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보수가 외면한 보수 정부

[열린세상] 보수가 외면한 보수 정부

입력 2024-05-14 04:02
업데이트 2024-05-14 04:0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尹 대통령, 보수 지지 26% 포인트 하락
중도 이탈보다 ‘등 돌린 보수’ 더 심각해
보수 지지층부터 복원해야 국정 회복

민심의 평결은 매서웠다. 한국의 유권자들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에 176석을 몰아준 반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에는 108석만 허용했다. 집권당에 호의적이지 않은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새로운미래를 고려하면 반대당 연합의 규모는 192석에 달한다. 반대당 연합은 무제한 토론의 종결 및 신속처리 안건 지정 동의에 필요한 180석을 확보해 국회 의사 운영과 관련한 적극적 의제 통제권을 틀어쥐었다. 집권당은 법률안 재의 의결 및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을 방지할 수 있는 100석을 넘겨 국회 의사 운영과 관련한 소극적 의제 통제권을 유지하는 데 가까스로 성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5년의 전 기간에 걸쳐 분점 정부 상태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헌정사 최초의 행정부 수반인 셈이다.

윤 대통령이 0.8% 포인트 득표율 차이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이번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에서 드러난 5.4% 포인트 득표율 차이의 함의는 심대하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 선거 연합이 사실상 붕괴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선거 결과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민주당 후보자와 국민의힘 후보자의 득표율 합계가 80%를 넘어선 235개 ‘양당 경쟁’ 지역구 가운데 211개 지역구에서 지난 대선과 비교해 반대당에 유리한 표심 이동을 뜻하는 ‘블루웨이브’를 관측할 수 있었다. 여당이 승리한 83개 지역구 가운데 72개 지역구에서 평균 9.4% 포인트 규모, 민주당이 승리한 152개 지역구 가운데 139개 지역구에서 평균 9.9% 포인트 규모의 ‘블루웨이브’를 각각 관측할 수 있었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 10명 가운데 1명은 이번 총선에서 지지 정당을 변경했다는 짐작이 가능한 대목이다.

윤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했던 유권자 선거 연합을 복원하려면 보수 지지층을 동원하는 행동에 나서거나 중도 부동층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보수 지지층 동원에는 반대당 연합이 장악한 국회와의 대결과 반목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강경 전략’이 효과적이다. 반면 중도 부동층 설득에는 국회와의 타협과 절충을 가시화하는 ‘온건 전략’이 효과적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에게 보수 지지층 동원을 위한 강경 전략 혹은 중도 부동층 설득을 위한 온건 전략 가운데 어느 쪽도 실행에 옮기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지난 3월 넷째 주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서 보수 유권자들의 긍정 평가는 65%, 부정 평가는 27%였다. 중도 유권자들의 긍정 평가는 23%, 부정 평가는 68%였다. 5월 둘째 주의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서 보수 유권자들의 긍정 평가는 39%, 부정 평가는 52%였고 중도 유권자들의 긍정 평가는 20%, 부정 평가는 70%였다. 국회의원 선거를 사이에 두고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보수 유권자들의 대통령 지지율은 무려 26% 포인트 하락했고, 중도 유권자들의 대통령 지지율은 3% 포인트 소폭 감소했다. 거의 모든 지역구에서 현저했던 ‘블루웨이브’가 집권당이 중도 부동층 설득에 실패한 결과가 아니라 보수 지지층 동원에 실패한 결과였다고 유추할 수 있는 이유다.

결국 보수 집권당의 선거 패배는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 선거 연합에서 보수 지지층이 이탈한 결과였다는 짐작이 가능하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 선거 연합의 다른 한 축이었던 중도 부동층은 선거 이전에 이미 자신들의 지지를 철회한 상태였다고 볼 수 있다. 보수 유권자의 지지를 회복하기에는 그 이탈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난관이 있으며, 중도 유권자의 지지를 복원하기에는 그 이탈 시점이 지나치게 이르다는 어려움이 있는 셈이다. 남은 3년의 임기 동안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관련한 전략적 선택이 궁금한 까닭이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

이미지 확대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
2024-05-14 26면
많이 본 뉴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당신의 생각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5월 21일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