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아는 형님’…프로야구 흔드는 스폰서 문화

위험한 ‘아는 형님’…프로야구 흔드는 스폰서 문화

입력 2016-07-21 16:00
수정 2016-07-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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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응 제공해 환심 사고, 약점 잡아 승부조작·도박 알선

프로야구 선수 주위에는 ‘아는 형님’들이 있다.

이들은 부를 과시하며 선수들에게 향응을 제공해 환심을 산다.

어린 시절부터 수시로 합숙하며 ‘바깥세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선수들은 ‘돈 많고, 성격 좋고, 발이 넓은’ 아는 형님들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문제는 아는 형님의 태도가 돌변할 때다.

꽤 많은 선수가 스폰서로 여긴 아는 형님의 꾐에 넘어가 사기를 당한다.

더 큰 문제는 범죄 행위를 강요할 때다.

아는 형님으로 위장한 브로커들이 선수들에게 부도덕한, 때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행동을 “함께 하자”고 한다.

‘정’에 호소하거나 해당 선수의 ‘약점’을 잡아 위협하며 공범을 만든다.

한번 발을 들이면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다.

“딱 한 번”이라는 말에 눈을 감으면, 과거 행적이 족쇄가 돼 브로커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스폰서 문화의 심각한 폐단이다.

1980년대 선수 생활을 했던 몇몇 야구인들은 ‘조폭 스폰서’와의 일화를 무용담처럼 늘어놓는다.

프로야구는 ‘연고지와 유대감’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해당 연고지의 조폭이 유명 선수들 혹은 유망주들과 어울리는 일이 빈번했다.

조폭은 유명 선수와 친분을 과시할 수 있는 걸 만족스러워했고, 선수들은 비싼 술을 얻어 마시고 고가의 선물을 받는 걸 즐겼다.

이런 ‘스폰서 문화’는 여전히 프로야구 선수들 사이에 ‘전수’되고 있다.

선배가 후배 선수를 스폰서에게 소개해 주는 일도 잦다.

물론 ‘과시욕’만으로 야구 선수와 만남을 즐기는 스폰서도 많다.

하지만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선수들에게 접근하는 브로커들도 적지 않다.

2012년 처음 한국프로야구를 뒤흔든 박현준, 김성현 승부조작 사건 때도 ‘아는 형님’이 브로커로 나섰다. 이 브로커는 향응 접대로 두 선수의 환심을 샀고 결국 승부조작에 끌어들였다.

다시 한 번 프로야구에 파문을 일으킨 이번 승부조작 사건에도 브로커가 등장한다.

넥센 히어로즈 문우람이 아는 형님에게 승부조작을 제안하고, NC 다이노스 이태양이 승부조작을 시도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 브로커는 문우람과 이태양을 클럽에서 만나 친분을 쌓았고, 향응과 선물 공세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야구 선수협회는 21일 사과 성명을 내며 “검은 유혹의 온상인 스폰서 문화의 현실을 선수들에게 각인시키고자 노력하겠다”고 했다.

선수협도 스폰서 문화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각 구단은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교육’을 강조했다.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교육은 ‘아는 형님’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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