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케어’, 과잉진료 차단책 필요하다

입력 : ㅣ 수정 : 2019-12-13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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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실손보험 적자 동반…도덕적 해이 더는 방치 안 돼
국가의 건강보험과 민간의 실손의료보험이 동반 적자의 길을 걷고 있다.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지난 상반기 기준 129.1%로, 2016년 이후 최고로 치솟았다.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이 더 많다는 얘기다. 올해 적자만 2조여원으로 예상돼 보험사들은 내년에 보험료를 2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손보험을 통해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진료는 물론 급여진료 중 본인부담금까지 보전해 줌으로써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 준다는 취지가 무색해질 판이다. 더욱이 정부가 보장성을 강화한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는 만큼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떨어져야 마땅하지만, 정반대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올해 건강보험 재정은 보장성 강화와 맞물려 3조 2000억원의 당기수지 적자가 예상된다.

가입자 수가 3400만명에 달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도 불리는 실손보험의 적자가 늘어난 데는 일부 병원의 비급여 항목에 대한 ‘과잉진료’, 일부 소비자의 ‘의료 쇼핑’(불필요한 의료 이용)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백내장 검사로 지급된 실손보험금은 2016년 779억원에서 지난해 2527억원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일부 병원이 환자에게 필요하지 않은 백내장 수술을 종용한 뒤 정해진 수가가 없는 비급여 검사비를 뻥튀기해 돈벌이를 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병원에서 환자에게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심심찮게 묻는다는데 불순한 의도가 담겼다는 게 합리적 의심이다.

문재인 케어든 실손보험이든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게 목표다. 선한 의지로 펴는 정부정책이 조직적인 도덕적 해이로 연결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정보가 비대칭적인 상황에서 병원이 수익을 위해 환자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진료를 권해서는 안 된다. 환자도 실손보험을 이유로 과잉진료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 병원과 환자는 때에 따라서는 ‘의료 사기’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일시적으로 이득이지만 건강보험료와 실손보험료가 상승하기 때문에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구조다.

이런 과잉진료 등을 막으려면, 여야는 국회에 계류 중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처리하는 문제를 적극 고민해야 한다. 법안은 병원이 실손보험사에 직접 치료 영수증 등을 전산으로 보내 가입자(환자)가 보험금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하는 법이지만, 그 과정에서 병원의 과잉진료를 억제하는 효과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계는 개인정보 노출을 이유로 법안에 반대하고 있으나, 가입자 동의를 거치도록 하는 등의 방식으로 보완하면 된다.

2019-12-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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