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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특파원 르포/ 전장 뛰어드는 아프간 소년들

전영우특파원 르포/ 전장 뛰어드는 아프간 소년들

전영우 기자
입력 2001-10-29 00:00
업데이트 2001-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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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이 어리다고요? 저는 언제든 탈레반과 싸울 준비가돼 있다고요.”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어른들만의 것이 아니다.10대 소년들도 너나없이 총을 메고 부모 형제의 복수를 외치며 전장으로 뛰어들고 있다.아직 얼굴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이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중·고등학교에 다닐 나이다.

이제 열다섯살인 아지즈둘라는 2년 전 큰아버지가 탈레반군의 손에 죽자 복수를 위해 북부동맹군에 입대했다.지금은 호자바우딘 남쪽의 파르호르에서 마을 경비군으로 근무하고 있다.부모와 4명의 남동생들이 고향 마을에 남았지만,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른다.

160㎝도 안되는 작은 키의 그는 “고향을 떠날 때 부모님들이 ‘꼭 탈레반을 몰아내라’고 격려해 줬다”고 가슴을펴며 말했다. 그러나 ‘부모님을 보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우울한 표정을 짓다가 “부모 형제들을 다시 보기 위해서라도 탈레반을 몰아내야 한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골라가 아지줄라(16)도 아지즈둘라와 같은 부대에서 근무한다.입대한 지 3년이나 되는 고참병사인 그는 친구 아지즈둘라보다 한살 위지만 키도 더 작고 얼굴도 훨씬 앳되다.러시아제 칼라시니코프 소총이 땅에 질질 끌릴 정도인데도 그는 “열여섯살이면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마무드 파히드는 겨우 열여덟살이지만 800여명의 부하를거느린 어엿한 ‘커맨더’(중대장급 장교)다.2년 전 고향마을인 칼라프건에서 아버지가 탈레반의 손에 죽은 뒤 군인이 됐다.그는 “아버지가 유명한 ‘커맨더’였기 때문에동료들이 나를 대장으로 뽑았다”면서 “지난해 겨울 전투에서는 탈레반을 10명이나 죽였다”고 자랑했다. 이제 막콧수염을 기를 정도가 된 그는 “탈레반을 처음 사살했을때 아버지의 복수를 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했다”면서“복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는15∼17살의 자신보다 어린 부하들도 있지만,대부분은 훨씬나이가 많다.그는 옆에 있던 셰르마마드라는 45살의 중년남성을 가리키며 “이 사람도 내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자랑했다. 키가 180㎝ 정도로 건장한 그는 애써 어른스럽게 행동하려고 하지만 웃을 때는 뺨에 보조개까지 패는앳된 얼굴의 청소년이다.

마마드 바롯트(20)는 6년 전 탈레반과 싸우다가 오른손새끼손가락과 약지를 잃었다.몸 곳곳에 온통 총상 투성이인 그는 “수십명의 탈레반을 죽여 후회는 없다”며 손가락이 세개뿐인 손을 자랑스레 들어보였다.

파르호르에서 ‘커맨더’로 근무하고 있는 푸르델 아둘하킴(40)은 “내 부대에도 열두살과 열다섯살이 된 2명의 소년병이 있다.아프간에서 10대 중반에 군인이 되는 것은 흔한 일”이라면서 “학교에 다니면 더욱 좋겠지만 가족과나라를 지키는 것이 먼저”라고 힘주어 말했다.

파르호르 전영우특파원 anselmus@
2001-10-2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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