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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장] 언론, 민족화해 앞장서야

[대한광장] 언론, 민족화해 앞장서야

이장희 기자
입력 2000-10-30 00:00
업데이트 2000-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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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남북공동선언 이후 적어도 남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민족화해와평화통일이라는 역사의 큰 방향에 우리사회는 공감하는 듯하다.특히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군정치국장(차수)의 지난 9∼12일 미국방문을 계기로 북미관계의 정상화가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이어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북,클린턴 미 대통령의 연내 방북 가능성은 북미관계 정상화의 중요한 조치로 과거 대결의 역사를 청산,화해의 길로 들어서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적어도 연내에는 북한 미사일문제가 해결되고 평양에 미국 외교부 설치는 시간문제인 것 같다.이어 북일관계정상화도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이러한 주변 4대강국의 남북한교차승인이라는 한반도의 새로운 환경변화는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매우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 이러한 민족화해와 평화통일을 누구보다도 지지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가야 할 언론이 국민의 절대적 여망과역사의 큰 물줄기를 되돌리려는 시대착오적인 저항을 하고 있는 것같아 적이 걱정된다.지난 반세기 동안 언론은 냉전이라는 시대 분위기 속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반공과 동일시하는 등 분단이데올로기를생산,유포,선전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 결과 남북관계의 적대성과 국민들의 대북 증오심이 강하게 형성되었다.현재 전후세대들이 상대방 주민에 대해 갖고 있는 증오심과적대감은 순전히 언론과 학교교육에서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그리고 아직도 일부 언론은 6·15공동선언의 실현과 관련해 ‘북한불변’,‘속도조절’,‘시기상조’라는 3가지 논리로 민족화해의 흐름을 저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ASEM 총회에서도 보았다시피 지금 영국,프랑스,독일 등세계 각국들은 북한과 국교를 트기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이렇게 한반도 주변의 4대국은 물론 세계 각국이 북한과의 수교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데,그러면 같은 민족인 우리 남북한은 언제까지수백만의 병력을 대치하면서 적대관계를 계속해야 된다는 것인가.

그리고 과연 북한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는가.물론 북한은 하나의조선논리,남조선 해방론 이라는 그들 체제의 존립기반인 전략은 명목상으로는 변하지 않고 있고,또 그것은 북한이라는 체제가 소멸될 때까지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변할 수가 없다.그것은 마치 북한이 남측의 변화를 우리 헌법상 자유민주주의를 포기하라는 요구와 같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실제 모습인 전술은 과거와 비교하여 혁명적인변화를 거듭하고 있다.1998년 헌법개정에서 생산수단의 주체를 종전의 국가와 협동단체에 추가하여 사회단체도 추가하였고,사유재산을부분적으로 인정하고,여행의 자유를 신설하고,각종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수용하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였다.그 외에도 해마다 15명 이상의 북한 핵심관리가 서방에서 경제학,국제법,경영학 등 자본주의 이론을 배우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그들의 실제모습이다.이미 평양에는 서방의 많은 기업이 진출해 있고,서방의 언론도 들어가 북한의 변화를 취재하고 모니터하고 있다.뿐만 아니라 주한미군철수 문제에 대해서도 단계적이거나 매우 신중한 입장이며,국가보안법 개폐에 대해서는 한국의 내부문제로 보고 강하게 요구하지 않는다.물론 우리가 바라는 정도는 변하고 있지 않지만 북한 나름대로의 변화와 그 노력을 정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이제 우리 언론도 민족문제에 관해 언론 본연의 공리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만약에 언론이 사회의 공기이자 공평한 사회감시자로서 민족화해라는 역사적 공리를 따르지 않고,기업의 논리나 권력의 편을 따른다면 그것은 이미 언론이 아니다.그러한 언론은 이윤을 추구하는기업이나,권력의 눈치에 민감한 정치집단과 다를 바 없다.이제 언론은 역사적으로 한반도의 유리한 운명의 주요한 분기점에서 언론 본연의 사회공기로서 민족화해와 한반도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이념적 지평을 넓히도록 체질 개선을 해야 할 것이다.

■이 장 희 한국외대 교수·국제법
2000-10-3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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