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장사대회… 이태현 꺾고 3년만에 꽃가마
4일 진주체육관에서 열린 2009추석장사씨름대회 백두장사(105.1㎏ 이상) 결정전. 모래판을 지켜보던 팬들은 물론 두 장사도 감회가 남달랐다.2000년대 초까지 모래판을 주름잡았지만 이젠 ‘올드보이’가 된 황규연(34·현대삼호중공업)과 이태현(33·구미시체육회)이 각각 윤정수(수원시청)·윤승록(용인백옥쌀)을 준결승에서 꺾고 결승에 오른 것. 특히 일본 종합격투기에 진출했던 이태현이 지난해 말 모래판에 복귀할 때 용기를 불어넣었던 인물이 황규연이었다. 그만큼 절친한 사이였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 우정이 끼어들 틈은 없었다. 복귀 이후 3번째 대회에 출전한 이태현이나 3년여 동안 꽃가마를 타지 못했던 황규연 모두 ‘황소트로피’가 절실했다. 첫 판 호각과 함께 이태현이 먼저 뽑아들었지만 황규연이 되치기로 따냈다. 둘째 판은 이태현의 잡채기가 통했다. 모처럼 보는 기술씨름의 향연에 팬들은 열광했다. 셋째 판에서 이태현의 안다리 공격을 황규연이 되치기로 받아치면서 승부는 기울었다. 넷째 판도 황규연의 잡채기가 빠르고 정확했다.
‘모래판의 귀공자’로 불렸던 황규연이 한때 ‘모래판의 황태자’였던 이태현을 3-1로 꺾고 꽃가마에 올랐다. 그가 장사타이틀을 거머쥔 것은 2006년 9월 금산인삼장사대회 이후 3년여 만. 군살 없는 몸매로 훈련량을 가늠할 만했던 이태현도 복귀 이후 최고 성적을 거둬 가능성을 확인했다.
황규연은 최중량급에서 드물게 화려한 기술을 구사해 기술 씨름의 달인으로 불렸다. 천하장사 꽃가마를 탔던 2001년이 전성기. 그러나 허리 부상이 깊어지면서 좀처럼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노장은 죽지 않았다. 여전히 정교한 기술과 스피드로 최고의 자리에 복귀한 것.
황규연은 “씨름이 체중만으로 하는 운동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오랜만에 이태현과 맞붙어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씨름이 쇠퇴했지만 끝까지 모래판을 지키겠다. 천하장사대회에서 다시 모래판을 제패하겠다.”고 다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09-10-0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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