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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1954년 김일성·마오→ 2015년 朴대통령·시진핑

톈안먼 1954년 김일성·마오→ 2015년 朴대통령·시진핑

입력 2015-09-03 15:28
업데이트 2015-09-0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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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년만에 달라진 한중·북중관계 반영…동북아 新질서 태동 동북아 주요 국가 정상으로 변화 주도하는 위상도 확인中 지렛대 북핵 압박’한미 동맹’ 발전적 관리는 과제

61년의 역사는 중국 톈안먼(天安門) ‘성루’ 외교의 풍경을 뒤바꿔 놓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일 중국의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 참관을 위해 톈안먼 성루에 나란히 올랐다.

61년전인 1954년 당시 북한의 김일성 주석과 마오쩌둥(毛澤東) 국가주석이 함께 한 자리이다. 공산주의 두 지도자는 중국 건국 5주년 기념 열병식을 함께 참관하며 한국전쟁을 함께 한 ‘항미원조(抗美援朝)’의 혈맹국임을 과시했다.

톈안먼 성루 주인공의 변화는 반세기가 조금 넘는 시간동안 한중관계와 북중관계가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10년 인연의 ‘라오펑여우(老朋友·오랜 친구)로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톈안먼에서 손을 맞잡은 것이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고, 대신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세계가 지켜보는 성루 외교 무대 단상에서 시 주석 오른편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바로 옆자리에 자리했고, 반면 최룡해 비서는 멀리 떨어진 오른쪽 끝에 위치했다.

중국의 혈맹으로 불리는 북한의 지도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톈안먼 성루에 오른 것은 한중관계의 질적 도약 및 변화된 북중관계, 더 나아가 동북아의 역동적인 역학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장면이라는 평가다.

◇ “새로운 단계 도약하는 한중관계” = 우선 한중 관계 차원에서 보면 1992년 수교 이후 발전한 양국 관계의 현주소와 향후 발전 방향을 드러보이는 의미가 있다.

국교를 맺은 이후 한중 관계는 경제 교역 위주로 발전하면서 경제 관계는 뜨겁지만 정치·안보 협력은 그에 못 미치는 이른바 ‘경열정냉(經熱政冷)’ 상태가 계속됐다.

이에 따라 북한의 도발로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는 등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결정적인 상황에 중국이 사실상 북한편을 드는 일이 적지 않았다. 중국은 천안함 및 연평도 사건 때도 북한을 옹호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및 시진핑 체제 출범과 북한의 3차 핵실험 등 도발이 맞물리는 등의 상황이 계속되면서 북한 문제에서 막혔던 한중간 외교·안보적 협력이 과거보다는 진전된 모습을 보였다.

실제 한중 정상은 전날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 억제에 공감하고 북한이 민감해하는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

특히 북한 대표로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베이징(北京)에 와 있는데도 시 주석이 박 대통령과 민감한 이슈에 대해 논의했다는 점에서 한중 관계가 이제는 ‘경열정열(經熱政熱)’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도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과 관련,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 ‘냉랭한 북·중관계’ 재확인 = 한중관계의 발전된 모습과 대비돼 달라진 북중 관계도 이날 톈안먼 성루에서 다시 드러났다.

박 대통령과는 ‘급’(級) 차이가 있지만, 중국과 과거 혈맹 관계였던 북한의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성루 앞열에 위치했지만 시 주석 오른쪽 끝에 자리해 위치가 박 대통령과 너무 대비됐다.

박 대통령은 취임이후 이번까지 모두 6차례 시 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2011년 집권 이래 시진핑 주석을 아직 못 만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자에 “중국의 열병식에는 시 주석의 진정한 친구가 옆에 서게 되는데,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은이 아니라 한국의 박 대통령”이라며 “이런 모양새가 북한과 중국이 얼마나 냉랭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이 미국, 일본 등 전통적인 동맹·우방국 정상은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사회주의 이념적 전통을 지닌 중국, 러시아의 정상과 나란히 무대에 선 것 또한 동북아 신(新) 질서의 태동을 엿볼 수 있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을 결정하고, 톈안먼 성루에 오른 것은 동북아 신질서 재편을 주도하고, 군사대국화를 시도하는 일본도 견제하면서 중국을 지렛대로 북한핵문제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열겠다는 ‘정면돌파’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시 주석은 전날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겨냥,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같이 했고 “한반도가 장래에 한민족에 의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미동맹 = 하지만 ‘미국과 동맹을 중시하면서도 중국과 이익의 조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른바 연미화중(聯美和中) 전략을 추구하는 가운데 한미동맹을 잘 관리해야 하는 박 대통령의 외교적 과제 또한 톈안먼 성루 외교가 던져주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으로 한미 동맹 관계가 우리 외교 및 안보의 중심축인 상황에서 미국과 대립하는 중국과의 관계 발전이 자칫 한미 관계에 ‘좋지 않은 시그널’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전승절에는 미국 및 미국 우방국 정상이 불참했으며 미국 워싱턴 조야 일각에는 우리 정상이 중국의 군사 퍼레이드(열병식)을 참관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상이 서서 군사 퍼레이드를 지켜본 것과 달리 박 대통령은 차분한 표정으로 선글라스를 끼고 자리에 앉아 참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이번 참관이 갖는 외교적 함의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박 대통령은 다음 달 16일 워싱턴에서 진행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워싱턴 일각에서 감지되는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키고 한미 동맹 관계를 공고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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