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님, 먼저 축하 인사 드립니다. 월드컵 7회 연속 진출, 그것도 국내파 감독이 시정이 불투명한 항로를 헤치고 거둔 성취이므로 당연히 축하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인간의 한쪽 발은 복잡한 현실에 놓여 있고 또 다른 발은 저 멀리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을 향해 뻗어 있습니다. 두 영역 사이의 건강한 긴장과 성찰이 인간을 더욱 고양된 상태로 이끌어 갑니다. 현실의 발에 무게 중심이 쏠리면 ‘현실 조건’에 얽매여 결국 ‘현상 유지’가 되고 맙니다. 이상의 발이 너무 멀리 뻗어 있으면 현실 감각이 무뎌져 공허한 계획만 남발하게 됩니다. 인류의 역사가 증명하듯이 언제나 현실은 다가올 이상의 씨앗을 배태하고 있는 법입니다. ‘현실’ 속에서 ‘이상’을 발견해 나가는 것이지요. 2007년 12월 감독님이 취임하였을 때 ‘국내파’ 운운하는 여론이 있었고 지금도 그 여진이 남아 있습니다. 16강 진출을 위해 해외 명장을 데려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만약 그것이 정답이라면 우리는 지금 ‘허정무’라는 오답을 들고 있는 셈인데, 텅 빈 공책에 그리는 그림이라면 몰라도 냉정한 현실은 결코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이상을 지향하되 언제나 현실 속에서 답을 찾아 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현재 답은 조기에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허정무 감독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본선 16강 진출이고 이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 역시 현실 속에 내재된 이상을 감독이라는 고독하면서도 절대적인 위치에서 찾아 내는 일입니다. 망원경으로 급변하는 세계 축구의 흐름을 통찰하고 현미경으로 국내의 젊은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 이제 감독님만의 고유하면서도 지엄한 일로 남았습니다.
당부드릴 말씀은 대표팀 감독이 선수 선발과 훈련만으로 이뤄지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고, 따라서 수많은 언론의 취재 경쟁이 감독님을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이 ‘경기’ 또한 능란하게 치러야 할 의무가 대표팀 감독에게는 있습니다.
저는 ‘꼭 필요한 말을 선명하게’ 언급해 주기를 당부 드립니다. 그동안 감독님은 협회 행정이나 방송 해설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대표팀’ 감독이 필요 이상의 많은 말을 친절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과열된 취재 경쟁이 감독님을 악착 같이 열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순응하여 초점 없이 두루뭉수리한 ‘립서비스’를 하다 보면 오히려 감독님의 위상만 추락할 뿐입니다. 최근 흐름을 보면 ‘부드러운 카리스마’ 운운하면서 감독으로서 마땅히 지녀야 할 권위를 지나치게 중화시키는 분위기도 보입니다.
감독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면 백번 지당한 말씀이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감독님께서 더 잘 아실 겁니다. 그렇다면 아예 과도한 취재 경쟁을 능란하게 헤쳐 나가는 길이 낫습니다. 경우에 어긋난 질문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할 필요도 있습니다. 감독님은 개인 허정무가 아니라 월드컵 7회 연속을 이룩한 대한민국 축구의 상징입니다. 축구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철학, 그리고 전략과 분석이 함축된 고결하고 권위 있는 답변으로 한국의 축구문화까지 본선 16강으로 이끌어 가시길 당부합니다.
정윤수 스포츠평론가 prague@naver.com
역사가 증명하듯이, 인간의 한쪽 발은 복잡한 현실에 놓여 있고 또 다른 발은 저 멀리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을 향해 뻗어 있습니다. 두 영역 사이의 건강한 긴장과 성찰이 인간을 더욱 고양된 상태로 이끌어 갑니다. 현실의 발에 무게 중심이 쏠리면 ‘현실 조건’에 얽매여 결국 ‘현상 유지’가 되고 맙니다. 이상의 발이 너무 멀리 뻗어 있으면 현실 감각이 무뎌져 공허한 계획만 남발하게 됩니다. 인류의 역사가 증명하듯이 언제나 현실은 다가올 이상의 씨앗을 배태하고 있는 법입니다. ‘현실’ 속에서 ‘이상’을 발견해 나가는 것이지요. 2007년 12월 감독님이 취임하였을 때 ‘국내파’ 운운하는 여론이 있었고 지금도 그 여진이 남아 있습니다. 16강 진출을 위해 해외 명장을 데려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만약 그것이 정답이라면 우리는 지금 ‘허정무’라는 오답을 들고 있는 셈인데, 텅 빈 공책에 그리는 그림이라면 몰라도 냉정한 현실은 결코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이상을 지향하되 언제나 현실 속에서 답을 찾아 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현재 답은 조기에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허정무 감독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본선 16강 진출이고 이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 역시 현실 속에 내재된 이상을 감독이라는 고독하면서도 절대적인 위치에서 찾아 내는 일입니다. 망원경으로 급변하는 세계 축구의 흐름을 통찰하고 현미경으로 국내의 젊은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 이제 감독님만의 고유하면서도 지엄한 일로 남았습니다.
당부드릴 말씀은 대표팀 감독이 선수 선발과 훈련만으로 이뤄지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고, 따라서 수많은 언론의 취재 경쟁이 감독님을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이 ‘경기’ 또한 능란하게 치러야 할 의무가 대표팀 감독에게는 있습니다.
저는 ‘꼭 필요한 말을 선명하게’ 언급해 주기를 당부 드립니다. 그동안 감독님은 협회 행정이나 방송 해설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대표팀’ 감독이 필요 이상의 많은 말을 친절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과열된 취재 경쟁이 감독님을 악착 같이 열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순응하여 초점 없이 두루뭉수리한 ‘립서비스’를 하다 보면 오히려 감독님의 위상만 추락할 뿐입니다. 최근 흐름을 보면 ‘부드러운 카리스마’ 운운하면서 감독으로서 마땅히 지녀야 할 권위를 지나치게 중화시키는 분위기도 보입니다.
감독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면 백번 지당한 말씀이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감독님께서 더 잘 아실 겁니다. 그렇다면 아예 과도한 취재 경쟁을 능란하게 헤쳐 나가는 길이 낫습니다. 경우에 어긋난 질문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할 필요도 있습니다. 감독님은 개인 허정무가 아니라 월드컵 7회 연속을 이룩한 대한민국 축구의 상징입니다. 축구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철학, 그리고 전략과 분석이 함축된 고결하고 권위 있는 답변으로 한국의 축구문화까지 본선 16강으로 이끌어 가시길 당부합니다.
정윤수 스포츠평론가 prague@naver.com
2009-06-1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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