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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70% “내 노력보다 ‘부모의 재력’이 성공의 조건”[2023 청년 부채 리포트(상)]

청년 70% “내 노력보다 ‘부모의 재력’이 성공의 조건”[2023 청년 부채 리포트(상)]

민나리 기자
민나리, 유규상 기자
입력 2023-08-22 17:52
업데이트 2023-08-23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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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해도 보상 못 받는 사회

23.7% “부모보다 가난하게 살 것”
부동산으로 富 불리는 시대 끝나
성장률 침체·일자리 부족 등 원인
34% “나 자신을 ‘저소득층’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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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DB
서울신문DB
개인의 노력만으로 계층의 사다리를 오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사라진 시대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은 옛말이 됐고, 거듭된 실패를 무마해 주는 ‘부모의 재력’이 성공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잡았다. 당장 청년층부터 성공의 열쇠는 ‘자신’이 아니라 ‘부모’가 쥐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나아가 이들에게는 기성세대만큼 잘살 거란 기대조차 남아 있지 않다.

서울신문이 만 19~39세 청년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젊은이들의 이 같은 비관적인 인식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개인의 노력’과 ‘부모의 경제적 지위’ 중 자녀의 성공에 무엇이 더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를 묻자 10명 중 7명(209명·69.7%)이 부모의 경제적 지위를 꼽았다.

개인이 아무리 애를 써도 그에 걸맞은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인식이 이러한 생각의 바탕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설문에서 우리 사회가 노력한 만큼 보상을 해 주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8.6%(86명)만 긍정적인 답변(매우 그렇다·그런 편이다)을 내놨다. 응답자의 41%(123명)는 부정적인 답변(전혀 그렇지 않다·그렇지 않은 편이다)을 내놨다.

노력이 보상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그리는 미래가 밝을 리 없다. 부모의 재력이 곧 성공의 척도라고 여기지만 실상 그런 부모만큼 잘살 자신조차 없다고 느낀다. 청년들에게 ‘부모 세대보다 가난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71명(23.7%)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아니라고 답한 응답자는 148명(49.3%)으로 절반에 가깝기는 했으나 산업화 이후 수십년간 고도성장을 이어 온 한국 사회에서 윗세대보다 가난한 세대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많다고 보기도 어렵다.

부모 세대가 쌓은 만큼의 부를 획득할 수 없을 거라고 믿는 이유에 관한 질문(중복응답)에는 집값 상승에 따라 부동산으로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시대가 저물었기 때문이라는 응답(49명·69.0%)이 가장 많았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었던 기성세대와 달리 월급만으로는 내 집 마련 자체가 불가능할뿐더러 저출산 기조로 주택 수요도 줄어들어 앞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예전처럼 미친 듯이 오를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뒤이어 ‘정체된 경제성장률’ 때문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44명(62.0%)이었으며 ‘양질의 일자리 부족’, ‘사회적 불평등 심화’ 때문이라는 응답도 각각 26명(36.6%)이었다.

앞으로 집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청년은 많지 않았다. 현재 집을 갖고 있지 않은 청년(265명·88.3%) 중 자가 보유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회의적인 답변을 내놓은 응답자가 절반(129명·48.6%)에 달했다. 15.8%(42명)는 자가를 보유할 수 없을 것으로 봤고, 나머지 32.8%(87명)는 집을 살 수 있을지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근로소득만으로는 집을 살 수 없게 된 상황에 고금리 현상까지 이어지면서 자가 마련에 대한 청년들의 바람은 더욱 요원해졌다.

당장 자신의 경제적 지위가 부모와 비교했을 때 낮은 상태라고 인식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았다. 응답자 중 자신을 ‘저소득층’으로 인식하고 있는 청년은 103명(34.3%)이었는데, 이들 중 부모가 ‘고소득층’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7명(6.7%)이었으며, ‘중산층’이라고 답한 사람은 49명(47.6%)이었다. 절반 이상의 ‘저소득층’ 청년이 자신은 부모보다 낮은 경제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여겼다.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청년(188명

·62.7%)의 경우 대부분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중산층(145명·77.1%)이라고 답했지만 고소득층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15명(8.0%) 있었다. 청년 응답자의 4명 중 1명(23.7%)이 부모보다 낮은 계층에 속한다고 인식했다.

청년들에게 5년 후 자신의 경제적 지위가 어떻게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지를 묻자 4명 중 1명(77명·25.7%)은 이렇게 답했다. ‘지금과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
민나리·유규상 기자
2023-08-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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