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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다” 한마디에 ‘제2의 대처’ 꿈 날린 레드섬

“나는 엄마다” 한마디에 ‘제2의 대처’ 꿈 날린 레드섬

입력 2016-07-12 01:26
업데이트 2016-07-12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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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고브 배반극 사이서 부상한 ‘행운’ 더 이어지지 않아

“정말 바보 같은 인터뷰 한 번에 결정된 최고위직(총리).”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알래스테어 캠벨은 11일(현지시간) 앤드리아 레드섬(53) 에너지차관의 대표 경선 포기 기자회견이 열린 직후 이런 촌평을 내놨다.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의 결선에 오른 레드섬은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한 총리가 당장 임명되는 게 국익”이라면서 경선 포기를 밝혔다.

집권 보수당 차기 대표는 데이비드 캐머런에 이어 자동으로 총리에 오른다.

‘역사적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협상을 이끌 총리가 후보의 사소한 실수로 결정됐음을 꼬집은 것이다.

레드섬의 인터뷰가 화근이었다.

더 타임스는 레드섬이 자사와 인터뷰에서 “메이 장관에게 조카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아이들이 있고 그 아이들이 또 아이들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아이들은 직접적으로 앞으로 벌어질 일들 일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엄마가 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단히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갖게 된다는 뜻”이라고도 덧붙였다.

레드섬은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두고 있다. 반면 경쟁 후보인 테리사 메이(59) 내무장관은 자녀가 없다. 메이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아이를 갖는 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안타까운 심경을 내비친 바 있다.

이런 발언이 보도되자 레드섬 차관은 트위터에 자신이 한 발언의 취지와 정반대로 보도됐다고 해명했지만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애나 소브리 기업혁신기술부 소기업담당차관은 “레드섬은 총리 재목이 아니다. 그의 사퇴는 모두에게 이득”이라며 대표 경선 사퇴를 요구했다.

필립 해먼드 외무장관은 “총리가 되려면 오랜 경험과 나라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명료한 이해 등이 필요하다”며 자녀 유무는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데이비드 고크 재무차관도 계산적이었기보다 “서툴렀기” 때문이라면서도 “경험과 요령부족을 드러냈고, 이런 것들은 우리가 총리에게 기대하는 자질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결국 레드섬 후보는 이날 텔레그래프 기고문을 통해 “나 때문에 생긴 여하한 상처에도 정말 미안하다고 테리사에게 말했다”고 사과했고, 이어 몇 시간 뒤 경선 포기를 발표했다.

레드섬의 한 측근은 BBC 방송에 “욕설을 엄청 받았다”고 전했다.

야당 시절 예비내각을 포함해 내각 요직을 두루 거친 메이 장관이 ‘국정 운영 경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레드섬은 ‘경험 부족’이 약점으로 꼽혔다.

레드섬이 보수당 하원의원들의 투표에서는 메이에게 크게 뒤졌지만 당원들이 정하는 결선에서는 역전극을 펼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메이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EU 잔류를 지지했다. 반면 레드섬은 탈퇴 운동을 적극 벌인 탈퇴파 주요 인사였다. 그러나 보수당원들은 이번 국민투표에서 3분의 2가 EU 탈퇴에 투표했기 때문에 레드섬에게 역전의 기회가 있었다.

EU 탈퇴 진영의 ‘스타’로 부상한 레드섬의 ‘행운’이 더는 이어지지 않은 셈이다.

레드섬의 결선 진출은 EU 탈퇴 진영 내 불거진 ‘배반’의 산물이다.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을 도와 탈퇴 진영을 이끈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이 독자 출마를 선언하고, 이런 배신에 존슨이 불출마하는 사이에서 레드섬이 결선 후보 자리를 꿰찼다.

레드섬의 이날 경선 포기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사임 이후 약 3주간에 걸쳐 반목과 배반으로 점철된 보수당 대혼돈에 종지부로 기록될 듯싶다.

‘제2의 대처’를 염원하던 레드섬의 야심은 ‘나는 엄마다’ 한 마디에 날아간 모습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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