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럽발 에코의 반격에 대비해야

[기고] 유럽발 에코의 반격에 대비해야

입력 2024-05-14 04:02
업데이트 2024-05-14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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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해 환경보호와 소비자 안전이 기업 경영의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 보호와 안전에 대한 이니셔티브 없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에코’(Eco)라는 단어의 개념 정의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 유럽연합(EU) 의회는 ‘에코디자인 규정안’을 통과시키며 에코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의를 확립했다. 에코디자인은 제품 개발 과정과 공급망을 포함한 제품 주기 전반에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으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품과 서비스는 앞으로 EU 시장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하게 된다. 또한 대상 품목이 모든 물리적 상품으로 확대되고 기존 에너지 효율성 외에 내구성, 재사용 가능성, 수리 용이성 등 지속가능성 요건이 크게 강화됐다.

주목할 사항은 ‘디지털 제품여권’의 도입을 명문화했다는 것이다. 규정안은 기업의 정보 제공 의무를 강화해 제품의 지속가능성, 관리지침 등 상세 정보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 제품여권에는 환경·노동·탄소배출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저장되고 공개된다. 그 자체로 기업의 ESG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소비자들이 ESG 정보를 여권을 통해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업들이 탄소배출·인권·안전·노동문제 등 ESG의 개별 사항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개선해 여권에 기재하는 것이 필수 과제가 됐다.

그동안 EU가 주도권을 갖고 적극 추진해 온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핵심원자재법(CRMA), 공급망실사지침 등 주요 기후변화 대응 조치들이 모두 디지털 제품여권에 등록돼 관리되는 프로세스가 완성되는 것이다. 단순히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돼 왔던 에코라는 개념이 제품의 지속가능성이라는 프로세스형 개념으로 재정의되고,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과 판매가 제한되는 규제의 영역에까지 이르게 됐다.

에코디자인 규정은 빠르면 2027년부터 섬유산업을 시작으로 품목별 이행규칙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기업의 지속적인 동향 파악과 신속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제품의 전 주기에 걸친 지속가능성 요건을 준수하는 것이 필수사항이기 때문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디지털 제품여권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준비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역설적으로 지속가능성 기준이 EU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 진출의 필수 요소가 됐기 때문에 선제적인 대응을 잘 해낸다면 다른 국가 및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에코의 개념 정의가 기후변화에 대응한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성의 확보라는 영역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이 주도권을 갖고 새로운 시장기회를 창출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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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2024-05-1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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