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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란 때 日이 탐냈던 건 우리 도예가”… 기술자립 통한 극일 강조

“임란 때 日이 탐냈던 건 우리 도예가”… 기술자립 통한 극일 강조

이재연 기자
이재연 기자
입력 2019-08-07 22:32
업데이트 2019-08-08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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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日수출규제 이후 첫 현장 행보

문 대통령, 부품 소재기업 방문
문 대통령, 부품 소재기업 방문 문재인 대통령이 7일 경기 김포시 월곶면 (주)에스비비테크를 찾아 생산시설을 둘러본 뒤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수입에만 의존하던 정밀제어 감속기의 자체 생산에 성공하고 자동화용 구동장치 등으로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2019. 08.07.
도준석 기자pado@seoul.co.kr
‘日 수입품 대체재 개발’ SBB테크 방문
“동서고금 막론하고 기술력이 나라 살려”
직원들 “국산화시킬 수 있는 기회될 것
인력 부족·정부지원 필요” 토로하기도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한 7일 국내 최초로 로봇용 정밀 감속기의 국산화 기술 개발에 성공한 중견기업 SBB테크를 방문해 직원들의 어려움을 청취했다. 문 대통령은 “임진왜란 때 일본이 탐을 냈던 것도 우리의 도예가, 도공들이었다”며 기술 자립을 통한 일본 경제보복의 정면 돌파를 주문했다.

경기 김포시 월곶면에 있는 SBB테크는 반도체·LCD장비, 로봇 등 정밀제어에 필요한 감속기, 베어링을 생산하는 업체다. 1993년 볼펜용 베어링에서 시작해 일본 수입에 의존하던 로봇용 정밀 감속기(하모닉 감속기)의 국산화 기술 개발까지 성공했다. 감속기는 로봇, 자동화 장비의 필수 부품으로, 모터 힘을 감속시켜 큰 힘을 얻기 위한 장치다.

류재완 대표이사는 감속기 가공실 공정을 소개하며 “감속기 자체는 (일본이 수출 제한하는) 전략물자에 포함되지 않지만, (핵심 부품인) 베어링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감속기 모듈 판로가 어떻게 되느냐”, “(로봇 대기업에) 곧 납품이 되느냐”, “지금 수출 규제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데 SBB로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는…”이라며 관심을 표시했다. 류 대표이사는 “저희가 완벽하게 국산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잘되시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임직원 30여명과 약 20분간 가진 간담회에서는 판로 확보를 위한 품질 검증, 성능검사 표준화, 연구개발(R&D) 인력 지원에 대한 요청이 쏟아졌다.

나영준 차장은 “일본 선도업체의 벽이 높아 검증되지 않은 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데 (기업들이) 주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내 부품 기업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기대했다.

정재호 사원은 “국내에서 공인인증을 받을 수 없어 고객사로부터 신뢰를 얻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임진규 차장은 “중소기업이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특히 일본과 직접 경쟁하다 보니 인력, 자원이 부족해 어려움이 있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 협조를 해 준다면 우리 제품들이 품질, 단가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재원 사원은 “고교 2학기부터 현장에 일찍 나와 실습하고 현장 이해도가 높아졌는데 기숙사 시설이 낡았다”며 “중소기업 인력에 대한 주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병역특례업체의 실제 혜택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기술력이 한 나라를 먹여 살린다”며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모든 나라가 기술력 강화에 힘쓴다”며 “스위스가 시계를 포함한 정밀산업의 ‘메카’가 된 것은 종교 박해를 피해 스위스로 온 기술자를 잘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떠올렸다.

중소기업 R&D 지원, 대·중소기업 상생 등 구체적 지원책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지출이 세계 1위다. (지출을) 더 중소기업 쪽에 배분해야 한다”며 “이 국면에서는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쪽에 배분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중소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도 대기업 납품에 늘 어려움을 겪는다. 품질 검증 공인제도가 마련된다면 대기업이 믿고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행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에게 지원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들이 국산 부품·소재 구입과 공동 개발, 원천기술 도입 등 상생 노력을 할 때 기술력도 성장하고 우리 기업들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날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 조치 발표 이후 국내 로봇 제조 기업들과 성능·신뢰성 평가를 추진하기로 했다”며 “추가경정예산 지원, 수요기업 연계를 통해 조기에 대규모 양산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2019-08-0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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