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분양시장에 54兆 몰렸다 서울시 예산의 두 배 넘어

[단독] 분양시장에 54兆 몰렸다 서울시 예산의 두 배 넘어

이유미 기자
입력 2015-10-04 23:02
수정 2015-10-05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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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전세난에 세입자 집 장만 집중, 분양규제 완화 여파 차익 노림수

올해 분양시장에만 54조원 가까운 돈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난을 견디다 못한 세입자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선 요인이 크다. 지난해 정부가 분양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단기 차익을 노리는 부동(浮動)자금이 대거 쏠린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주식이나 펀드, 예금 등 금융상품은 오랜 저금리 탓에 상대적으로 외면받았다.

4일 주택도시보증공사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분양시장(계약금+중도금)에 몰린 자금은 53조 6224억원으로 추산됐다. 대부분이 30가구 이상 민간 분양물량(임대 제외, 53조 3669억원)에 들어온 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1조 2683억원(민간 물량 기준)이 들어온 것과 비교하면 70.7% 급증했다. 같은 기간 주식(개인) 시장에는 5조 2198억원, 국내외 펀드에는 22조 1240억원이 순유입됐다. 주식 순유입액의 10배가 분양권에 몰린 셈이다. 54조원은 올해 서울시 예산(25조 5184억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네 차례에 걸쳐 1.0% 포인트 인하하면서 단기 부동자금이 약 172조원 순증했다”며 “과거 미국의 양적완화 직후 자금 추이를 감안하면 국내 주식(주식형 펀드 포함)에만 약 26조원의 자금이 몰려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정보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의 돈 풀기로 2조 3447억 달러가 시장에 풀렸고, 이 중 3726억 달러(15.47%)가 전 세계 주식시장에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우리 분양시장에 몰린 돈은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현금 및 은행 정기예금(59조 5190억원) 순유입액과 맞먹는다. 수도권 일부 분양시장에서는 과열 조짐도 보인다. 위례 신도시에서 지난 6월 분양한 A아파트는 183가구 모집에 3만 6789명이 몰려 청약 경쟁률만 200대1이 넘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세 매물 품귀 현상으로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80~90% 치솟자 내 집 마련 실수요가 늘었다”면서 “분양권 웃돈이 붙는 지역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세력까지 가세해 분양권 시장 과열이 빚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식이나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수익률과 예·적금 금리가 연 1~2% 수준에 머물면서 분양시장의 상대적인 투자가치가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거품 우려도 적지 않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객관적인 경기 지표를 놓고 볼 때 분양시장만 달아오르는 지금의 분위기는 비정상”이라며 “언제든지 ‘거품’이 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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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5-10-0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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