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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시작 1시간 뒤 “살려달라” 호소했지만 묵살

훈련시작 1시간 뒤 “살려달라” 호소했지만 묵살

입력 2014-09-04 00:00
업데이트 2014-09-04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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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내몬 특전사 포로체험 훈련

충북 증평 제13공수특전여단에서 부사관 2명이 포로 체험 훈련 도중 질식사하는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군의 안전불감증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군 당국은 ‘전투형 강군’을 목표로 미국에서 실시하는 실전 같은 훈련을 올해 도입했지만 정작 사고 예방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가운데 강행했다는 비판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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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밤 충북 증평의 제13공수특전여단 예하부대에서 훈련 도중 부상당한 전모(23) 하사가 3일 대전 유성구 국군병원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다. 대전 연합뉴스
지난 2일 밤 충북 증평의 제13공수특전여단 예하부대에서 훈련 도중 부상당한 전모(23) 하사가 3일 대전 유성구 국군병원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다.
대전 연합뉴스
특전사의 포로 체험 훈련은 영국 공수특전단(SAS)이 1960년대 개발한 생존·도피·저항·탈출 훈련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SAS 훈련은 포로가 된 요원의 머리를 가리고 팔을 뒤로 꺾어 수갑을 채운 뒤 심문실로 옮겨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도 실시하고 있지만 종종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극한 훈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관계자는 3일 “미국 특전부대에서 시행하는 훈련을 실전감 있게 하기 위해 올 4월부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면서 “오는 15일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예행연습 차원에서 처음 실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육군에 따르면 13공수여단 병력 24명은 지난 1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포로 체험 훈련을 진행했다. 지난 2일 오후 훈련에 참여한 10명은 손과 발을 포박당한 상태로 방수 처리된 폴리에스테르 재질의 검은 두건을 쓰고 8명은 독방에, 2명은 2인 1실에 감금됐다. 두건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으로 통풍이 잘 안 되는 재질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건을 씌우고 목 쪽의 줄을 어느 정도 조인 상태에서 오랜 시간 호흡할 수 있는지 철저히 확인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발생 당시 현장에는 4명의 훈련통제관이 훈련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고 지원요원 2명이 총 9개의 방으로 이뤄진 모의훈련장 복도를 오가며 방 안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훈련 도중 고문 등 인권을 유린할 만한 행동은 없었다”면서도 “훈련 시작 1시간 뒤쯤 일부 장병들이 ‘살려 달라’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통제관과 지원요원들은 훈련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소리친 것으로 이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훈련 중 고통을 호소하는 대원이 발생했을 경우의 대처 상황에 대한 매뉴얼을 사전에 마련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특히 고참 특수부대원들조차 경험해 보지 못한 위험한 훈련을 2~3년차의 하사들에게 무리하게 적용했고 훈련 참가 장병들의 적응 상태를 보지 않고 훈련 강도를 높여 사전 준비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외국에서는 이에 대한 노하우가 쌓여 있어 교육생에 대한 수위 조절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4-09-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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