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조의문 수령’ 뒷얘기 공개
朴, 의전 논란에 “金, 사실상 北 2인자”文대통령 의사·친서 전달은 확인 안돼
朴 “광주수영대회에 北응원단 파견을”
金 “김정은 위원장께 꼭 말씀드리겠다”
김여정(앞줄 왼쪽)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12일 오후 판문점 북쪽 통일각에서 정의용(앞줄 오른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인사하고 있다. 2019.6.12 통일부 제공. 연합뉴스
조의문 수령에 동석했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13일 방송에 출연해 “내가 김 제1부부장에게 ‘이번 고위급 만남이 반드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것이 이 여사와 김대중 전 대통령 유지를 받드는 길’이라고 말하자 김 제1부부장이 내 말을 가만히 잘 듣고 있다가 한번 웃더니 ‘고 이희호 여사님의 그러한 유지를 받드는 것이 우리 북남 관계 개선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께 그런 말씀을 보고드리겠다’고 말하더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정 실장이 직접 조의문과 조화를 받으러 판문점 통일각에 나온 데 대해 김 제1부부장이 “안보실장이 나오신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관급인 정 실장이 차관급인 김 제1부부장을 만나러 나온 것이 의전상 이례적이어서 놀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박 의원은 “김 제1부부장은 사실상 북한의 제2인자이고 어떤 의전도 맞는 것”이라고 했다.
세세한 의전적 격을 제쳐두고 정 실장이 직접 참석한 것은 우리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이른 시기에 열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를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북소식통은 “어제 조의문을 전달한 판문점 통일각에서 구체적인 내용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안보실장이 직접 나간 것으로 북측에 남북 대화의 중요성과 시급함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여정(오른쪽 첫 번째)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12일 오후 판문점 북쪽 통일각에서 이희호 정의용(두 번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 이희호 여사의 별세를 애도하며 보낸 조화를 전달하고 있다. 2019.6.12 통일부 제공. 연합뉴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모습이 보이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다가 최근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건재를 과시한 김 제1부부장이 대남 메신저로서 재등장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위임에 따라” 남측에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도 “전에 만났던 때보다도 훨씬 건강하고 피부 색깔도 좋고 얼굴도 아주 좋더라”고 했다.
박 의원은 다음달 12일 광주세계수영대회 개최와 관련해 “김 제1부부장에게 꼭 이번에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해달라고 했더니 아주 진지하게 웃으면서 ‘꼭 위원장님께 말씀드리겠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9-06-14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