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쫓아내는 것 좌시 안해…이번 갈등은 노선 투쟁”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중진인 정두언 의원은 29일 친박(친박근혜)계의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요구와 관련해 “우리 손으로 뽑은 우리 원내대표를 쫓아내는 것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정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당 의원이 뽑은 원내대표를 청와대가 사퇴하라는 것은 과거 군사독재 정부 시절 때의 얘기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정 의원은 “세종 때 조원이란 사람이 임금을 비판하였다는 고변이 들어와 중형에 처하려했는데, 세종은 그를 풀어주라고 했고, 링컨과 당태종 등도 관용의 정치를 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유 원내대표를 끌어안는 통 큰 지도자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의원은 “박 대통령께서 폐쇄적인 신하들에 둘러싸인 ‘벌거숭이 임금님’이 되지 않으려면 당내 다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경제가 추락하고 메르스 사태로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여권이 민생과 무관한 권력 투쟁을 벌이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최대한 빨리 일단락지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일련의 흐름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노선 투쟁’으로 규정지었다.
정 의원은 “이번 갈등 상황은 여권의 미래를 판가름할 노선 투쟁”이라며 “여권이 시대를 역행하는 ‘꼴통보수’로 갈지, 아니면 박근혜 시대를 넘어 ‘개혁 보수’로 갈지의 갈림길”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비박계 중진인 정 의원이 친박계의 유 원내대표 사퇴 요구를 정면으로 차단하고 나섬에 따라 비박계에서 후속 움직임이 뒤따를지 주목된다.
’원조 친이(친이명박)’에서 사실상 ‘반이(反李)’로 돌아선 정 의원이 ‘원조 친박’이었다가 비박의 길을 걷고 있는 유 원내대표를 앞장 서 구명하고 나선 것도 눈길을 끈다.
정 의원과 유 원내대표는 17대 대선후보 경선 당시 각각 이명박 캠프와 박근혜 캠프에서 ‘초선 전략가’이자 핵심 참모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