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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임대료 0원… 빈집 채운 상점, 핫플로

서울서 임대료 0원… 빈집 채운 상점, 핫플로

곽소영 기자
곽소영 기자
입력 2023-03-19 18:07
업데이트 2023-03-20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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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 한국판 ‘1유로 프로젝트’ 실험

방치 주택 고쳐 17개 브랜드 입점
월 관리비·인테리어 비용만 지불
도시재생으로 건물주·점주 상생

최성욱 대표 “지속적 수익모델로”
전문가 “지자체 세금 지원 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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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오래된미래공간연구소’가 서울 성동구 송정동의 오래된 빌라를 건물주로부터 3년간 무상으로 빌려 리모델링한 뒤 신규 브랜드에 무상으로 임대하는 ‘1유로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지난 15일 이 건물 벽면에 1유로 프로젝트라는 글씨가 큼직하게 쓰여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입점 상점에서 손님들이 상품을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사회적기업 ‘오래된미래공간연구소’가 서울 성동구 송정동의 오래된 빌라를 건물주로부터 3년간 무상으로 빌려 리모델링한 뒤 신규 브랜드에 무상으로 임대하는 ‘1유로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지난 15일 이 건물 벽면에 1유로 프로젝트라는 글씨가 큼직하게 쓰여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입점 상점에서 손님들이 상품을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있는 송정동의 한 골목. 지난 15일 오후 낡은 빌라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주택가 골목을 걷다 보니 40년 된 4층짜리 빨간 벽돌의 다세대주택 건물이 나왔다. 벽면에는 ‘1유로 프로젝트’란 글씨가 영어로 적혀 있었고 건물 안에는 ‘미니 쇼핑몰’처럼 각기 다른 브랜드의 상점 17곳이 입점해 있었다.

평일 오후인데도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이 건물 곳곳을 돌아다니며 상점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복도 곳곳에는 리모델링 이전의 건물 사진이 인화돼 붙어 있었는데 사진 속 공간이 지금 어떻게 변했는지 관찰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각 상점 옆에는 손바닥만 한 종이에 각 브랜드를 설명하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친구와 함께 방문한 대학생 신윤정(23)씨는 “인근 성수동이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너무 많고 상점에 지역 특색이 없어져 아쉬웠다”며 “1유로 프로젝트는 동네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인근에 뚝방천이 있어 산책도 할 수 있다”며 반겼다.

이곳에서 테이크아웃용 다회용기를 판매하는 업체 ‘푸들’ 직원 김희성씨는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반 정도 됐는데 현실적으로 서울에 매장을 차리는 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아 기업을 대상으로 온라인 판매만 진행해 오다 지난달 입점해 직접 소비자를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점주들은 이곳에서 매달 납부해야 하는 건물 전체의 관리비만 분담할 뿐 임대료나 보증금을 내지 않는다. 입점할 때도 3층 주방을 비롯해 공용 공간을 리모델링할 때 들어간 공사비를 분담한 금액과 각 매장의 인테리어 비용만 냈다. 유럽 국가들이 도시 재생을 위해 방치된 빈집을 ‘1유로’(약 1390원)에 판매하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1유로 프로젝트가 첫선을 보인 것이다.

건물주 입장에선 당장 임대료를 받지 못하면 손해일 수 있지만 이 건물은 워낙 낡아 지난 2년간 방치돼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3년 후에는 건물을 온전히 돌려받는다. 낙후됐던 건물에 사람들이 찾아오고 동네 환경이 밝아지는 건 ‘덤’이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오래된미래공간연구소’의 최성욱 대표는 이날 “건물주는 가치 있는 청년 브랜드를 키우고 3년 후 탈바꿈된 공간을 돌려받는다는 이점을, 점주들은 3년간 매출을 오롯이 가져가 자생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땅값이 비싼 서울에서 ‘제2, 제3의 1유로 프로젝트’가 등장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이삼수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지방 소도시나 구도심 등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방치된 공간을 무상 또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임대하거나 매입하는 새로운 시도가 생겨나고 있다”면서 “지역 활성화까지 끌어내는 마중물이 되려면 청년 개인이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을 감당하게 하기보단 지방자치단체가 부동산 세금을 지원해 주는 등 매개 역할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곽소영 기자
2023-03-2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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