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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에 해외촬영? 불꽃 하나하나 심은 겁니다”

“이 시국에 해외촬영? 불꽃 하나하나 심은 겁니다”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21-05-03 17:42
업데이트 2021-05-0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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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시각효과 베테랑 ‘M83’ 두 사람

‘빈센조’ 송중기 등장 이탈리아 장면 등
숙련된 시각효과 구현해 몰입도 높여
현지서 수집한 촬영본에 합성 등 동원
국내 첫 우주SF ‘승리호’로 기반 마련
“SF·판타지처럼 장르 폭 넓히는 데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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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수(왼쪽) M83 대표와 정성진 이사는 한국 영화에 컴퓨터그래픽이 활용되던 초창기부터 시각효과의 이정표가 된 작품에 참여해 왔다. 최근에는 대만과 중국 등 해외 작품을 비롯해 크리처 장르 드라마와 영화 ‘명량’의 후속작인 ‘한산’, ‘노량’에 몰두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백경수(왼쪽) M83 대표와 정성진 이사는 한국 영화에 컴퓨터그래픽이 활용되던 초창기부터 시각효과의 이정표가 된 작품에 참여해 왔다. 최근에는 대만과 중국 등 해외 작품을 비롯해 크리처 장르 드라마와 영화 ‘명량’의 후속작인 ‘한산’, ‘노량’에 몰두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광활한 포도농장 위로 경비행기가 날며 휘발유를 흩뿌린다. 빈센조가 라이터를 던지자 밭은 순식간에 불길로 뒤덮인다. 마피아의 거대한 저택과 최고급 스포츠카도 화염에 휩싸이고, 세운상가와 똑 닮은 ‘금가프라자’까지 붕괴되는 장면을 보고 나면 이탈리아 로케이션과 촬영 스케일에 시선이 쏠린다.

하지만 이 중 실제 장소에서 촬영한 장면은 없다. 모두 시각효과(VFX·Visual Effects)로 창조해 낸 것들이다. 빈센조를 연기한 배우 송중기가 이탈리아에 간 적도, 폭발한 건물에 성냥불 하나 붙은 적도 없다.

드라마 ‘빈센조’ 속 시각효과
드라마 ‘빈센조’ 속 시각효과 빈센조가 걸어 나오는 건물은 영락없는 이탈리아의 한 저택처럼 보이지만, 경기 용인의 세트장에서 촬영한 후 배경을 합성한 것이다.
M83 제공
“해외 촬영을 어떻게 했는지 질문을 받는데, 그만큼 VFX가 자연스럽다는 의미라 뿌듯하죠.” 지난 2일 인기리에 종영한 ‘빈센조’의 명장면과 영화 ‘승리호’의 우주를 구현한 M83의 백경수 대표와 정성진 이사에게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두 사람은 영화 수십 편의 VFX슈퍼바이저를 맡았던 베테랑이다. 정 이사는 영화 ‘자귀모’(1999), ‘미스터고’(2013), ‘승리호’(2021) 등 100여편을, 백 대표는 영화 ‘괴물’(2006),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2019) 등 70편에 참여했다. 한국 영화의 이정표가 된 작품을 함께한 경험은 안방극장에서도 빛을 봤다. 해외 및 큰 스케일의 장면을 VFX로 대신하며 초반 시청자의 시선을 확실히 끌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빈센조’ 속 시각효과
드라마 ‘빈센조’ 속 시각효과 드라마 ‘빈센조’에서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원의 포도밭을 불태우는 장면은 현지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 온 뒤 시각효과로 만들었다.
M83 제공
초반 이탈리아 신들은 백 대표 등 소수 정예의 스태프가 현지로 넘어가 포도밭 등 리소스들을 수집했다. 이후 전체를 디지털로 만드는 ‘풀 3D’와 특수 시뮬레이션, 합성 등을 동원해 구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례적 상황으로, 9개월간 약 80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1회 ‘금가프라자’ 붕괴는 바람, 중력, 물성 등을 모두 계산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다. 4회 바벨제약 건물을 휘감은 불꽃 역시 하나하나 ‘심어서’ 완성했다. 실제 공장에서 촬영해 불을 붙일 수도 없었고 불과 인물, 사물이 닿는 아지랑이까지 자연스럽고 섬세한 작업이 필요했다. 백 대표는 “바벨제약 방화 장면이 포도밭 신보다 어려웠다”며 “제작진이 제 의견을 많이 반영해 준 덕분에 자연스러운 장면이 가능했다”고 돌이켰다.

‘빈센조’의 VFX가 대안을 제시했다면 ‘승리호’는 첫 포문을 열었다. 국내 첫 우주 SF로 이후 작품의 기반이 될 수 있어서다. 작업을 총괄한 정 이사는 “우주선을 그려 보거나 소품을 만들어 본 인력도 없을 만큼 인프라가 전무했다”면서 “우주에 직접 가볼 수도 없기 때문에 미국 나사(NASA) 등에서 제공하는 우주 정거장 리얼타임 영상을 참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시도한 첫 우주 SF 영화인 ‘승리호’는 국내 VFX 기술의 수준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했다. M83 제공
한국에서 시도한 첫 우주 SF 영화인 ‘승리호’는 국내 VFX 기술의 수준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했다. M83 제공
장면 90%에 VFX를 활용하고 8개 업체 1000명이 매달린 만큼 노하우도 축적됐다. 정 이사는 “우주 배경의 작품을 해 봤다는 것 자체가 장르와 이야기의 가능성을 확장했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1994년 영화 ‘구미호’에서 첫 컴퓨터그래픽이 등장한 이후 국내 VFX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 됐다고 단언한 두 사람은 그 요인으로 한국 콘텐츠 시장의 힘을 꼽았다. 다양한 장르와 질 높은 작품을 만들어 온 덕분에 숙련된 인력과 기술 개발의 환경이 됐다.

최근에는 영화 분야 인력이 드라마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오리지널 시리즈로 이동하며 영상의 수준도 도약했다. 정 이사는 “이제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시각효과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면서 “SF나 판타지처럼 장르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2021-05-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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