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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없어 생화 모두 버려” “알맹이 안 사니 포장지도 안 팔려”

“손님 없어 생화 모두 버려” “알맹이 안 사니 포장지도 안 팔려”

윤연정, 나상현, 홍인기 기자
입력 2020-02-05 01:50
업데이트 2020-02-05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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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바로미터’ 꽃시장 등 가보니

양재 화훼공판장 졸업식 줄취소에 울상
경매 유찰률 높아져 원예 농가 피해 우려
“대량구매시 세제지원 등 실질 대책 필요”
직장가 음식점 테이블 절반이 텅텅 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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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에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로 졸업식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손님들도 덩달아 급감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에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로 졸업식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손님들도 덩달아 급감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이후 안 그래도 꽃시장이 어려워졌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까지 오면서 완전히 죽었습니다.”

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에서 제이플라워를 운영하는 오정숙(56)씨는 “지난해 2월보다 매출이 80~90% 줄었다”고 말했다. 오씨는 “신종 코로나 때문에 졸업식이 다 취소되니까 꽃을 살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며 “가게에서 파는 꽃이 대부분 생화라서 다듬으면 바로 팔려야 하는데 피해가 막심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생화는 이틀이 지나면 시들어서 모두 버려야 한다. 손님이 왔을 때 꽃이 없으면 안 되니까 공판장에 있는 화원 대부분이 매일 꽃을 다듬어 전시하지만 버리는 게 태반이다.

aT 화훼공판장은 지하에 94개의 꽃가게가 모여 있는 서울 최대 규모의 꽃시장이다. 이날 오후 1시쯤 공판장을 찾은 손님은 10명도 채 안 됐다. 그나마 서초구 반포동 고속터미널에 위치한 꽃시장은 터미널 유동 인구라도 있지만 이곳엔 지나가는 시민들도 없었다. 상인들끼리만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거나 아예 주인이 없는 가게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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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입구에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관광객 출입을 제한하고 차량 출입을 통제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4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입구에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관광객 출입을 제한하고 차량 출입을 통제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2월 졸업 시즌 대목을 통째로 날리게 된 상인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했다. 영화플라워를 운영하는 고영화(55)씨는 “꽃가게는 원래 졸업식과 입학식, 어버이날, 스승의날이 몰린 상반기에 많이 벌어서 하반기까지 먹고사는데 요즘은 하루에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가게들이 수두룩하다”며 “임대료를 생각하면 신종 코로나 사태가 계속될 경우 오래 버티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꽃시장 상인뿐 아니라 원예 농가도 피해가 상당하다. aT 관계자는 “생화와 난, 관엽식물 등 꽃시장 매출이 모두 떨어지고 있는데 특히 생화 농가에는 답이 없다. 꽃이 피는 걸 막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생화는 경매 유찰률이 너무 높아져서 보관하기도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적극적인 정부 지원책을 촉구했다. 오씨는 “정부가 소상공인을 지원해 준다고 하는데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다. 피부에 와닿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기업과 공공기관이 꽃이나 농산물을 대량 구매하거나 세제 지원을 해 주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줬으면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눈발이 날린 서울 중구 방산시장의 포장지·쇼핑백 도매 골목에도 손님이 거의 없었다. 비닐포장 도매업을 하는 이민훈(44)씨는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알맹이(상품)가 안 팔리니까 껍데기(포장지)도 안 팔린다”며 “15년 정도 일했는데 최악의 불경기다. 분기마다 매출이 억 단위로 떨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50년 가까이 방산시장에서 포장 도매업을 한 정충근(70)씨도 “시장이 망해 가고 있다”며 “아들에게 가게를 물려줬는데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걱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회사원 회식 장소로 항상 붐볐던 서울 종로구 일대의 음식점들도 빈 테이블이 크게 늘었다. 서울 종로구 음식점 관계자는 “설 연휴 전만 해도 오후 7시면 회사원들로 자리가 다 찼는데 이번 주부터는 테이블의 절반도 못 채운다”며 “월요일 밤에도 회식과 모임으로 손님이 많은 편인데 어제(3일)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하루 평균 매출이 250만원인 이 가게는 전날 160만원으로 90만원이나 쪼그라들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20-02-0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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