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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정은과 ‘조건없는 만남’ 서두르는 아베, 대체 왜?

北김정은과 ‘조건없는 만남’ 서두르는 아베, 대체 왜?

김태균 기자
입력 2019-05-07 09:03
업데이트 2019-05-0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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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만찬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초청해 손을 맞잡은 뒤 출입기자들에게 현안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날 만찬은 아베 총리 부인의 49회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도 있었다. 워싱턴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만찬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초청해 손을 맞잡은 뒤 출입기자들에게 현안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날 만찬은 아베 총리 부인의 49회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도 있었다.
워싱턴 로이터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 성사에 전에 없이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부쩍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조건 없는 만남’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산케이신문 인터뷰를 통해 “조건 없이 김 위원장을 만나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4일에는 교도통신이 “아베 총리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더라도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그의 이런 태도 변화에는 북미 교착을 틈타 일본의 역할을 확대해 보려는 노림수와 자신의 외교분야 성과에 대한 조급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 결렬을 중대한 호기로 활용하려 들고 있다. 북미 관계가 나쁠 때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은 일본 외교의 기본전술 중 하나다. 북한 역시 미국과의 관계가 나빠지면 일본으로 고개를 돌리기 쉬워진다. 앞서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선언까지 채택하게 된 데는 북미 간 극한대립이 결정적인 동력이 됐다.

이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지난달 말 방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적극적인 대북 접촉에 대해 일정수준 양해를 구했을 것으로 일본 외교가는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언젠가 아베 총리와도 만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다는 보도(5일 교도통신)대로라면 이것이 아베 총리에게 커다란 동기 부여가 됐을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는 정권의 명운이 걸린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가장 잘한다고 주장해온 외교 분야에서 궁지에 몰려 있다. 우선 “빼앗겼던 우리 땅을 내가 되찾아왔다”고 국민들에게 과시할 요량으로 급하게 착수했던 러시아와의 남쿠릴열도 4개섬(일본 명칭 북방영토) 반환 협상은 답보 상태에 있다. 이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지나치게 안이한 인식을 가졌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본 내에서 나온다.

국내외에서 ‘굴욕적’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사건건 맞춰주고 매달려 왔지만, 무역협상 등에서 연속으로 세게 뒤통수를 맞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에는 미일 단독회담을 갖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오는 5월 말 일본 방문 때 새 무역협정에 서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해 아베 총리를 놀래키기도 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이 발언에 아베 총리는 순간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아베 총리는 시장개방에 따른 선거 악영향을 감안해 협상 타결을 선거 이후로 미룰 생각을 갖고 있다.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의 기술’을 알지는 모르지만 ‘아첨의 기술’에 관한 한 아베 총리가 한 수 위”라면서 “그러나 지금까지 아베 총리가 친밀한 개인 관계 덕분에 어떤 부분을 얻어냈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 외교가 관계자는 “김 위원장과의 조건 없는 만남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납치문제 해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를 낮추면서 북일 정상이 만났다는 것 자체에 외교적 성과의 포커스를 맞추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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