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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회장딸, ‘라면 상무’ 진상 보고…

대한항공 회장딸, ‘라면 상무’ 진상 보고…

입력 2013-05-04 00:00
업데이트 2013-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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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인사이드] ‘라면상무’ 11시간의 진상… 그만의 진상이었나

지난달 15일 인천공항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에 대한 작은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폭행의 가해자는 일명 ‘라면 상무’로 불리는 포스코에너지의 임원이고, 피해자는 대한항공 여승무원이었다. 사건 발생 직후 여론이 들끓으면서 그 임원은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여전히 미심쩍은 몇 가지 궁금한 점이 남는다.

먼저 왜 그 임원은 그렇게 ‘진상’을 부리게 됐을까. 술에 취해서 그랬을까. 문제의 임원은 아직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그 임원의 음주 여부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외부로 유출된 승무원 리포트에는 임원이 진토닉을 마셨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일반적으로 진토닉의 알코올 도수는 14도 정도. 탑승 전에 음주와 탑승 후 얼마 정도의 술을 마셨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가 기내 서비스에서 물 대신 술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주취 폭행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문제의 여승무원에게 뭔가 감정이 상한 일이 있었을까. 승무원 리포트를 보면 그 임원은 비행기 탑승 전에 자신의 옆자리를 비워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불만을 제기한다. 이날 그가 탄 항공기는 A380으로 비즈니스석은 98석이고 탑승객은 80명이 조금 못 됐다. 옆자리를 비워달라는 요구가 묵살된 상황에서 20여석이나 비어 있는 것을 본 임원은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 A항공사 관계자는 “탑승 시 기분이 상한 승객은 끝까지 불만을 제기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한항공이 자리를 비워주지 않은 이유는 뭘까.

승무원 리포트에는 9시간에 걸친 그 임원의 짜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거꾸로 이 시간 동안 그 임원과 승무원 사이에 팽팽한 긴장관계가 지속됐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시각들이 있다. B항공사 서비스 담당자는 “일단 폭행은 처벌받아야 하는 잘못”이라면서도 “아울러 계속해서 불만을 제기하는 승객에 대해 승무원 측이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임원이 무리한 요구를 계속한 것도 있지만 이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는 의미다. 피해를 당한 여승무원은 계약직 2년을 마치고 올해 정식 승무원이 된 직원이었다. A항공사 관계자는 “올해 정식 승무원이 된 신입사원급이 비즈니스석 서비스를 맡는 일은 대체로 없다”고 전했다.

여기서 하나 더 생기는 의문. 일반적으로 고객과 직원 간에 문제가 발생하면 관리자가 중재에 나선다. 물론 승무원 리포트를 보면 중간 관리자가 나와 사과를 하고 정리를 하는 장면이 수차례 나온다. 하지만 서비스 담당 다른 승무원과 서비스 담당 통로를 바꾸거나 하는 적극적인 조치는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즈니스클래스 담당 선임 승무원이 노력을 했지만 상황이 폭행까지 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승무원 리포트의 유출 경위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승무원 리포트는 단순히 고객의 불만 사항을 기재하는 것이 아니다. 승객의 소란은 물론 기기 고장과 안전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된 대외비 자료로 항공 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에 따라 외부 유출이 금지됐다. 이를 위반하면 항공사가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사건 이틀 만에 관련 자료가 인터넷에 그대로 공개됐다. 그 임원의 ‘진상 짓’과는 별도로 대한항공이 지탄받을 일이다. 문제는 대한항공 관계자 중 일부가 사건을 묻는 취재진에게 이 리포트를 참고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C항공사 관계자는 “만약 승무원 리포트가 유출됐다면 그 경위를 파악해 최대한 확산되지 않게 하는 것이 맞다”면서 “아직까지 어디서 새어나왔는지 못 찾고 있다고 하는데 좀 이해가 안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A항공사 관계자도 “화가 난 동료들이 유출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누가 그런 간 큰일을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일각에선 대한항공이 고위 경영진의 묵인 아래 고의로 승무원 리포트를 밖으로 유출했다고 이야기도 나온다”고 털어놨다.

승무원 리포트 유출에 대한 대한항공의 태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달 26일 사내 게시판에 “(지난달 발생한 승무원 폭행사건이 알려지면서) 기내 폭행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계몽 효과를 보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대한항공이 지난 1일 승무원 리포트 유출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것과는 상반된 입장이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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