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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이 옳았다

아인슈타인이 옳았다

입력 2011-05-21 00:00
업데이트 2011-05-2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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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법칙’ 이후 폐기된 ‘암흑에너지’ 濠블레이크 교수팀 100년만에 규명

“왜 우주가 팽창하는 거야.”

1917년 일반상대성이론을 우주에 적용하려던 아인슈타인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계산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상수’(宇宙常數·Λ)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진공 공간에는 알려지지 않은 형태의 암흑 에너지가 있으며, 이것이 만유인력(끌어당기는 힘)에 반발하는 척력(밀어내는 힘)으로 작용해 우주가 붕괴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고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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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사이딩스프링에 설치돼 있는 앵글로오스트레일리안 망원경.
호주 사이딩스프링에 설치돼 있는 앵글로오스트레일리안 망원경.


하지만 1929년 에드윈 허블이 관측 결과를 토대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허블 법칙’을 발표하자 아인슈타인은 이를 수용하고 자신의 우주상수 개념을 거둬들였다. 그러고는 “일생 최대의 실수를 했다.”며 괴로워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후회는 너무 이른 것이었다. 암흑 에너지는 실제로 존재했고, 우주상수 이론은 정확했다. 우리 은하 밖에 또 다른 은하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론을 관측할 방법이 없었을 뿐이었다.

스페이스닷컴, BBC 등 외신들은 19일(현지시간) “호주 스윈번대의 크리스 블레이크 교수를 중심으로 한 국제 연구진이 암흑 에너지의 존재를 입증해 냈다.”면서 “100여년 만에 아인슈타인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보도했다. 블레이크 교수 팀은 앵글로오스트레일리안 망원경과 미 항공우주국(NASA) 자료 등을 이용해 5년간 20만개의 은하를 관찰했다. 연구진은 이 은하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는지를 측정하고, 두 가지 방법을 통해 그 패턴이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첫 번째 연구는 우주 속의 은하 분포 패턴, 이른바 ‘바리온 음향진동’을 조사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 연구는 은하단의 형성 속도를 조사한 것인데 이를 통해 암흑 물질의 존재와 우주 팽창의 가속도가 확인된 것이다.

블레이크 교수는 영국 왕립천문학회지에 발표한 두 개의 논문에서 “이번 실험을 통해 중력과 반대로 작용하는 암흑 에너지가 우주 팽창을 이끄는 근본적인 힘이며, 우주 전체에 균일하게 퍼져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1990년대 후반 강력한 빛을 내는 초신성 연구 등을 통해 암흑 에너지가 실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해 왔다. 2003년에는 우주 대폭발(빅뱅)의 흔적을 바탕으로 암흑 에너지가 우주의 74%가량을 차지하고, 암흑 물질 등이 22%를 차지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지구와 태양을 비롯해 실제로 눈에 보이는 물질은 우주의 4%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됐다.

우주에 3차원 지도를 그리는 국제 공동 프로젝트(슬론 디지털 스카이 서베이) 연구를 통해 암흑 에너지의 실존 가능성이 제기된 적도 있었지만 실제 관측 결과를 토대로 암흑 에너지의 크기와 방향 등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용선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는 “암흑 에너지의 안정성이나 특성을 밝혀내는 것은 우주의 근본뿐 아니라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제”라면서 “암흑 에너지가 강해진다면 결국 우주는 산산조각날 것이고, 반면 점차 약해진다면 우주는 서로 당겨져 한 점으로 모이는 ‘빅 크런치’ 상태를 맞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암흑 에너지가 급변하지는 않기 때문에 최소한 수백억년간은 안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11-05-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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