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어린이집·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전액 삭감

서울시의회, 어린이집·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전액 삭감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5-12-08 23:18
수정 2015-12-09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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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년째 ‘우회 지원’에 강력 반발… 16일 본회의서 확정되면 ‘보육대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누리과정’(만 3~5세 공통 교육과정) 예산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부가 누리과정 보육료 지원 해법으로 ‘우회 지원’ 카드를 꺼냈지만 서울시의회가 어린이집은 물론 유치원 예산 삭감으로 맞대응했기 때문이다. 다른 시·도 의회까지 유치원 등의 예산 삭감에 동참하면 가까스로 봉합되는 듯했던 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이 다시 전국으로 확산되며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유치원 누리과정 지원용으로 편성된 2525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유치원 누리과정 지원액이 빠진 내년 교육청 예산안이 시의회 예결위를 거쳐 오는 16일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특단의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당장 내년 1월부터 어린이집뿐 아니라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가정의 유아 학비 지원이 중단된다. 일부 시·도 의회에서 “누리과정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자칫 유아 학비 중단의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여지도 크다.

앞서 정부는 “누리과정 보육료 예산 부족분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우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방교육청의 학교 환경 개선 사업 시설비 지원 명목으로 예비비에서 3000억원을 편성했다. 이를 학교 재래식 변기 교체, 찜통교실 해소 예산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대신 교육청은 이렇게 해서 여유가 생긴 예산을 누리과정 예산으로 사용토록 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소요 비용 1조 7000억원 중 국고에서 지원된 예비비 5046억원을 제외한 1조원은 지방채로, 2000여억원은 시·도에서 추가 지방세를 지원받아 충당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필요 예산은 2조 1274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지원액은 2000억여원이 줄었다.

전국 시·도 교육청은 “더는 버틸 수 없다”고 선언한 상태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전국 교육청의 누적 지방채가 1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정부가 내년도에 4조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편성하면 교육청의 모든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시의회 역시 교육청의 편을 들 수밖에 없다. 김문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정부가 2년 동안 임시방편으로 누리과정을 편성하는 바람에 초·중등 교육이 엉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2년째 이어지는 것은 유아교육과 보육을 통합하는 ‘유·보 통합’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 지원의 주체를 서로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문제를 해결하려면 보육료 지원의 주체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법률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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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5-12-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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