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가 파르밧에서 혼자 생환한 레볼 “동료를 놔두고 하산한 이유는”

낭가 파르밧에서 혼자 생환한 레볼 “동료를 놔두고 하산한 이유는”

임병선 기자
입력 2018-02-02 04:58
업데이트 2018-02-0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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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가 파르밧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프랑스 산악인 엘리자베스 레볼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프랑스 알프스의 살랑슈 병원에서 동상 때문에 손가락마다 붕대를 친친 감은 손을 들어 보이며 AFP통신 기자에게 끔찍했던 생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살랑슈 AFP 연합뉴스


낭가 파르밧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프랑스 산악인 엘리자베스 레볼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프랑스 알프스의 살랑슈 병원에서 동상 때문에 손가락마다 붕대를 친친 감은 손을 들어 보이며 AFP통신 기자에게 끔찍했던 생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살랑슈 AFP 연합뉴스
함께 정상을 오른 뒤 하산길에 횡액을 당한 동료를 버려두고 혼자 하산해 구조된 이의 심적 고통은 어떨까?

지난달 27일 새벽(이하 하산시간) 파키스탄 북부 ‘죽음의 산’으로 불리는 낭가 파르밧(해발고도 8120m)에서 구조된 프랑스 여성 산악인 엘리자베스 레볼이 혼자만 살아 돌아온 “끔찍하고도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난달 31일 프랑스 동부 알프스의 살랑슈 병원 병실에서 AFP통신에 털어놓았다. 그녀는 지난달 20일부터 폴란드 산악인 토마시 맥키비츠와 등반을 시작해 며칠 뒤 정상을 밟았지만 하산하다 설맹에 빠져 앞이 보이지 않는 맥키비츠를 부축해 하산하다 결국 포기하고 혼자만 6000m 지점까지 하산해 근처 K2 등정을 포기하고 급히 달려온 폴란드 산악인들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폴란드 산악인들도 날씨 때문에 맥키비츠 수색 작업을 끝내 포기하고 말았다.

그녀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후송됐다가 스위스를 거쳐 이곳 살량슈 병원으로 옮겨왔다. 의료진은 동상이 심각해 그녀의 손발을 절단해야 하는지를 평가하고 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그녀는 고산병이 불러오는 환각 현상 때문에 모든 것이 얼어붙는 날씨에도 신발을 벗어 맨발 상태로 폴란드 산악인들의 눈에 띄었다.
낭가 파르밧 등정 후 하산하다 설맹에 빠져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폴란드 산악인 토마시 맥키비츠가 어느 눈덮인 산의 릿지 위에 서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낭가 파르밧 등정 후 하산하다 설맹에 빠져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폴란드 산악인 토마시 맥키비츠가 어느 눈덮인 산의 릿지 위에 서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정상을 밟은 지 얼마 안돼 맥키비츠가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레볼은 “그는 어지럽다며 낮 동안에 산소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밤이 오자 눈에 염증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부여잡고 암흑천지 속에 하산하기 시작했다. 곧 맥키비츠는 숨쉬는 것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그는 입 앞의 보호장비마저 벗어버렸고 얼어붙기 시작했다. 코도 하얗게 변했고 손발도 마찬가지였다.”

밤새 크레바스 속에 웅크리고 있었지만 “입에서 피가 흐를” 정도로 상태는 악화되기만 했다. 고산병이 심각한 단계로 접어든다는 신호였다. 그녀는 구조 메시지를 보냈고, 구조대원들로부터 6000m 지점까지만 내려와 달라는 얘기를 들었다. 해서 맥키비츠를 놔두고 혼자 내려왔다. 그녀는 “내가 내린 결정이 아니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구조대가 빨리 약속 지점에 도착할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텐트나 침낭도 챙기지 않아 또다시 하룻밤을 크레바스 속에서 웅크리고 버틸 참이었다. 고산병의 환각 때문에 그녀는 사람들이 뜨거운 차를 끓여왔다고 생각해 그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신발을 벗어주려 했다는 것이었다. 맨발이 된 지 5시간 만에 결국 그녀는 동상에 걸렸다. 폴란드 산악인들을 태운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지만 강풍 때문에 착륙할 수 없었다. 또 하루밤을 그곳에서 보내야 할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레볼은 젖은 장갑과 얼어붙은 발로도 안간힘을 다해 더 내려왔고 폴란드 산악인 한 명과 만날 수 있었다.
프랑스 산악인 엘리자베스 레볼(가운데)이 낭가 파르밧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베이스캠프에서 러시아 산악인 데니스 우룹코(왼쪽), 폴란드 산악인 아담 비엘레키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담 비엘레키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 산악인 엘리자베스 레볼(가운데)이 낭가 파르밧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베이스캠프에서 러시아 산악인 데니스 우룹코(왼쪽), 폴란드 산악인 아담 비엘레키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담 비엘레키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그런 참담한 일을 겪고도 레볼은 다시 산에 오르는 일을 배제하지 않았다. “난 그게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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