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2008 D-100] 태릉선수촌 양궁연습장을 가다

[베이징 2008 D-100] 태릉선수촌 양궁연습장을 가다

김영중 기자
입력 2008-04-30 00:00
수정 2008-04-3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태릉선수촌이 뜨겁다. 베이징올림픽 D-100을 앞두고 선수들이 뿜어내는 열기 때문이다. 메달을 향한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뭉친 14개 종목 297명의 선수들이 내뿜는 에너지로 선수촌은 하루가 다르게 달궈진다. 태극마크 다는 게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보다 어렵다는 양궁연습장을 29일 찾았다. 양궁은 한국이 수확한 역대 올림픽 금메달 55개 가운데 14개나 기여한 효자 종목. 이번 대회에도 남녀 개인·단체전 4개의 금메달 ‘싹쓸이’가 목표다.

이미지 확대
최종선발전 앞두고 미묘한 긴장감

남녀 대표 선수 8명의 훈련 모습은 언뜻 보기엔 긴장감이 없어 보였다. 남녀 1명씩은 최종 탈락하고 오로지 3명만 베이징행 비행기를 탈 수 있는데도 그랬다. 선수들은 훈련 중간 서로 농담을 주고받았으며 활짝 웃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막내 곽예지(16·대전체고1)는 천방지축이었다. 훈련을 마친 뒤 창문을 닫는 등 뒷정리를 도맡아 하고 있지만 즐거워 보였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왔다갔다 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낙옆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깔깔거릴 때’의 순수한 그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선수들 간의 미묘한 경쟁심과 웃는 얼굴 저편에 깊숙이 감춰져 있는 긴장감이 감지된다. 대표팀의 한 선수는 “마지막 짐을 싸고 나가는 선수가 좋게 나간 적이 없다.”는 말로 속내를 내비쳤다. 한국 양궁은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에 실력차라는 게 겨우 종이 한 장차에 그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다.

여자부의 간판 박성현(25·전북도청)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1,2차 선발전에서 이미 출전을 확정지었지만 아테네올림픽에 이어 개인전과 단체전 등 2개 대회 연속 2개의 금메달을 노리는 탓인지 주변의 관심이 부담스러워 보였다.“훈련 잘되는냐.”는 질문에 “그렇죠.”라는 무뚝뚝한 대답만 돌아왔다. 아직 본선 진출을 확정짓지 못한 주현정(26·현대모비스)은 “하늘의 뜻”이라며 대표팀 선발의 어려움을 짤막하게 드러냈다. 남자부 이창완(26·두산중공업)은 “올림픽 메달을 반드시 따보고 싶다.”고 솔직하게 꿈을 밝혔다. 임동현(22·한국체대4)은 “자신있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말로 대신했다.

문영철(50) 여자 대표팀 감독은 “양궁은 철저하게 나와의 싸움이다. 남 탓을 할 수 없다. 내가 못 쏴서 지는 것이다. 승부를 내야 한다.”며 선수들의 긴장감을 에둘러 표현했다.

코치도 활 튜닝·자세교정 동고동락

선수들은 연습 도중에도 예민한 모습을 노출했다. 남자부 박경모(33·인천 계양구청)는 활의 날개를 바꾼 뒤 조정이 잘 안 되는지 계속 테스트 활을 쏘며 튜닝에 여념이 없었다.“아”라고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김재형(18·순천고3)은 이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듯 표정이 어두웠다.

이러다 보니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애썼다. 활도 직접 튜닝해 주고 계속 선수들의 자세를 잡아주느라 바빴다. 이날 활의 장력을 세게 조정한 주현정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탓에 화살을 잡는 손가락이 부었다. 주현정이 “약하게 쏘다가 강하게 쏘니까 손가락이 아파요.”라고 투덜대자 문영철 감독은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쏘는 게 낫다. 믿고 쏴.”라며 다독였다. 전인수 (43) 여자 코치는 곽예지가 “활의 센터가 잡히지 않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자 세심하게 조정해 줬고, 구자청(41) 남자 코치는 막내 김재형에게 “맞히려고 하지 말고 편하게 쏘라.”며 어깨를 두드렸다.

이런 모습은 양궁 강국의 진면목이기도 했다. 전인수 코치는 “한국 지도자들이 활 세팅을 잘한다. 튜닝만 해줘도 실력이 향상된다. 기본 장비를 완벽하게 맞춰 준다. 또 하루 종일 선수와 함께하며 동고동락한다.”며 “피아노 조율과 똑같다.”고 말했다. 문영철 감독은 “우리의 실력은 항상 세계 최강이다. 월드컵에서 중국에 한 번 졌지만 걱정하는 것만큼 실력이 뚝 떨어진 게 아니다. 선수들을 믿는다.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아 오히려 정신 무장이 됐다.”며 올림픽 금메달에 자신감을 보였다.

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2008-04-30 2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