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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 따라 ‘희석수’ 졸졸졸… 직접 못 보지만 곳곳 물소리

파이프 따라 ‘희석수’ 졸졸졸… 직접 못 보지만 곳곳 물소리

김진아 기자
김진아 기자
입력 2023-08-29 00:04
업데이트 2023-08-2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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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후쿠시마 방류 현장 첫 공개

18m 지하수조 보관했다 바다로
제1원전 폐로에 방류 기간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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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후 처음으로 관련 시설을 본지 등 외국 특파원에게 공개한 가운데 관계자가 오염수와 희석할 바닷물이 흐르는 파이프라인 주변을 걷고 있다. 후쿠시마 공동취재단
지난 27일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후 처음으로 관련 시설을 본지 등 외국 특파원에게 공개한 가운데 관계자가 오염수와 희석할 바닷물이 흐르는 파이프라인 주변을 걷고 있다.
후쿠시마 공동취재단
“지금 들리는 소리는 희석된 처리수가 이동하는 소리입니다.”

지난 27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시설 곳곳에서 들리는 ‘졸졸졸’ 소리의 정체를 묻자 다카하라 겐이치 도쿄전력 폐로커뮤니케이션센터 소통관의 답이 돌아왔다.

오염수가 흐르는 검은 파이프, 오염수를 희석할 해수가 지나는 하늘색 파이프 그리고 오염수와 해수가 섞인 수조 등 방류 시설 곳곳에서 쉴 새 없이 졸졸 물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렇게 흐른 오염수는 바다 방류를 위한 1㎞ 길이의 해저터널로 이동하기 전 18m 지하의 수조로 모였다. 낮 기온 섭씨 32도의 땡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기자가 서 있는 콘크리트와 거대한 철판 아래 수조에 오염수가 모여 있다는 사실은 쉽사리 가늠하기 어려웠다.

일본 정부가 지난 24일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지 나흘째인 이날 도쿄전력은 서울신문 등 외국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방류 시설을 처음 공개했다. 오염수 방류 후 처음으로 방류 시설을 외부에 공개했지만, 실제 ‘오염수’를 눈으로 볼 수는 없었고 사진 촬영도 제한됐다. 하지만 오염수가 어떤 식으로 방류되는지 그 과정은 차례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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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후 처음으로 관련 시설을 서울신문 등 외국 특파원에게 공개한 가운데 관계자와 취재진이 오염수를 저장한 K4 탱크 주변을 지나가고 있다.  후쿠시마 공동취재단
지난 27일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후 처음으로 관련 시설을 서울신문 등 외국 특파원에게 공개한 가운데 관계자와 취재진이 오염수를 저장한 K4 탱크 주변을 지나가고 있다.
후쿠시마 공동취재단
방류 직전 오염수가 담긴 탱크를 10기씩 모아 둔 A, B, C 탱크군 가운데 B 탱크군의 방류가 24일부터 진행 중이다.

한 개 탱크군을 방류하기 위한 작업에는 3개월 정도 시간이 걸린다. 오염수를 700배 이상 바닷물로 희석하고 트리튬(삼중수소) 외에 세슘 등 29종의 핵종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졌는지 검사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134만t의 오염수를 한꺼번에 처분하지 못하고 일일 460t으로 제한해 방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카하라 소통관은 “현재 C 탱크군을 검사 중으로 이 검사가 완료되면 B 탱크군 방류를 완료한 뒤 C 탱크군의 처리수를 방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방류는 원격으로 이뤄졌다. 원전 통제실인 ‘면진중요동’ 내 집중관리실에서 오염수 방류 작업이 진행됐다. 원격이라고 해도 상시 9명의 직원이 오염수 방류 상황을 관리한다.

한 개 탱크군 방류 작업에 3개월
상시 직원 9명 실시간 상황 관리
자동 차단·수동 조작 ‘이중 잠금’
“일일 발생량 50~100t으로 줄일 것”

위아래 4개 모니터를 이용해 오염수를 희석하는 작업과 방류 상황을 실시간 살펴볼 수 있다. B 탱크군의 그래프 선이 우하향하고 있어 오염수가 방류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4개의 모니터 앞에는 열쇠로 잠가 놓은 스위치가 있는데 오염수 방류를 개시하거나 정지할 수 있는 장치였다. 다카하라 소통관은 스위치를 가리키며 “현재 방류 중이니 스위치가 열려 있는 상태”라며 “자동으로 방류 차단 또는 개시를 한 뒤 사람이 직접 열쇠를 돌려 조작하는 이중 방식”이라고 했다.

도쿄전력이 이날 취재진에 계속해서 강조한 것은 오염수 방류 과정의 안전성이었다. 희석된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 수조에서 500㎖ 페트병 1개 분량을 채취해 매일 트리튬 양을 측정한다. 또 도쿄전력만이 아니라 원자력규제위원회와 도쿄전력의 위탁업체 3곳에서도 트리튬 양을 분석한다. 다카하라 소통관은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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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방류 조작 ‘키 스위치’. 자동 방류 차단 및 개시와 동시에 도쿄전력 직원이 직접 열쇠를 돌려 조작하는 이중 방식으로 오염수를 방류하거나 멈추게 할 수 있다. 후쿠시마 공동취재단
오염수 방류 조작 ‘키 스위치’. 자동 방류 차단 및 개시와 동시에 도쿄전력 직원이 직접 열쇠를 돌려 조작하는 이중 방식으로 오염수를 방류하거나 멈추게 할 수 있다.
후쿠시마 공동취재단
현재 오염수 방류 관련 바닷물과 수산물 등에 대한 방사성물질 검사는 환경성과 도쿄전력, 원자력규제위원회, 후쿠시마현 등 모두 4곳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각 기관의 목적에 따라 검사 방식이 달라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다카하라 소통관은 “앞으로 별도 홈페이지를 운영해 4곳에서 실시하는 검사를 한꺼번에 찾아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쿄전력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된다 해도 문제는 방류 기간이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30년 동안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가 2041~2051년 사이에 이뤄진다고 가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카하라 소통관은 “2028년까지 일일 오염수 발생량을 50~100t으로 줄이는 게 목표”라면서 “1~2호기 등의 데브리(녹은 핵연료 등의 잔해물) 등을 제거하지 않는 한 오염수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아직도 이곳의 방사능 수치가 높기 때문에 작업이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실제 이날 본 1호기는 원전 폭발 당시의 처참한 몰골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기자를 태운 버스가 멀리 떨어진 1호기에 조금만 가까이 이동해도 버스 안 선량계의 방사능 수치가 0.1μSv/h(마이크로시버트)에서 2.5μSv/h로 25배 가까이 급상승했다.
후쿠시마 김진아 특파원
2023-08-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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