 갖춘 감염 내과 전문의를 확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지금이라도 의료 인력 충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도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근본 원인인 인력 부족은 해결하지 않은 채 간호사 개인의 노력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라는 정부와 병원의 태도가 의료인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2020-03-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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