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지엽적·불필요한 질문 많다”…대통령 대리인단 증인신문 지적

헌재 “지엽적·불필요한 질문 많다”…대통령 대리인단 증인신문 지적

오세진 기자
입력 2017-02-09 13:48
업데이트 2017-02-0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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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출석인 확인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출석인 확인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재판관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현재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12차 변론에서 출석인들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하 대리인단)의 증인을 향한 불필요하고 지엽적인 질문 공세를 차단하고 나섰다.

9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12차 변론에는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실소유한 회사로 알려진 스포츠 매니지먼트회사 ‘더블루K’의 조성민 전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 전 대표는 심리가 열리기 전 헌재 청사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에게 “최씨가 더블루K의 실소유주”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9일 헌재에 제출된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1월 23일 안종범(58·구속기소·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그랜드코리아레저에서 장애인 스포츠단을 설립하는데 컨설팅할 기업으로 더블루K가 있다. 그랜드레저코리아에 더블루K라는 회사를 소개하라’라고 지시하면서 더블루K 대표이사 조성민의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그랜드코리아레저는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Seven Luck)’을 운영하는 공기업이다. 박 대통령은 더블루K가 포스코와 그랜드코리아레저의 스포츠팀 창단 매니지먼트 계약 수주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헌재는 더블루K와 관련된 특혜에 박 대통령이 어떻게 개입했는지를 묻기 위해 이날 조 전 대표를 증인으로 불렀다.

그런데 대리인단은 증인신문 과정에서 조 전 대표에게 “급여가 법인카드에서 나간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이 사건 심리의 주심을 맡고 있는 강일원(58·사법연수원 14기) 재판관이 “급여가 어떻게 법인카드에서 나가냐”면서 말허리를 잘랐다.

또 대리인단이 검찰의 수사기록을 확인하는 질문을 조 전 대표를 상대로 반복하자 “왜 수사기록을 다 확인하고 있는지 재판부로서 이해가 안 된다”면서 “불필요한 질문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 후에도 강 재판관은 대리인단의 증인신문에 문제를 제기하며 “똑같은 말을 계속 해서 미안한데, (대리인단이 지금 증인에게) 묻고 있는 것이 조서를 부동의(검찰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일에 부동의)한 것이고, 피청구인(박 대통령)한테 불리한 것 아니냐”면서 “대리인단이 피청구인의 이익에 반하는 신문을 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이나 당사자들이 부동의한 검찰 진술조서에 대해 헌재는 원칙적으로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다.

이정미(55·사법연수원 16기) 헌재소장 권한대행 재판관도 “신문에 비효율성이 있는 것 같다”면서 “효율적으로 신문하면 감사하겠다”고 대리인단을 지적했다. 또 “질문 취지가 불분명하다”, “질문 내용을 이해를 못하겠다”, “신문 내용이 지엽적이다”, “앞에서 설명한 내용이다”, “증인이 아는 내용을 물어달라”고 말하며 대리인단에게 효율적인 신문을 주문했다고 뉴스1은 보도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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