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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가입자 3500만명… 모바일시대의 명암

스마트폰 가입자 3500만명… 모바일시대의 명암

입력 2012-12-27 00:00
업데이트 2012-12-2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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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생일 모바일상품권 쏘고 연하장·청첩장까지 ‘클릭’ 손 안의 편리함 속 ‘그리운 情’

크리스마스카드와 연하장, 청첩장, 생일선물까지 ‘클릭 한 방’으로 해결하는 ‘모바일 안부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 3500만명 돌파를 앞둔 대한민국의 단면이다. 쉽고 빠르게 마음을 전할 수 있어 좋다는 평가 속에 너무 정감 없고 무성의해 보인다는 불편한 시선도 만만치 않다.

●작년 모바일상품권 시장 890억

이달 초 생일을 맞은 대학생 이동준(23)씨는 생일 당일 ‘풍요 속 빈곤’을 경험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과 트위터에는 생일축하 인사가 끊이질 않았고, 카카오톡으로는 커피·케이크·아이스크림 등 모바일 상품권이 쇄도했다. 이씨는 26일 “다들 행복한 생일 보내라고 말했지만 정작 생일날 만날 사람이 없으니 이게 뭔가 싶더라.”면서 “별로 안 친한 친구들에게서도 1000~5000원짜리 기프티콘이 날아 왔는데 나도 이런 식으로 타인의 생일을 챙기면 되나 생각하니 왠지 씁쓸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모바일 상품권 시장은 63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09년 311억원, 2010년 592억원, 2011년 890억원에 이은 비약적인 상승세다. 특히 소액권이 인기다.

초등학교 교사인 김모(46·여)씨는 올해 한 통의 크리스마스카드도 받지 못했다. 쇄도한 것은 학생들의 문자메시지뿐. 김씨는 “스승의 날은 물론 연말에도 이름 석 자조차 없는 단체 감사문자나 카카오톡을 받는데 진심이 느껴지지 않아 감동도 없다.”면서 “적어도 아이들 사이에 손편지를 주고받는 문화는 완전히 사라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말이면 크리스마스카드나 연하장을 만드는 수업을 했지만 이젠 필요없는 구식 수업 취급을 받는다.”고 아쉬워했다.

43년 동안 카드 제조업을 해 온 비핸즈(구 바른손카드) 관계자는 “동영상으로까지 카드를 보낼 수 있는 스마트폰이 자리 잡은 뒤 해마다 10~20%씩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예의를 갖춰야 할 청첩장을 SNS로 전하는 일도 많다. 회사원 최모(28·여)씨는 “최근 연락이 뜸하던 지인 세 명에게서 연거푸 모바일 청첩장을 받았다.”면서 “모임까지는 아니더라도 전화 한 통 정도는 먼저 하는 게 예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감성교류 막지 않도록 신중해야”

김봉섭 한국정보화진흥원 정보화역기능대응부 수석은 “손글씨로 쓴 편지나 생일선물은 감성을 교류하는 수단인데 PC·스마트폰 등을 이용하다 보니 감성이 전달되지 않는 부작용이 나온다.”면서 “디지털이 사람의 감성적 교류를 막지 않도록 하는 신중한 매체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장주 중앙대 심리학과 겸임교수는 “편리함과 존중·격식은 함께 챙기기 어려운 가치”라면서 “디지털기기가 발달하면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디지털 속에서도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수단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2012-12-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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