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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국군간호사관학교의 ‘청일점’ 남자생도들의 하루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국군간호사관학교의 ‘청일점’ 남자생도들의 하루

입력 2014-05-19 00:00
업데이트 2023-02-2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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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의 영역, 금쪽같은 남자들

직업 선택에서 ‘금남·금녀의 벽’이 무너지고 있다. 변화의 바람은 대학 입시에서 먼저 나타난다. ‘전통적인 남학생, 여학생 강세 학과’라는 표현이 유명무실하다. 최근 남자 간호장교 활용도가 증대되면서 여성만의 영역이었던 국군간호사관학교(이하 국간사)도 2012년부터 남자 생도를 모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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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간호사관학교 3학년 남녀 생도들이 심폐소생술 실습을 하고 있다. 학교의 교육과정은 정예 간호장교 양성을 목적으로 핵심 교양부터 이론·실습을 병행한 전공, 재난간호 과정 및 군사훈련으로 구성돼 있다 .
국군간호사관학교 3학년 남녀 생도들이 심폐소생술 실습을 하고 있다. 학교의 교육과정은 정예 간호장교 양성을 목적으로 핵심 교양부터 이론·실습을 병행한 전공, 재난간호 과정 및 군사훈련으로 구성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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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 선서식(2013년 9월). 나이팅게일 선서는 생도들이 임상실습을 시작하기 전 촛불 점화와 선서를 통해 나이팅게일의 숭고한 간호 정신을 되새기며 간호장교의 임무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 행사다.
나이팅게일 선서식(2013년 9월). 나이팅게일 선서는 생도들이 임상실습을 시작하기 전 촛불 점화와 선서를 통해 나이팅게일의 숭고한 간호 정신을 되새기며 간호장교의 임무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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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생도들은 선의의 라이벌인 동시에 끈끈한 동기 의식으로 뭉쳐진 전우(戰友)다.
남녀 생도들은 선의의 라이벌인 동시에 끈끈한 동기 의식으로 뭉쳐진 전우(戰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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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간호 훈련은 외상을 입은 환자에 대한 적절한 응급처치를 숙달함으로써 실제 상황에서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훈련이다.
야전간호 훈련은 외상을 입은 환자에 대한 적절한 응급처치를 숙달함으로써 실제 상황에서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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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생도들 사이에서 학과수업을 받고 있는 남자 생도. 국군간호사관학교는 2012년부터 남자 생도를 모집하고 있다.
여자 생도들 사이에서 학과수업을 받고 있는 남자 생도. 국군간호사관학교는 2012년부터 남자 생도를 모집하고 있다.
국군간호사관학교 남자생도가 국군대전병원에서 실습 훈련을 받고 있다.
국군간호사관학교 남자생도가 국군대전병원에서 실습 훈련을 받고 있다.
국군간호사관학교 남자생도 24시
국군간호사관학교 남자생도 24시
국군간호사관학교 남자생도 24시
국군간호사관학교 남자생도 24시
국군간호사관학교 남자생도 24시
국군간호사관학교 남자생도 24시
국군간호사관학교 남자생도 24시
국군간호사관학교 남자생도 24시
국군간호사관학교 남자생도 24시
국군간호사관학교 남자생도 24시
“아아~ 송이송이 피어나는 백합꽃 떨기 ~갸륵하다 백의천사 겨레의 꽃이로세.” 지난 15일 대전 유성구 자운대 국간사에서 3학년(56기) 생도들이 부르는 교가가 아침 공기를 가르며 연병장에 울려 퍼졌다. 오전 학과출장 시간이다. 다수의 여자들 틈에 끼어 있는 7명의 남자들은 61년 만에 금남의 벽을 깨고 들어온 최초의 남성 간호사관 생도들이다.

임채원(56기) 생도는 사관학교 입시를 생각하고 있다가 국간사를 알게 됐다. 임 생도는 “무엇보다 처음이란 의미가 좋았다”며 “간호사와 사관생도의 꿈을 동시에 이룰 수 있고 군 복무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금남의 구역에 첫발을 내디뎠던 1학년 때는 모든 것이 불편하고 서툴렀다. 난생처음 집을 떠나 여자 동료·선배들과 생소한 ‘동거’를 하는 것 자체가 익숙한 상황은 아니었다. 이승주(56기) 생도는 “취침 시간 이후에 물을 마시러 방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잠옷을 입은 채 여생도들과 마주칠까 봐서였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학교 측은 공간 배치를 다시 하고 화장실, 목욕탕 등 편의시설을 새로 만드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했다. 기존의 국간사 생도 생활예규에는 여생도만 언급돼 있어서 새로운 교본이 필요했다. 이후 육·해·공사에서 ‘속옷을 개는 요령’과 같은 시시콜콜한 것까지 모두 배웠고, 그것이 곧 남생도를 위한 지침서가 됐다. “지금 1학년은 정말 편한 거예요.” 처음과 달리 입학 3년차가 되면서 1, 2학년 남자 후배 생도들의 ‘멘토’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 익숙하게 자리를 잡았다. 피구만 하던 운동 시간에도 보통의 남자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여생도들과 같이 즐긴다.

생도들의 일과는 매우 촘촘하다. 아침 6시 기상부터 밤 10시 점호가 끝날 때까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4년제 정규 대학 과정의 군사학교이다 보니 군부대의 규율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 작게는 군복 단추의 위치와 다림질 상태부터 크게는 각종 학과수업 및 훈련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규정과 방침에 의해 통제된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남자·여자 동기끼리 서로 자극을 주면서 잘 이겨 내고 있었다. 3학년(56기) 여자 동기인 이진영 생도는 “훈련이 힘들어도 ‘남자한테 지기 싫어서’, ‘여자도 똑같이 하고 있는데’라는 생각 때문에 서로 분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경혜(22기) 교장은 “학교 측은 여생도와 남생도 간의 ‘동기애’를 자연스럽게 심어 주는 것을 주요 교육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남녀 생도들은 선의의 라이벌인 동시에 끈끈한 동기 의식으로 뭉쳐진 전우(戰友)인 것이다.

국간사는 육·해·공군 정예 간호장교를 양성하는 특수목적 대학이다. 따라서 교육과정이 일반 대학과 사뭇 다르다. 핵심 교양부터 이론·실습을 병행한 전공, 재난 간호과정 및 군사훈련까지 포함돼 있다. 특히 재난간호는 국간사에서 역점을 두고 운영하는 교육과정이다. 재난간호는 자연재해나 재난상황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 대한 외상 처치와 심리상담 등을 통해 보다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것이다. 최 교장은 “현재 운영 중인 재난간호교육센터를 확대 발전시킬 것”이라며 “국가적인 재난상황에서 위기대처 능력이 뛰어나고 적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재해전문 간호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험한 재난 현장에서 남성 간호장교들의 역할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원격진료가 도입되고 고령화시대가 되면서 간호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지고 간호사의 수요 또한 늘어나고 있다. 남자 환자가 대부분인 군병원은 물론 일반 병원에서도 남자 간호사는 인기가 높다.

올해는 국군간호사관학교 설치법 개정 이후 네 번째로 남자사관생도를 선발하는 해다. 전문 간호인이 되기 위해서, 임관의 명예를 안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한다는 보람으로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설 수험생들 모두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2014-05-19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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