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방형 금연정책, 분리형으로 전환을/정영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기고] 일방형 금연정책, 분리형으로 전환을/정영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입력 2012-08-10 00:00
수정 2012-08-1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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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의 열기만큼 우리 사회의 쏠림현상이 문제다. 이러한 ‘쏠림현상’의 이면에는 이성적 성찰 대신 그 쏠림에 속한 다수의 집단이 소수를 폭압하는 구조가 도사리고 있다. 건강 열풍에 편승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금연구역지정 정책이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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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정영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의 혐연권 판결을 계기로 보건복지부는 오는 2015년부터 모든 음식점에서의 금연을 내용으로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으며, 서울시도 2014년까지 광장과 공원 등을 포함한 서울시 전체 면적의 5분의1가량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기업들도 사업장 내 금연을 넘어서 채혈 등을 통한 흡연 유무를 검사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가 하면, 최근에는 사옥 반경 1㎞이내에서는 금연케 하는 기업까지 생겼다.

최근 금연정책들은 흡연자에 대한 일방적 규제로 헌법상 기본권인 흡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으며, 판결의 취지를 아전인수식으로 곡해하고 있다. 흡연권도 혐연권과 같이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의 헌법 제10조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헌법 제17조에 의하여 보장되지만,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으로 흡연권은 혐연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흡연자의 자유로운 흡연을 보장하면서 비흡연자가 간접흡연의 피해를 받지 않도록 양자 간의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이런 점에서 모든 음식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거나 회사 밖에서의 흡연까지도 금지하고 흡연시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영업의 자유,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로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

흡연자들이 매년 부담하는 담배 관련 세금은 7조원이 넘으며, 국민건강증진기금은 연간 1조 6000억원 규모로 기금 대부분이 건강보험 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되고 있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은 조세와 다른 특별부담금으로 헌법적 정당화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일부를 활용하여 곳곳에 흡연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특별부담금의 부담자인 흡연자를 위해서 기금이 사용되어야 한다는 집단적 효용성의 요건을 충족하는 방법일 것이다.

길거리를 걷다 담배연기를 맡으면 비흡연자인 필자도 불쾌하기 그지없다. 단순한 불쾌함과 짜증으로 다짜고짜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면 서로의 불쾌지수만 높아지니 상생적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길거리 흡연금지를 추진하는 미국 워싱턴DC나 뉴욕처럼 길거리 횡단보도나 광장 한 쪽에, 또는 일본과 홍콩과 같이 길거리 곳곳에 흡연공간을 따로 지정하면 될 일이다. 너무 비흡연자만을 위한, 그래서 흡연자를 마치 범죄자 취급하여 소탕하는 식의 금연정책이 볼썽사납기만 하다.

흡연과 간접흡연의 유해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나, 개인적 판단에 따른 흡연도 보호받아야 할 헌법상 기본권이다. 정부 당국은 일방적 금연정책 추진으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의 유발보다는 흡연권과 혐연권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분리형 금연정책 추진에 나서야 한다. 일방성보다는 다양성의 소통이 시대의 화두임을 믿는 이유에서, 또한 해화(諧和)적 상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서 흡연가능 구역도 함께 마련하는 분리형 금연정책은 당연한 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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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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