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선수 1명에 12억원 이상 투자… 여자농구 FA 보상 대안 없나

선수 1명에 12억원 이상 투자… 여자농구 FA 보상 대안 없나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1-04-28 20:38
업데이트 2021-04-29 02:4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강이슬 이적으로 시스템 보완 목소리
FA 규제 풀려다 되레 사각지대 발생
WKBL “내부적으로 재검토 가능성”

이미지 확대
강이슬
강이슬
선수 한 명의 영입을 위해 12억원은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돈일까. 정답은 없다. 종목과 시장 상황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기도, 과하기도 한 액수다.

자유계약선수(FA)로 청주 KB로 이적한 강이슬의 보상 문제가 여자프로농구 이적시장에 큰 고민거리를 남겼다. 여자농구 시장규모에 비해 과도한 지출이 발생하면서 극단적인 보상 시스템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지난 27일 강이슬의 보상으로 부천 하나원큐가 보상 선수 대신 현금 보상을 택했다고 발표했다. WKBL 규정에 따라 해당 시즌 공헌도 10위 안에 드는 FA를 영입하면 보상 선수 또는 계약금액의 300%를 보상해야 한다. 9위 강이슬이 KB와 3억원에 계약하면서 보상액이 9억원이 됐다. 여자농구 샐러리캡 14억원을 생각하면 상당한 규모다.

결과적으로 KB는 강이슬의 영입에 총 12억 9000만원(연봉 3억원, 옵션 9000만원, 보상금 9억원)을 썼다. 보상이 달라질 수 있는 옵션을 배제하면 고정 지출은 12억원이다. 이번 강이슬 이적은 향후 특급 FA를 영입할 때 기본 12억원은 쓸 각오가 필요하다는 걸 보여줬다.

시장 규모가 여자프로농구보다 큰 남자프로농구와 비교해도 큰 금액이다. 남자농구의 FA 보상액 한도 200%의 기준은 ‘전년도 연봉’이다. 반면 여자농구는 ‘FA 연봉’이 기준이다. 보통 FA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점을 생각하면 보상액이 이번처럼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청주 KB 제공
청주 KB 제공
여자농구 관계자들은 28일 “보상액 9억원은 상당한 부담”이라고 입을 모았다. A구단 관계자는 “시작부터 12억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하면 뛰어들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B구단 관계자도 “보상액 선택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고 해도 9억원은 굉장히 큰 금액”이라고 했다.

선수층이 얇은 사정과 맞물려 선수 선택폭이 좁다면 구단의 선택은 결국 현금보상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금융권 모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운영되는 여자농구 특성을 생각하면 9억원의 활용이 애매한 문제도 생긴다. 돈이 없어서 구단을 운영 못하는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큰 금액을 받았다고 해서 사용처가 마땅한 것도 아니다.

딱히 누구의 잘못도 아닌 강이슬의 보상액은 FA 제도를 고치는 과정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WKBL은 기존에 원소속구단에서 연봉 상한 3억원을 부르면 타 구단 이적이 불가능하게 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선수의 선택폭을 넓히고 이적시장 활성화를 위해 두 번째 FA 자격을 얻으면 이 조항을 적용받지 않도록 바꿨다.

그러나 300% 보상 제도가 그대로 남아있어 이적에 제한이 걸리는 애매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적의 자유를 넓히려고 방향성을 잡았는데 강력한 족쇄 규정도 동시에 남아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팀을 구성해도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승부의 세계에서 선수 하나 데려오려고 최소 12억원을 지출하는 것은 영입하는 쪽에서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WKBL도 이 부분에 고심하고 있다. WKBL 관계자는 “이적을 활발하게 하려고 매년 조금씩 손을 보면서 잠금장치를 풀고 있는데 기존 잠금장치가 남아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현금보상이나 보호선수 숫자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2021-04-29 26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